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과 밭에서는 무슨 일이?
그 사과 밭에서는 무슨 일이?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5.24 0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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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이 아닌 '참맛' 사과가 되거라

[북데일리] 동화책이지만 어른들도 함께 읽고 생각해볼 만한 책이 나왔다. <그 사과밭에 생긴 일>(청개구리. 2013)은 저학년용으로 쓰여진 동화다. 작가는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일을 동화로 썼다고 전한다.

‘토돌이’ 할아버지가 병이 났다. 눈이 침침하고 귀가 잘 안 들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도 콱 막힌다고 하신다. ‘참맛사과’만 먹으면 금방 나을 것 같다는 말씀에, 토돌이는 과일가게로 달려가지만 진짜배기는 없고 짝퉁사과 뿐이다. 짝퉁사과는 빤질빤질한 게 겉보기에만 좋고 몸에는 해롭다.

“토돌이의 눈앞에는 사과를 맛있게 드시는 할아버지 모습이 떠오릅니다. 일하는 틈틈이 또는 느긋하게 쉬면서, 참맛사과를 몇 쪽 씩 즐기는 것은 할아버지 생활의 큰 기쁨이었어요. 사과의 맛을 가만히 음미하며, 할아버지는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이거나 때론 무릎을 치곤 하셨지요.

사과가 그렇게 맛있나 싶어서 토돌이도 먹어 보았지만 별맛을 느낄 수 없었어요. 달지도 않고 좀 딱딱하기도 했어요. 먹고 난 뒤 싱싱한 향기가 입 안에 오래 남긴 했지만요.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어요.”

토돌이가 솔직히 말하자, 할아버지는 자연의 맛이라서 그렇다고 하셨어요. 음료수는 강한 맛과 향으로 입맛을 확 끌지만 몸에 안 좋고, 물은 맛과 향은 느낄 수 없지만 생명을 살리는 힘이 있다고요.

“참맛사과는 맑은 물과 같단다. 자연 농법만 고집한 사과라서, 먹을수록 눈이 환해지고 귀가 밝아지지. 그래서 세상이 더 잘 보이고,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된단다.” (p14~p15)

참맛사과밭에 ‘막무가내 내꼬야 사장’이 새로 오기 전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새로 온 사장은 매출 량을 늘리기 위해 그간 이용해온 자연 농법이 아닌 ‘조은게 조타’ 농법으로 바꾸고 만다. 게다가 여기에 반발하는 농장 일꾼들을 몽땅 내쫓아 버리고, ‘네네 일꾼’과 ‘알께모야 일꾼’을 데려다 짝퉁사과를 생산한다. 참맛사과 일꾼들은 그 사과를 지키기 위해 농성를 하고, 참맛사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임 ‘참사모’를 만들어 그들과 함께한다. 드디어 ‘참맛상큼’ 사과밭이 새로 만들어지고, 토돌이는 할아버지를 위해 그 사과를 사들고 집에 온다.

“싱싱한 사과 향에 토돌이의 코는 저절로 벌름벌름, 아삭아삭한 맛을 떠올리자 입 안엔 침이 고였어요. 할아버지와 한 쪽 두 쪽 나눠 먹는 사이, 어느새 참맛상큼 사과의 맛을 즐기게 된 토돌이거든요.

무엇보다 참맛상큼 사과밭에는 토돌이의 사과나무가 있어요. 가득 찬 저금통을 털어 토돌이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샀거든요. 어쩌면 이 사과는 바로, 그 나무의 열매인지도 모르지요?“ (p50~p52)

이 책은 그림책에 익숙한 아이들이 글 위주의 이야기책을 보기 직전에 읽기 좋다. 글과 그림이 적당히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린 아이들에게 친숙한 동물을 의인화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어른 입장에서 보면 눈앞의 이익을 위해 탐욕을 부리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어 부끄럽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 함께 하는 사회, 정의로운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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