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교육이 무엇인지 묻는 책
진짜 교육이 무엇인지 묻는 책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6.17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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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교사의 솔직한 마음

[북데일리] <우리는 맨손으로 학교 간다>(2013.양철북)는 1983년부터 2011년까지 글쓰기회 선생님들이 30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느낀 일기들이다. 1부 <교실에서, 골목길에서 아이들과 함께>는 말 그대로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하는 하루하루를 보여준다. 그러니까 학교에서 수업을 하면서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놀면서 야외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과 보내며 관찰한 것들이다. 교실 밖으로 나와 들에 피는 꽃들을 직접 만지고 골목을 거닐고 혼자 사는 할머니를 걱정하는 아이들의 착한 마음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선생님의 눈에 비친 아이들의 순수한 행동들이 글 속에서 살아나는 듯하다.

 일주일에 하루 텔레비전을 안 보는 날을 정하고 아이들이 어떻게 그 하루를 보냈는지에 대한 2002년의 글은 무척 인상적이다. ‘텔레비전 안 보는 날’이란 제목의 아이의 솔직한 일기는 이렇다.

 ‘텔레비전을 안 보니 참 답답하고 보고 싶다. 오자마자 줄넘기하고 신문지 가져다 꾸기는 놀이도 하고 집에 와 물과 얼음도 먹어 보고 그 다음 음악 감상을 하고 방바닥도 쓸고 공부도 하고 밖에 나가 놀고 엄마 따라 미용실이 있는 곳에 내려가 보고 참 별일을 다 했다. 틈나면 슈퍼에 있는 텔레비전을 보고 싶어 다시 눈을 돌린다. 참 어렵다. 텔레비전을 안 보는 건 말이다.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다. 한 번만 더 하면 답답해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다.’ (151쪽)

 놀이의 중요성을 알지만 아이들이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란 어렵다. 지금이라면 휴대폰 사용 하지 않는 날로 해야 할 것이다. 과연 아이들은 이런 숙제를 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책엔 빼빼로데이를 없애기 위해 아이들이 직접 홍보 문구를 작성하고 만든 포스터를 벽에 붙이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이런 교육이야 말로 참 교육일 것이다.

 2부 <글쓰기 하며 마음을 나누고>는 글쓰기를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려는 마음이다.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이 글쓰기를 통해 속상한 마음을 풀어내고 그 마음을 어루만지는 선생님의 글이 함께 한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을 대하는 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았으면 연구실에 쌓인 교과서를 주고,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았으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준다. 숙제를 해 오지 않았으면 그 까닭을 묻는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다음 날까지 해오라고 말한다. 컴퓨터가 없어서 숙제를 할 수 없는 아이들은 학교 마친 뒤 남겨서 함께 숙제를 한다. 지각을 했다고 겁을 먹고 울면서 들어오는 아이에게는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지각한 이야기를 해 준다. 내가 늘 이렇게 행동하는 건 아니다. 화부터 낼 때가 많지만 되도록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224쪽)

 이 책에 수록된 일기는 잘 쓴 글만 모아놓은 건 아니다. 솔직하고 진솔한 글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일기란 하루의 일과를 기록하는 동시에 그 날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든다.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즐겁게 공부하고 생활할 수 있을까 노력하는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진짜 교육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만드는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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