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미친 듯이 스키니진을 찢어라
때론 미친 듯이 스키니진을 찢어라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4.05.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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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고민이 녹아있는 작품

 [북데일리] 세상은 아이들을 길들인다. 일류대학, 엄친아, 유명상표, 큰키 등에 아이들을 가두고 압박하기도 한다. 세상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인생에서 낙오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마치  체격이 다른 아이들이 똑같은 크기의  스키니진을  입고 있는 것처럼 불편하고 숨이 막힌다. 아이들은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할까.

<스키니진 길들이기>(김정미외 3인. 푸른책들2014)는 12회 푸른문학상 작품 3편과 전년도 수상작 1편이 실렸다. 표지사진이 신선하다. 똑같은 스키니진을 입은 아이들의 모습은 개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록달록 색깔은 다르다.
 
대표작인 <스키니진 길들이기>는 다이어트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청소년들의 고민을 발랄하게 풍자했다.
 
“어라? 한번 해보자, 그래”
나는 미친사람처럼 스키니진을 찢어댔다. 팬티 차림으로 스키니진을 찢는 내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헐크녀’라고 놀렸을 것이다. (중략)그러거나 말거나 난 스키니진을 찢는 데 온 정신을 몰두했다. 지금 이걸 찢어 버리지 않으면 지구가 멸망이라도 할 것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손을 놀렸다. 혹시 내 머리가 이상해진 것은 아니까? 아 몰라, 찢자! 찢자! 바지는 금세 너덜너덜해졌다. -51쪽
 
바지를 찢어대는 장면이 통쾌하다. 입지 못할 바지에 미련을 두지 않고 드드득 찢어버리는 송희의 모습이 상상이 되면서 기분까지 후련해진다. 남자친구가 준 S사이즈 분홍 스키니진에 자신의 몸을 길들이지 않는 모습이 자신을 누군가에게 길들이지 않으려는 몸짓이다.
 
<어느 별 태양>은 사이클 선수였던 윤 어느 날, 사이클을 타고 가다 골목을 돌다 한 할머니를 놀라게 하는 바람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윤호의 부모님은 집을 정리해 보상금을 지불하고 윤호는 사이클을 포기한다. 자책감에 시달리던 윤호는 학교도 옮기고, 고등학교도 공고를 가면서 회피하는 삶을 산다.
 
동네아저씨가 윤호에게 말한다.
“난 술보다 콜라가 더 좋더라. 내가 술보다 콜라를 더 좋아하는 것처럼 내가 이 세상에서는 태양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행성에는 태양일 줄 누가 알겠냐.” 이 말에 윤호는 바이크를 타고 달린다. 자신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태양이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발견한다.
 
그저 달렸다. 소리가 멀어지자 신기할 정도로 온몸의 감각이 살아났다.(중략) 미세하게 흔들리던 내 심장이 파닥거렸다. 파닥파닥, 파닥파닥. 쿵쾅거리는 움직임이 아니다.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의 몸짓처럼 내 속에 숨어 있던 심장이 파닥거렸다. 우아한 몸짓도 아니다. 이것은 살기 위해 파닥거리는 심장의 움직임이었다.-86쪽
 
불의의 사고로 상처 입은 윤호의 차가운 심장이 데워지는 순간이다. 이제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찾아갈 힘을 얻는다. 더 이상 회피하지 않고 추운 삶의 고비를 잘 넘기리라 다짐한다.
 
하늘에는 태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내 눈에 태양도 달도 구름도 아닌 별 하나가 맺힌다. (중략) 나는 그 별과 눈을 맞춘다. 아침이 될 때까지만 누워 있자. 조금 추워도 얼어 죽을 정도는 아니야-88쪽
 
이밖에도 소심한 소년이 자존감을 찾아가는 <파쿠르 소년 홍길동>과 지긋지긋한 집과 아빠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다희의 이야기가 담긴 <링반데롱>도 독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10대 아이들의 날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상처 받으면서도 사랑 받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읽으면 아이 심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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