<할아버지는 여든 아기>(노경실.한솔수북.2014)는 책 속 주인공 지호와 치매 걸린 할아버지이야기를 통해 ‘효’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드리는 것이 ‘효도’인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3대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한 폭의 그림 같다. 갓난아기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해맑고 천진난만하다.
지호네 가족은 할아버지 팔순 잔치를 2주 앞두고 행복하게 가족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할아버지가 말없이 집을 나갔다 가족들의 도움으로 돌아온다. 그 날 이후 할아버지는 치매가 찾아와 아기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가족은 할아버지 팔순잔치 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추억이 있는 동물원으로 추억여행을 떠난다.
지호가 갓난아기 채원이와 여든 살 할아버지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장면이 재미있다.
‘이상하다. 갓난아기 채원이랑 여든 살이신 할아버지가 똑같아. 숱 없는 머리카락, 쭈글쭈글한 피부, 그리고, 그리고....이! 채원이는 이가 없어 할아버지도 틀니잖아! 정말 이상하네! 할아버지랑 갓난아기랑 이렇게 똑같은 수가!’
할아버지는 정말 아기처럼 변해버려서 가족들의 보살핌을 받기 시작한다. 지호가 할아버지를 걱정하자 엄마는 이런 말을 한다.
“지호야, 네가 태어났을 때처럼 할아버지도 다시 아기가 되어 가시는 거야. 그래서 모든 걸 다시 시작하시는 거지. 식사하는 법, 사람과 대화하는 법, 씻고 옷 입는 법, 말을 하고 듣는 법 등등....”
“다시 시작한다고 병이 낫는 건 아니잖아요?”
(중략)
“그래 맞아. 하지만 사람은 나이가 들면 다 잊어버리기도 하지.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다시 시작하는 거니까 인내심을 갖고 도와 드려야 해. 그렇지?”
지호가 아프신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이 예쁘다. 아기처럼 변해버린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도 변함이 없다. 지호가 아침에 눈을 뜨자 할아버지 방으로 달려가 나누는 대화가 가슴 뭉클하다.
“그런데 할아버지한테 뭐 할 말 있니?”
“네! 이제부터 아침마다 할아버지 업어 드리려고요.”
“어이쿠. 우리 지호가 갑자기 왜 그럴까?”
“할아버지한테 효도 좀 하려고요. 헤헤.”
“효도라니?”
“다음 달에 한자 경시대회 있어서 공부하는데, ‘효도 효’자가 자식이 부모를 업어주는 글자래요.” 그리고 손가락으로 방바닥에 크게 글씨를 썼다.
‘孝’ -73쪽
이 책은 어린이들이 지호를 통해 ‘효도’란 어렵지 않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몸과 마음이 아프신 할아버지 밥 위에 반찬 얹어 드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자주 안아주는 지호와 동일시하면서 어린이들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효도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7세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노경실작가님의 효를 실천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1. 할머니, 할아버지(부모님)을 매일 한 번씩 꼭 안아드리세요. 2. 내 일은 내가 스스로 챙겨서 해요. 3. 내 몸, 내 마음을 건강하게 가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