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탕에서 놀란 스튜어디스
혼탕에서 놀란 스튜어디스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4.04.03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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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디스의 여행 다이어리

[북데일리] 거의 매일 수많은 여행 관련 책이 쏟아져 나오는 이즈음. <발길 닿는 곳마다 인연이었네>(벗나래. 2014)는 항공사에 다니는 한 스튜어디스의 여행기를 담은 책이다. 여행지는 요르단, 독일, 예맨, 베트남, 이탈리아, 모스크바, 스위스 등 30여개 국이다.

그녀는 대학 때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난생 처음 해외여행을 떠났다. 그때 받은 문화적 충격이후 그녀는 ‘자신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해외여행을 나섰다. 그리고 그녀는 스튜어디스가 되었다. 비행이 끝나 기착지에 도착하면 쉬지 않고 현지 여행을 떠났다. 그녀가 독일 남서부에 위치한 온천 마을 비스바덴Wiesbaden 을 여행했을 때다. 독일은 의료보험으로도 온천욕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여가생활 뿐만 아니라 치료의 한 가지 방법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좀 충격적인 것은 음료수를 파는 사람이 남자라는 것이다. 그러니 여자들만 있어도 가끔 남자가 음료수 주문을 받거나 사우나장 안으로 들어오면 놀라지 말지어다. 사실 나는 이전에 프랑크푸르트의 한 호텔에서 사우나를 즐기다가 벌거벗은 남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기겁해서 밖으로 뛰쳐나온 적이 있었다. 뛰는 가슴을 안고 “왜 사우나에 남자가 들어와요?”라고 물었더니 나 같은 사람을 보는 게 더 놀랍다는 듯 직원은 독일 사우나장은 다 혼탕이라고 웃으며 대답했었다.” (p.30)

책에는 홍콩을 여행할 때 함께 버스를 탔던 독일 남자들과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들은 한국에 대한 지식이 꽤나 많았다고. 특히 욀트제라는 사람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제일 좋아한다며, 한국 책도 추천해 달라고 했단다. 그 때 그녀가 추천한 책은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

“박경리의 <토지>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등 수많은 책들 중에서 나는 무슨 생각으로 <발가락이 닮았다>를 추천했을까? 한때 국문학도였던 나의 참 센스 없는 대답이었다고 혼자 되뇌었다.” (p.88)

여러 매체들의 찬사로 인해 러시아 모스크바의 지하철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기대를 깰 만한 이야기도 있다.

“(모스크바의 지하철을) 직접 마주하니 멋있다기보다는 오래되고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구소련 시대의 복장을 한 공안들이 진을 치고 있어 무섭기까지 하다. 서유럽 경찰들을 보면 ‘아, 경찰이 있으니 안전하겠구나!’라고 마음이 편해지는 반면, 모스크바 경찰들은 ‘갑자기 경찰이 여권을 보여 달라며 잡아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중략)

지하철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달릴 뿐만 아니라 문도 빨리 닫히고, 빨리 출발한다. 술병 하나씩을 들고 괴성을 지르는 젊은이들 사이로 바닥에는 술병들이 굴러다닌다. 지하철에 동양인은 나 하나뿐이다.“ (p.172)

그녀는 여행이야말로 세계인에 걸맞는 안목을 심어주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며, 삶까지 변화시킨다고 말한다. 힘든 비행으로 지쳐 있을 때에도 새로운 곳을 경험하고자 노력한 것, 현지를 직접 체험해 보려고 대부분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했다는 점은 대단하다. 하지만 책은 여행에 대한 대단한 정보를 전달하거나 감동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 그야말로 자신의 여행담을 적은 시시콜콜한 여행 일기 같다. 그나마 그녀가 휴대폰과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다는 여행지 사진들을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 듯. <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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