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라거펠트 '다자인의 비밀'.
칼 라거펠트 '다자인의 비밀'.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4.04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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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르네상스 맨...흥미진진 패션 얘기

[북데일리] “지나간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 오늘, 그리고 내일만 중요할 뿐.”

백발의 꽁지머리, 손가락이 나오는 가죽 장갑, 검은색 선글라스, 턱밑까지 올라오는 하얀 셔츠 깃과 스키니 팬츠, 그리고 꼭 다문 입. 책 표지에서도 볼 수 있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독특한 외모다.

<칼 라거펠트, 변화가 두려울 게 뭐야> (토토북. 2013)는 샤넬과 펜디의 수석 디자이너이자 아트 디렉터, 패션계의 황제 칼 라거펠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는 패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자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이 큰 디자이너로 평가받고 있다. 책은 그의 성장과정과 성공 법, 패션 관련 진로와 직업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칼 라거펠트는 독일의 부유한 가정에서 늦둥이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책만 읽고 패션 잡지를 오리며 놀던 소년이었다. 패션과 그림을 좋아하는 그를 주위에서는 남자답지 못하다고 따돌렸다. 하지만 그의 부모님은 그에게 패션 잡지를 구해 주고 관련 학교를 보내 주면서 적극 지원을 해줬다. 파리에서 패션을 공부를 시작한 그는 20대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타고난 재능 위에 수십만 권의 책을 통해 익힌 지식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했다.

1964년 당시만 해도 타이즈를 외출용으로 입는 사람은 없었다. 그 당시 그는 일종의 ‘깔맞춤’인 ‘토털룩(total look)’을 시도했다. 토털룩은 1970년대 후반에야 비로소 유행하게 되는 데, 그는 이미 시대를 10년 이상 앞서가는 사람이었던 것.

1965년까지 모피는 따뜻하고 럭셔리하지만 두껍고 무거워 편하게 입기가 힘들었다. 그는 가죽의 무게와 두께를 줄이고, 모피를 얇고 길게 잘라서 주름을 넣거나 사선으로 재단하기도 하고, 구멍을 내거나 안과 밖을 뒤집기도 하는 등 디자인에 혁신을 불어넣었다. 결국 입기 편하면서도 패셔너블한 모피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그가 디자인한 펜디 옷들은 나오기 무섭게 팔려 나갔다.

1966년 펜디의 상징인 '더블F‘ 로고도 만들었는데, 그것은 ’Fun Fur'의 약자다. 1969년 펜디는 모피 컬렉션을 시작하면서 전 공정을 수작업으로 제작한 모피 제품을 선보였다. 가죽에 무늬를 프린트하거나 꼬고, 염색과 태닝을 시도했다. 이 과정을 거쳐 우아함과 실용성, 혁신과 스타일을 모두 겸비한 핸드백이 탄생했다. 이전까지 하강 곡선을 그리던 모피 산업은 그가 펜디 디자인을 맡으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패션쇼에서 하이힐 대신 테니스화를 신게 하고, 스커트 밑단을 완성하지 않은 디자인을 선보이는 등 포스트모더니즘을 패션에도 끌어들였다. 1982년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되면서 샤넬을 ‘나이 든 귀부인들만을 위한 패션이 아니라, 전 세계 여성들이 열광하는 브랜드’로 만들었다. 특별한 실루엣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스타일을 아예 ‘라거펠트 식 디자인’이라고 부르는데, “시대와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발전해 나가는 것이 바로 패션”이라는 것이 그의 디자인 철학이다.

그는 손대는 일마다 성공하면서 ‘미다스의 손’ 혹은 ‘카이저 칼’로 불리고 있다. ‘디자이너로서 뿐만 아니라 사진작가로, 서점 주인으로, 18세기 식 인테리어 전문가로 다양한 방면에서 멀티크리에이터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이런 영감들을 어디서 얻는 것일까? 바로 멈추지 않는 호기심과 왕성한 지식욕, 그리고 독서의 힘을 들 수 있다.

어려서부터 그는 관찰력과 기억력이 뛰어났고 책 벌레였다. 책이나 잡지를 읽을 때 글뿐만 아니라 사진과 그림까지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보고 기억했다. 많은 책을 동시에 읽었고, 어떤 분야든 가리지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싶습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겠지요.” (p147)

사람들은 그를 일컬어 ‘21세기 산업계의 르네상스 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패션뿐만 아니라 인문, 역사,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깊은 지식 덕분이다. 그는 새벽 5시부터 한밤중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일한다. 술도, 담배도, 연애도 하지 않는 칼은 자신을 기계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철저한 자기 통제와 성실성을 바탕으로 큰 기복없이 엄청난 양의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나는 언제나 지독한 캘빈파의 청교도처럼 열심히 일하고, 노는 것은 멀리했습니다. 내 타고난 본성 때문입니다. 온종일 열심히 일하고 나면, 저녁이나 밤에 나는 자신에게 아주 조금 여유 시간을 허락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오늘 여기에 아직 살아 있으니까요. 하루 치의 일을 다 마치고 말이에요. 나는 노는 걸 특별히 좋아하지 않습니다.” (p163)

그는 일을 즐기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것이 80살이 다 되가는 나이에도 세계 패션계를 주름잡을 수 있는 비결이다.

‘2012년에 조사한 청소년 장래희망 2위는 연예인, 5위는 디자이너’라고 한다. 청소년들이 패션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인데, 그들이 패션 분야로 진로를 설정하기에 책이나 자료가 부족한 형편이다. 이 책은 ‘내가 꿈꾸는 사람’ 시리즈 중 네 번째 책으로, 200페이지의 작은 분량이어서 초등 고학년과 중고생이 읽기에 부담이 없다. 또한 해당 분야 전문가가 책 뒷부분 ‘진로 & 직업 탐구’에서 아이들이 무슨 공부를 해야하고,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 까지 알려주는 아주 유용한 책이다. 또한 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칼 러거펠트의 열정적인 인생 스토리를 통해 큰 감동을 얻을 수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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