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짓 하나 잘못하면 대형사건
손짓 하나 잘못하면 대형사건
  • 한지태 기자
  • 승인 2013.07.18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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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한 관심 속으로 이끄는 <손짓 그 상식을 뒤엎는 이야기>

[북데일리] ‘노래를 부르며 두 발을 관객을 향해 정면으로 내민다. 관객들은 그 모습을 보고 더 크게 함성을 지르며 환호한다.’

유브이(UV)의 공연 모습이다. 멤버 유세윤이 짓궂은 그 행동을 동남아시아에서 한다면 큰 사단이 날 것이다. 태국뿐 아니라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네팔 등지의 힌두교와 이슬람 지역에서는 발바닥이 상대를 향하는 일은 커다란 모욕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도에서의 ‘예’와 ‘아니요’란 의사 표시는 우리들과 정반대다. 고개를 옆으로 흔드는 것은 ‘예’에 해당하는 승낙의 표시이며 앞뒤로 끄덕이는 것은 ‘아니요’라는 거절의 표시다.

<손짓 그 상식을 뒤엎는 이야기>(바이북스. 이노미)는 제목처럼 우리를 비상한 관심 속으로 이끄는 손짓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흔히 바디랭귀지라 불리는 몸 언어 중 손짓은 얼굴 표정과 함께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종종 손짓은 언어보다 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발휘하기도 한다.

 손짓 언어는 문화적 토양을 바탕으로 생성되는 상징 체계이기에, 서로 다른 문화권 출신의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손짓 언어를 사용할 경우, 손짓 언어의 불일치로 인한 ‘문화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바로 이 책이 그 갈등을 막아준다. 관련 정보를 많이 실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고다’, ‘좋다’의 의미로 엄지를 치켜세우는 손동작이 중동 지역에서는 상대방을 모욕하는 욕설 동작이며, 인도에서는 고개를 앞뒤로 끄덕이면 ‘예’가 아닌 ‘아니요’라는 의미를 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자 친구’라는 의미로 새끼손가락을 흔드는 동작이 있는데, 이 동작을 중국인에게 하면 ‘당신 참 무능하다’라는 의미가 된다.

더 놀라운 일은 1992년 미국 LA 폭동 이야기다. 저자는 당시 흑인들이 한인 사회에 적대감을 보인 데에는 이러한 문화 갈등이 잠재적인 배경이 되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물건을 사러 온 흑인들은 한국인 가게 주인이 시선을 피하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혹시 모멸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인종 차별적 행위라고 말이다.

우리는 낯선 이를 똑바로 쳐다보는 행위가 실례일 수 있음을 안다. 그러나 흑인들은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바로 이점이 흑인 사회가 한국인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된 한 요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책은 우리의 손짓 문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한다.

‘한국의 손짓 언어에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동작이 많고, 대규모 시위 등에서 궐기와 단합을 위한 손동작도 많이 사용된다. 또 학교나 군대, 종교 집단, 관공서 등 특정 조직체의 행사 의식을 위한 동작이 많다(국기 의례의 경우,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만 두드러지게 사용되며, 양팔을 머리 위로 높이 올리는 만세 동작은 한국과 일본에서만 사용된다).’ 본문 중

저자는 “유달리 우리나라에 감정을 표현하는 손짓 언어가 많다”며 이를 과거 군사정권을 비롯한 시대적 상황이 낳은 불안감이나 두려움, 즉 사회의 ‘높은 불확실성’에서 원인을 찾는다.

손짓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재미있는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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