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어린이에 책 보내는 `독서 전도사`
오지 어린이에 책 보내는 `독서 전도사`
  • 북데일리
  • 승인 2007.02.2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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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젊은이리더협회 대표 박안석 목사

[북데일리](사)한국젊은이리더협회(K.Y.L.A)(http://blog.naver.com/mentorpark21)를 이끌고 있는 박안석(45) 목사는 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책전도사다. 부설기관인 한국양서보급중앙회를 통해 산간오지 어린이들에게 책을 보내는 것부터‘양서’를 추천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그는 종교 서적은 물론 자기계발서, 경제경영서, 문학, 인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을 읽는 열혈 독서광이다.

박 목사는 간혹“목사가 왜 경영서를 읽느냐”는 질문을 들을 때면 “읽어 본 사람만이 양서와 악서를 구분 할 수 있다”고 답한다. 무분별한 문화섭취로 인해 정서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책 가이드’가 되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다. 다양한 강의, 저술 활동을 통해 책읽기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충남 서산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박 목사는 학비를 벌기 위해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 까지 신문배달을 했다. 고단한 생활이었지만 번 돈을 쪼개 책을 사 모으거나 빌려볼 수 있다는 생각에 쉼 없이 일했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책읽기를 좋아했던 박 목사는 만화책에 심취하며 이야기의 재미를 터득했고, 위인전을 읽으며 자기계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지독히도 가난했던 시절.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마음껏 읽지 못하는 현실에 개탄하며 “열심히 돈을 벌어 가난한 아이들도 공부 할 수 있는 학교를 세우겠다”는 야무진 꿈을 키웠다. 산간오지 어린이들에게 책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성장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박 목사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책을 나누고자 하는 참여가 지극히 저조한 현실. 그는 “읽지 않는 책을 필요 한 곳에 보내자고 하면 다섯 권 이상을 내려 보내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몇몇 출판사가 소극적으로 참여한 것 외에 책기증 운동의 현주소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새 책을 받고 좋아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떤 시름도 단숨에 사라진다는 박 목사. 그는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책과 관련된 자료를 제공하고 오프라인을 통해 모임을 갖는 한편 ‘비평’을 목적으로 한 북세미나도 개최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구려 역사 바로 알기’라는 주제로 <주몽 상,하>(늘봄. 2006) <연개소문 1~6>(중명. 2006)을 쓴 박혁문 작가를 초빙해 북세미나를 열었다.

박 목사는 기독교의 좋은 뜻을 알릴 수 있는 채널이 적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이른바 ‘독서문화사역’에 투신 한 것도 이 때문. 사회 속의 다양한 계층과 기독교인, 해외교포와 해외 선교지에 양서를 보급하는 것을 숙명적 과제로 삼고 있다.

“무차별적으로 유입되는 놀이문화를 아무런 기준 없이 받아들이는 청소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는 박 목사는 이에 가장 필요한 것이 ‘멘토링’이라고 주장한다. 80년대 미국 지도자들의 교육 대안이었던 멘토링은 미국 기독교에서 발굴된 것으로 유럽에는 예로부터 멘토제도가 잘 발달해 왔다고.

박 목사는 “중세의 장인과 도제 관계가 대표적인 예”라며 “미국 사회도 교수와 학생, 저명인사와 일반인 간에 수많은 멘토 관계가 존재 하며 선진국에서 멘토 제도는 사회의 건강과 발전을 위한 중요한 무형재산으로 인식 된다”고 밝혔다.

한국젊은이리더협회가 선진국형 멘토를 한국판 멘토인 ‘삶의 스승 운동’으로 바꾸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성경인물 중 위대한 멘토 혹은 사회 속에 덕망 있는 사람과 벤치마킹을 시도, 젊은이들에게 멘토링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좋은 책 한권이 인생을 변화시키고, 인성을 함양하는 데 큰 도전을 준다”고 믿는 박 목사는 “좋지 않은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읽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과 달리 읽을 것이 너무 많은 지금. 셀 수 없이 쏟아지는 읽을거리, 정보의 양과 내용을 어떤 방식과 기준으로 구분해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박 목사는 책가이드야 말로 지금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 가장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좋은 책을 선별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 한 것은 다양한 책을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훈련.

한 가지 테마를 정하면 그에 해당하는 모든 책을 읽고 분석, 요약하는 습관 역시 자신만의 시각으로 책을 읽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박 목사의 의지는 고스란히 자녀들에게 전수 됐다.

중3, 고1인 두 아들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책읽기를 무척 좋아한다. 특히 둘째는 ‘읽으면서 암기하기’를 즐겨 책 내용을 줄줄 외고 다닌다. 틈만 나면 아이들의 책장 서랍, 책상 위에 ‘슬며시’ 책을 놓아 둔 박 목사의 노력이 아이들까지 독서광으로 만들었다.

로버트 멍어가 쓴 <내 마음의 그리스도의 집>을 읽으며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박 목사는 “독서 사역을 계속 할 것”이라며 “어려운 환경 때문에 마음 놓고 공부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죽도록 읽고 싶었던 시절도 겪었고, 죽도록 공부하고 싶었던 시절도 겪었습니다. 이젠 읽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공부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공부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저의 숙제 같습니다”

혼자만의 책읽기가 아닌, 더불어 읽기를 실천하고 있는 박안석 목사. 가야 할 길이 먼 그의 하루는 오늘도 숨 가쁘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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