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로 암투병의 고통 견뎌
한시(漢詩)로 암투병의 고통 견뎌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4.11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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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혈액암 판정 받은 엄마의 성장일기

 

 [북데일리] <엄마는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2013. 한국경제시문사)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는 선고를 받은 이미아 기자의 이야기다.

 꿈꿨던 기자가 됐고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여 첫 딸을 낳았다. 거기다 둘째를 임신했다. 임신 7개월에 혈액암 판정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엄마라서 뱃속의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니 더 악착같이 암과 싸워서 이겨야만 했다.

 책은 암 투병기이자 엄마의 일기다. 혈액암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하면서 아이를 낳고 암을 이겨나가는 과정의 기록이다. 태어난 아이를 안아줄 수도 없고 첫 딸을 양육할 수도 없을 만큼 힘든 시간을 어떻게 견뎠는지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암이라는 질병에 대해 자신이 경험한 감정을 담았다. 독한 항암제 투여 후 머리를 삭발한 사진, 아들의 백일을 앞두고 입원을 해야 했을 때 병원에서 소란을 피운 일상까지 빼놓지 않는다.

 책을 통해 암 환자로 사는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그런 환자를 간호하고 지켜봐야 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읽는다. 암 환자 이전에 아이들의 엄마이며 아내, 딸이자 며느리이기에 죄책감이 드는 것이다. 아픈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를 상대로 화를 낼 수도 없고 적지 않은 치료비로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있어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결코 완벽한 엄마가 될 수는 없다. 그리고 굳이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다만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마음의 면역력’ 은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 같다. 그 힘을 주기 위해선 내가 먼저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길이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걷고 또 걸을 것이다. 나는 엄마니까.’ 70쪽

 보통의 암 투병기와 다른 점은 한시의 등장이다. 저자는 힘든 투병 생활을 한시를 통해 위로받았다고 말한다. 맹교, 두보, 도연명, 소동파 등 힘을 준 한시가 책에 함께 수록되었다. 항암 치료로 입원생활을 할 때 이백의 「행로난」의 이 부분을 읊조리며 용기를 냈다고 한다.

 ‘행로난행로난 (가는 길 어렵네, 가는 길 어렵네.) / 다기로 금안재 (갈림길이 이리 많은데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 장풍파랑회유시 (큰바람 불어와 파도를 헤쳐나갈그날이 온다면) / 직괘운범제창해 (구름 같은 돛 곧게 달고 푸른 바다를 건너가리.)’

 저자는 이 책을 성장기라 말한다. 암은 그녀에게 커다란 선물을 안겨준 것이다. 누구나 그런 시기를 보낸다. 시기와 다가오는 그 무엇이 다를 뿐이다. 넘어지고 무너질 때마다 나와 당신이 잊지 말아야 것은 저자의 언급한 대로 우리는 보석같이 소중한 존재라는 거다.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당신이라는 보석 말이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았든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흔적과 이야기를 남긴다. 누군가에겐 그 흔적이 시대를 뛰어 넘어 사랑받는 문학작품일 수도 있다. 살아생전에 남겨둔 재산이나 명예일 수도 있고 훌륭한 자식일 수도 있다. 또 비록 세상에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게 없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 수많은 사람에겐 각자 가지만의 인생 사연이 있고, 자기 가족과 나눴던 희로애락이 있다. 누구도 그 생사 순환을 마음대로 침범할 수 없다. 모두가 보석같이 소중한 존재이기에.’ 178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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