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전쟁이자 어머니 손길
시는 전쟁이자 어머니 손길
  • 노수진 기자
  • 승인 2014.04.07 0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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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왜 쓸까....시인으로 산다는 것

[북데일리]<추천> 표지에 ‘詩人’이라는 글씨가 눈에 띈다. 제목이 <詩人>인지 <시인으로 산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답은 후자다. 앞의 詩人은 도안, 그림이다. 표지 그림에 시인들의 얼굴이 들어있다.

<시인으로 산다는 것>(문학사상. 2014)은 제목이 내용이다. 우리시대 시인 20명이 말하는 시와 삶에 관한 책이다. 서문에 나온 글이 눈길을 끈다.

‘작가 화가 음악가 등은 ‘집 가家’를 쓰고, 가수 목수 등은 ‘손 수手’를 쓴다. 그런가 하면 의사 교사 목사 등은 ‘스승 사師’를 쓰고, 변호사 박사 회계사 등은 ‘선비 사士’를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시인은 같은 문학 분야에서도 작가 소설가 평론가처럼 시가詩家라 하지 않고 ‘사람 인人’을 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문학평론가 권영민의 책 소개 글이다. 그 까닭에 대해 시인들이 답한다. 더불어 시인은 왜 시를 쓸까, 시인에게 시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다. 그 이유는 다채롭다. 갑자기 시를 쓰고 싶어서 쓰는가 하면, 청탁을 받고 시를 쓰는 경우도 있으며,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시를 쓰기도 한다.

또한 시는 전쟁(장석주)이고, ‘외마디 비명’(허연)이며, 시를 쓰는 것은 위대한 탐험(박정대)이다. 김언 시인은 죽음이 두려워서 시를 쓴다.

시인에게 시는 운명이다. 정병근 시인 은 “내 인생은 시로 망쳤다.”고 토로한다. 뒤에 이런 말을 덧붙인다. “무엇으로든 망치지 않은 인생이 있으랴.“ 맞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와 무관한 삶을 사는 보통 사람에게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시론은 두 시인의 말이 아닐까 싶다.

“무언가 쫓겨 늘 바지런히 앞만 보고 걷다가 무심코 뒤돌아보면 거기 시가 땀에 젖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날들이 많았다. 그런 시가 안쓰러워 떨쳐내지 못하고 조강지처인 양 여직 품어 다니고 있다.”(이재무)

‘내가 죽어갈 때까지 내 상처를 치유해주는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 같은 것일 뿐이다.“(정호승)

시인이 딱딱한 칠판에 쓰는 시작론詩作論 강의가 아닌 솔직하게 강둑에 나란히 앉아 털어놓는 듯한 자기고백의 글들이다. 짧고 응축된 시인들의 글인 만큼 문장이 수려한 점 또한 미덕이다.

다시, 시인은 누구인가. 새벽이면 창가에 쪼그리고 앉아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는 이들이다. 시간의 이빨을 견디며 생명의 물주기를 놓지 않는 자들이다. (정끝별) 278쪽

시를 쓰는 일은 세상의 경이로움을 느끼는 일이다. 장석주 시인이 말하는, 시가 전쟁인 까닭이다.

생명의 경이로 가득 차 약동하는 세계를! 박새, 버드나무, 비비추의 푸른 싹들, 토마토, 흐린 날, 빗소리, 뱀, 날도래, 반딧불이, 별, 바람, 모란과 작약, 여자들의 미소 그리고 모든 죽어가는 것들. 그것들에 반응하는 피의 자연스러운 분출이다. 262쪽

시인詩人은 말言로써 절寺을 짓는 사람人이다.  오래 되었어도 딱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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