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이윤기 선생의 십팔번
[책속의 지식] 이윤기 선생의 십팔번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4.04.17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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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부자들>중에서

  [북데일리] 류근 시인은 김광석의 노랫말을 쓴 시인으로 유명한, 자칭 '통속 연애 시인'이다. 고 이윤기 선생과의 십팔번에 대한 이야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저널리스트 겸 문화 평론가인 조우석이 쓴 인터뷰집 <인생부자들>(중앙m&b. 2014)에 소개된 내용이다. 아래 글은 류근의 첫 산문집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의 서문에 등장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소설가이자 탁월한 신화학자로 잘 알려진 이윤기 선생님은 생전에 나와 마주치면 절대로 류근과는 노래방에 가지 않겠다고 힘주어 결심의 일단을 외치곤 하셨다. 술을 마시다가도 노래방 안 가! 식사를 하시다가다도 노래방 안 가! 옛이야기를 하시다가도 노래방 안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자동으로 노래방 안 가!……셨다. 참 이상하고 죄송하게도 선생님과 어울려 노래방에만 가면 예외 없이 다투게 되었던 것이니, 서로 선호하는 노래가 황당할 만큼이나 똑같았다. 소위 말해 서로의 십팔번이 거의 공개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건 뭐, 애나 어른이나 할 거 없이 서로 누가 먼저 상대방의 나와바리를 깨부수느냐 경쟁에 골몰하게 되었던 것인데, 아무래도 한 살이라도 젊은 놈인 내가 승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중략) 나에게 또 노래를 뺏겨서 씩씩 소년처럼 숨을 몰아쉬시다가 정 아니 되겠다 싶으면 주머니에서 만 원 지폐 한 장을 꺼내서 내 손에 쥐어 주시며 진정으로 애원하셨다. 류 형! 만 원 줄 테니 그 노래만은 부디 나에게 양보하시게! 오늘, 비 오는 거리에서 문득 이윤기 선생님 생각이 난다. 그날 만 원의 유혹을 뿌리치고 끝끝내 양보하지 않았던 노래는 황금심의 <외로운 가로등>이었다." (p.187~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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