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공부 시로 하면 쉽다
역사 공부 시로 하면 쉽다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06.0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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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준의 <시로 읽자, 우리 역사>

"너무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버린 한국 근현대사를 이해하는데 시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 시는 복잡한 역사의 덤불을 뚫고 단번에 비수처럼 우리의 심장에 파고드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학자 한홍구
 
[북데일리]<시로 읽자 우리역사>(창비.2013)는 우리 근현대사를 시를 통해 볼 수 있다. 책은 동학농민운동부터 현대 다문화 사회까지 총 19개의 장으로 나눠 놓고 각 장마다 역사와 관련 시를 배치해 놓았다. 역사 속에 시의 고유 영역인 '비유와 상징'으로 그물코를 지어 새롭게 풀어 당시 시대와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눈 내리는 만경 들 건너 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 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오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봉준이/ 풀잎들이 북항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중략)// 그대 떠나기 전에 우리는/ 목쉰 그대의 칼집도 찾아 주지 못하고/ 조선 호랑이처럼 모여 울어 주지도 못하였네/ 그보다도 더운 국밥 한 그릇 말아 주지 못하였네/ 못다한 그 사랑 원망이라도 하듯/ 속절없이 눈발은 그치지 않고/ 한 자세 세치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려오나니"-안도현의('서울로 가는 전봉준全琫準') 부분
 
 첫 주제 자유와 해방을 향해 나아가다'에서 저자는 동학농민운동과 안도현 시인의 데뷔작으로 풀어낸다. 책은 전봉준이 전쟁에 패해 관군에게 잡혀 서울로 압송되는 사진과 함께 역사적 사건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시에서처럼 '해진 짚신과 상투 하나 떠 가'는 전봉준의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역사는 흘러가버린 과거가 아니라 면면 이어지는 상처의 현재라는 걸 한용운의 시에서도 알려준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중략)//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눈이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 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중략)/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 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의('님의 침묵')부분
 
 저자는 민족운동가로 살았던 한용운의 삶에 근거해 시 속 '님'을 잃어버린 조국으로 한정한다. 시인에게 나라를 잃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삶이 아닐까로 해석한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식민지인으로서 자유와 해방을 향한 민중의 몸부림을 민을 향한 애절함으로 행간에서 읽히게 한다.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 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중략)//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 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김수영의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부분
 
 두 번째 주제 '분단과 독재의 굴레에 저항하다' 중 5.16 군사정변과 박정희 정권으로 인해 억압된 민주주의의 큰 뜻을 김수영의 시에 승화시킨다. 시에 나타난 화자는 비굴함에 분개하고 가슴을 쥐어짜면서 권력에 맞서 강렬한 현실 비판의식을 보여 준다
 
 체육대회 하는 동남아인 노동자들이/ 운동장 가 백양나무 아래 자리 펴고 앉아/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중략)// 비에트나미즈는 천천히 머고/ 필리피노는 빨리 먹고/ 네팔리는 한번에 많이 먹고/ 타이랜더는 한 번 더 먹고/ 미얀마리즈는 골고루 먹고/(중략)// 일본에서 수입된 버너에/ 미국에서 수입된 쇠고기를 구워/ 중국에서 수입된 나무젓가락으로 집어/ 한 입 씹는 동안//(중략)//중국으로 수출되는 과자 굽는 자신을 잊었다./ 이렇게 모여 놀고 함께 끼니 들며/ 나 어린 어머니들은 갓난아기들에게 우유를 먹이고/ 나든 어머니들은 어린아이들에게 김밥을 먹였다/ 혼자 먹으면서도 여럿이 먹는 성찬이었다/ 백양나무들이 운동장 가운데로 그늘을 넓게 퍼 뜨렸다."-하종오의(야외 공동 식사')부분
 
 저자는 하종오 시인의 시를 통해 인종과 국경을 넘어 한국의 다문화 사회의 현주소임을 보여준다. 시는 코리안 드림을 좇아 이주한 노동자들의 힘든 삶을 보여주며 그들의 밥 굶지 않는 소박한 바람을 보여준다. 저자는 다채로운 근현대사의 모습을 시에 반영하면서 어디까지나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방식일 뿐이라고 주의를 준다. 시와 역사적 사실의 만남은 암기위주의 역사 수업에서 벗어나 문학적 감성까지 접할 수 있으니 청소년들에게 신선한 입문서가 아닐까 싶다.<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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