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제가 고쳤으니 따라해보세요"
"게으름, 제가 고쳤으니 따라해보세요"
  • 북데일리
  • 승인 2007.02.27 1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굿바이, 게으름’ 펴낸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 씨

[북데일리] `시험 전날에 밤을 새며 공부하는 학생, 보고서 제출 기한이 임박해서야 준비에 열을 올리는 직장인…`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벼락치기’의 전형들이다.

궁지에 몰린 경우, 우리 몸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을 극복하고자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짧은 시간에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되는 이유다. 하지만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40) 씨는 “이러한 긍정적 효과는 벼락치기가 반복될수록 그 약발이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똥줄 의존증이 지속되면 일을 끝내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져도 긴장하지 않게 되죠. 아드레날린의 과다분비 덕에 집중력이 높아졌는데 어느 틈엔가 우리 몸이 이에 적응해 점차 효과가 약해지는 겁니다. 결국 나중엔 기한 내에 완수를 못하거나 일을 대충 처리하게 되는 등, 문제점이 발생하게 되요. 의학적으로는 내성이 생겨난 셈입니다.”

엉뚱한 단어 ‘똥줄 의존증’이란 똥줄이 타는 상황, 즉 긴장이 고조된 순간에 평소보다 좋은 실력이 나타나는 데 의존해 할 일을 막판까지 미뤄두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 문 씨가 저서 <굿바이, 게으름>(더난출판. 2007)에서 처음 사용했다.

“서둘러 일을 처리하는 것 역시 게으름의 일종입니다. 대개 서두름은 할 일을 제 때 하지 않은 게으름 뒤에 이어지는 행동이기 때문이죠.”

벼락치기는 게으름을 부린 결과이기에 동일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말이다. 이전까지 움직이느냐 움직이지 않느냐, 활동량으로만 구분되던 게으름에 대해 색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

<굿바이, 게으름>에서는 더욱 다채로운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책은 게으름의 정의부터 양상, 원인, 해결책까지 게으름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게으름은 ‘위장의 귀재’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문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게으름은 어느 시대 어떤 상황을 막론하고 비난의 대상이 돼왔습니다. 따라서 노골적으로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은 드물어요. 중요한 일을 미뤄두고 덜 중요한 일에 매달리는 등, 다른 방식으로 게으름을 ‘위장’하는 거죠.”

그에 따르면 ▲시작 전에 꾸물거리기 ▲약속 어기기 ▲눈앞에 닥친 중요한 문제를 회피하고 나중에 해도 되는 사소한 문제를 잡고 많은 시간을 보내기(딴짓 하기) ▲현실에서 물러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경우가 모두 게으름에서 비롯된 양상이라고 한다.

“저 역시 게으름 환자였습니다.”

<굿바이, 게으름>은 자기계발서를 표방하고 있지만 기존에 나와있는 서적과는 조금 다르다. 문 씨는 정신과 전문의답게 심리학과 정신의학, 그리고 자기계발의 적극적인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내용은 결코 어렵지 않다. 저자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쉽게 서술한 덕분이다.

“마음 속으로 늘 제가 게으르다고 여겼어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다들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죠. 즉 저는 ‘바쁜’ 게으름뱅이였던 겁니다.”

문 씨는 몇 해 전까지 그저 주어진 일에만 매달려왔다. 방향성, 목적을 상실한 삶이었다. 바쁘게 살았다 한들 인생 전반에서 보자면 결국 게으름을 부린 셈이다. 변화의 계기는 아이가 태어나 부모가 된 순간에 찾아왔다. ‘계속 이렇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할 수 있었다.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한 핵심도 여기에 있다. 그는 “삶의 방향을 자기실현으로 잡아야 한다”며 “긴 안목을 가지고,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며, 작은 실천을 이어나간다면 게으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자살에 대한 문제가 급증하고 있잖아요. 원인으로 우울증이 자주 언급되죠. 사실 우울증과 게으름은 맞닿아 있어요. 심리적인 측면에서만 보자면 둘 다 원인이 자기상실에 있거든요. 자기로서 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흉내 내는 삶이 우리를 지치게 만들고 게으름에 빠뜨리게 하는 거죠. 우울증 역시 마찬가지에요.”

그렇다면 나를 찾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책에는 총 10가지 실천지침이 제시돼 있다. 이 중 문 씨가 강력 추천한 ‘마스터 키’는 다름아닌 일기다.

“일상에서 지킬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이죠. 제 자신을 통해 검증했기에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습니다.”

쓰는 방식은 간단하다. 5가지 질문을 설정하고 이에 대한 답을 적어내려 가면 된다. 단 긍정적인 경험이나 성취에 대해 물어야 한다. ‘오늘 감사할 일은’ ‘오늘 내가 가장 잘 한 일은’ 등이 문 씨가 예로 든 문항들이다.

“초기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자신을 칭찬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원하는 미래상을 정할 수 있고,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도 느낄 수 있어요.”

게으름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고민했던 사람이라면 귀 기울일만한 대목이다.

지금 당신은 어떠한가. 평일엔 늘 시간이 없다며 투덜대고 정작 주말엔 텔레비전 앞에서 멍하니 드러누워 있지는 않은가. 방향성 없이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늘 바빠 보이지만 실속은 없는 당신이라면 <굿바이, 게으름>의 일독을 권한다.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자신과 직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