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밥상처럼 정이 담긴 동화집
둥근 밥상처럼 정이 담긴 동화집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4.05.07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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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지난 자리에는 행복한 기억이...

[북데일리] 여럿이 둘러 앉아 먹는 둥근 밥상은 반찬 한두 가지만 있어도 꿀맛이다. 밥상 앞에서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가 반찬이고 함께 달그락거리는 숟가락과 젓가락 소리가 사람들 마음을 묶어주기 때문이다. 식탁에서 혼자 밥을 먹거나 빵을 먹거나 편의점에서 대충 때우는 아이들이 많은 요즘이다.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둥근 밥상 같은 동화가 그립다.

<바람으로 남은 엄마>(박상률. 휴먼어린이)는 아이와 어른 그리고 자연이 다 함께 어울려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모두 여섯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표지가 예쁘다. 책 제목은 아이들이 크레파스로 쓴 글씨처럼 예쁘다. 제목에 붙어 있는 재치있는 참새 그림도 앙증맞다.

은지는 남동생과 병든 할아버지와 살고 있다. 아빠와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엄마는 도시로 돈 벌러 가서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은지는 어린 초등학생이면서 고사리 손으로 배추밭에 나가 배추도 묶고 겨울이면 하우스에 나가 일을 하여 가정살림에 보탠다. 몇 년 만에 엄마가 찾아오자 은지는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목 너머로 삼킨다.

바람이 불 때면 혹시나 그 속에서 엄마 냄새라도 묻어 있지 않을까 하여 괜스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러나 자기의 약한 모습을 은규가 볼세라 얼른 밝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가을이 깊어지자 배추밭 일도 거의 끝나고 은지도 더욱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어른들 틈에서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또래들보다 훨씬 성숙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76쪽.

은지는 어린나이에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을까. 바람 속에서 엄마냄새를 맡아보는 은지의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할아버지와 남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은지는 일찌감치 어른이 되어버렸다. 동생 앞에서 어른 노릇을 해야 하고 어른들 틈에서 일을 해야 하므로 은지는 눈물을 흘리는 법 없이 삼키기만 하나보다.

몇 년 만에 나타난 엄마는 은지에게 ‘착한 아저씨와 결혼하고 은지의 동생도 낳았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같이 서울로 올라가서 살자’라고 하지만 은지는 엄마와 함께 가지 않습니다.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은지는 엄마의 앞날에 은지남매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느낌으로 알았기 때문입니다.

은지는 엄마를 홀가분하게 해주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벽에 서둘러 바람만 남기고 간 엄마를 오히려 걱정지만 꾹꾹 눌러두었던 눈물이 흘러내린다. 겉으로는 어른처럼 행동했지만 마음은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은 아이의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은지는 바람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바람아 돌아와~'

이 밖에도 엄마를 바다에서 잃은 숙이, 다친 노루와 우정을 나누는 석이, 우리 쌀을 지키기에 앞장선 허수아비와 허수아들, 폐지 줍는 일을 하며 꿋꿋이 살아가는 연지의 이야기가 가슴 뭉클하게 펼쳐진다.

갈수록 아이들이 혼자 밥 먹고 인터넷으로 혼자 공부하고 혼자 티비 보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막상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사람과 자연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은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통해 다함께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저자의 다음과 같은 한 마디가 마음을 울린다.

‘우리는 공동체적 삶을 살아야 합니다. 너 몰라라 나 몰라라 하는 개인주의 삶이 아닙니다. 사람만이 아니라 목숨 있는 것은 무엇이든 다 알고 다 함께 사는 삶이 그립습니다.’-머릿말 <이수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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