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은행'에 관한 흥미로운 여행
'돈과 은행'에 관한 흥미로운 여행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5.09 2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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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오디세이>....한국은행 간부가 집필

“아빠, 돈이 뭐예요?”

[북데일리]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은 아버지 돔비는 잠시 뜸을 들였다.

“돈이 뭐냐고, 폴? 지금 돈이 궁금하다는 거니?” (중략)

돔비의 머릿속에는 지급수단, 시중자금, 화폐가치, 주화, 지페, 환율 등 수많은 단어가 지나갔다. 이중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해서 한참 동안 아들을 내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말이다, 금화, 은화, 동전, 기니, 실링, 펜스...... 이런 것들이 돈이지. 너도 다 알고 있지 않니?”

“그건 저도 알아요.” 아들 폴이 대답했다. “저는 그게 궁금한 게 아니구요, 아빠, 그래서 돈이란 도대체 무엇이냐는 거예요. 돈이 무얼하는 거지요?” (p30, 찰스 디킨스 <돔비 부자>중에서 재인용)

<금융 오디세이>(인물과사상사. 2013)는 폴의 질문에 대한 답을 담은 책이다. 돈이 도대체 무엇인지, 은행은 어디서 어떤 이유로 탄생했고 중앙은행은 어떻게 돈을 발행하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한때 가장 우수하고 장래가 촉망받는 사람들의 집합소라고 여겨지던 뉴욕 맨해튼의 월가가 지금은 ‘만악의 근원이요, 탐욕의 소굴’로 비쳐지는 것이다. 그 계기는 말할 것도 없이 글로벌 금융위기다. 위험한 투자 끝에 파산 위기에 몰렸다가 국민의 세금으로 연명한 뒤에는 서민 대출을 회수하기 바쁜 금융기관의 이미지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악덕 대금업자 샤일록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p16~p17)

저자 차현진은 현재 한국은행 기획협력국장이다. ‘월가 점령 시위(Occupy Wall Street)' 당시 그는 뉴욕 맨해튼에서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은행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하여 은행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돈, 중앙은행, 그리고 그를 다루는 주체인 사람들을 주제로 글을 썼다.

1부는 돈의 기원, 돈에 대한 동서양간 생각의 차이와 돈의 철학에 대해 설명한다. 이어 2부는 유대인들의 대금업부터, 중세의 징세도급인과 상인, 그리고 지금의 은행이야기까지 자세히 들려준다.

“은행업의 원조는 비밀스럽게 운영되던 대금업이다. 처음에는 유대인이 독점했으나 그 사업의 이윤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기 직전부터는 각국의 일반 시민도 대금업에 뛰어들었다. 길거리에서 테이블을 깔고 호객 행위를 한 메디치 가문이 그 예다.” (p234)

마지막으로는 법률가와 경제학자, 사기꾼과 은행가, 대통령과 은행원 등 돈과 은행을 다루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존 애덤스와 케인즈의 이야기,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준 의장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까지 알 수 있다.

책은 ‘교환의 편리를 위해 돈이 발명되었다’는 단순한 지식을 뛰어넘어, 현대 경제에서 중요한 개념들을 조목 조목 설명한다. 또한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생각의 기회도 제공한다.

그는 자신의 글들을 ‘금융이라는 작은 주제에 초점을 맞춘 초보 수준의 미시사’라 칭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경제학을 잘 모르거나 금융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더구나 경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더불어 경제학을 뛰어넘는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그의 사유도 인상적이다. 2년 전 출간했다는 그의 전작 <숫자 없는 경제학>도 궁금해진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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