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잃어버린 기억과 감정
살며 잃어버린 기억과 감정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3.31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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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흔적들...그림동화같은 소설

[북데일리] 마츠오 다이코가 그린 그림에 가쿠타 미츠요가 글을 쓴 <잃어버린 것들의 나라>(2013. 시드페이퍼)는 제목 그대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8살 나리코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녀가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사랑, 이별을 5편으로 들려준다.

「맑은 날의 데이트와 유키」에서 나리코는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학교가 무섭다. 그런 나리코에게 학교에서 기르는 염소 유키가 말을 건다. 염소와 대화를 할 수 있는 나리코는 사물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여름방학이 끝나고 더이상 유키와 말을 나눌 수 없다.

고등학생이 된 나리코가 중학교 1학년 주이치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키스와 미케, 그리고 바다」는 더욱 애틋하다. 주이치로는 자신이 나리코 엄마가 기르던 고양이 미케라고 말한다. 둘은 친해져 함께 바다를 보러 간다. 그 시각 나리코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주이치로는 나리코의 집을 찾는다. 나리코의 엄마는 소년을 본 순간 죽은 고양이 미케라는 걸 안다.

 

동물에 대한 소중한 사연을 들려준 두 편에 이어 「잃어버린 사랑과 육교」와「떠나는 안녕과 만나는 안녕」은 이별에 관한 이야기다.「잃어버린 사랑과 육교」는 33살 나리코가 유부남과 사귀다 이별하는, 「떠나는 안녕과 만나는 안녕」는 결혼한 나리코가 아이(유산)를 잃어버리며 경험하는 이야기다.

 

마지막 이야기「잃어버린 것들에 대해」에서 나리코는 우리가 진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말한다. 오래된 사진기를 발견하고 사진을 현상한다. 그 사진 속에서는 지난 시절의 소중한 친구 염소 유키와 주이치로가 있었다. 주이치로가 말해주었던 잃어버린 것들의 나라로 들어간다. 거기엔 잊었거나 잃어버린 것들이 있었다.

 

‘잃어버린 것들의 모양이나 색깔, 목소리, 잃었을 때의 기분, 이런 것들이 선명하게 떠오를수록 그게 없다는 사실보다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있었던 것은 어쩌면 무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계속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소리 없이, 숨을 죽이며, 내가 보는 세상과는 결코 마주치지 않는 장소에. 하지만 분명하게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닐까?’ <8쪽, 지은이의 말 중에서>

소설은 한 편의 그림동화와 같다. 포근한 목소리로 미처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물이나 감정에 대한 잊고 있던 기억들을 깨운다. 내 어린 시절 한 조각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지은이의 말처럼 과거에 내게 속했던 그것들이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로 남아 있을 거라는 믿음을 남기는 예쁜 소설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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