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냄새…중국 부동산(2)
돈 냄새…중국 부동산(2)
  • 함기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11.01.21 1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엠리치]같이 살면서도 어떤 사람에게는 돈이 보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보이질 않는다.

같은 현상을 보면서도 어떤 사람은 진하게 돈 냄새를 맡고 어떤 사람은 전혀 맡질 못한다. 돈에 대한 후각!이것이 부(富)와 빈(貧)을 결정하게 된다.

필자의 중국 친구 중에 돈 냄새를 잘 맡는 사람이 있었다. ‘철의 재상’ 주룽지에 의해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주택 시장이 형성된 직후인 2000년대 초 그는 상하이 시내의 고급 아파트를 한 채 샀다. 은행에서 80%까지 대출이 되었으므로 자기 돈은 크게 들어가지 않았다. 중국 경제가 날로 팽창하면서 2000년 대 중반까지 상하이의 주택 가격은 매년 4-50% 가까이 올랐고 이 친구가 산 고급 아파트 군(群)은 평균 상승가를 상회하는 폭으로 올랐다.

중국은 전세가 없다. 아파트에서 나오는 월세금으로 이 친구는 다시 다른 아파트를 샀다. 아파트 가격의 20~30%만 있으면 나머지는 은행에서 손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은행 이자는 월세금으로 충분히 충당되었다.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올랐다. 그는 여러 은행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다 받아내어 부동산 매집에 나섰다. 은행간 전산시스템이 연결되어 있지 않아 우리와는 달리 여러 은행으로부터 동시에 대출을 받을 수가 있었다. 부동산의 생리를 터득한 이 친구는 아파트 한 동을 통째로 사들인 뒤 이를 다시 분양해 폭리를 거두기도 했다. 그는 단번에 부자가 되었다. 사실 필자 주변의 한국 사람들도 이렇게 돈을 번 사람들이 많다. 소문에 의하면 수 십 채의 아파트를 갖고 있는 한국 사람도 있다고 했다. 돈 냄새를 맡지 못하는 필자는 마음만 바빴지 결국 한 채도 사지 못했다.

그러나 아파트를 사고 팔아 돈을 번 사람들은 아마추어에 불과하다.

돈 냄새를 더 잘 맡고 더 통이 큰 친구가 있었다. 그는 분양하는 아파트를 사는 것이 아니라 아예 본인이 토지를 사들여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기로 하였다. 총 공사 규모가 나오고 소요 비용이 나오면 그는 그 중 30% 정도만 준비하면 된다. ‘총공사비의 30% 자금만 확보하면 시공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총 공사규모가 1억 위안이면 3000만 위안만 조달하면 되는 것이다. 그는 이 돈으로 지방 정부로부터 토지를 매입한다.

중국에서의 토지 매입은 우리와 같은 영구 소유권 이전의 개념이 아니라 일정 기간의 사용권을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아파트는 50년, 토지는 70년이다. 사들인 토지에 대해서 그는 공(功)을 들이게 된다. 원래 이런 일에는 관(官)의 도움이 있어야 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꽌시(關係:관계)와 관(官)의 부패가 적당히 작용해서 그가 매입할 때 허허벌판이던 토지는 몇 번의 도시 계획 정비 과정을 통해 교통과 상업의 중심지로 변하게 된다. 당연히 가치가 높아지고 토지 가(價)는 당초 매입가의 몇 배로 뛰게 된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도 충분한 명분이 있다. 지방 정부의 재정을 든든히 하는 길은 부동산 개발을 따라갈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매입가의 몇 배가 뛴 토지 감정서를 들고 그는 은행으로 달려 간다. 은행은 그에게 토지감정가의 70%를 선뜻 내 주게 되고 초기 자금보다 더 많은 돈이 그의 손에 들어온다. 은행 또한 충분한 명분이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부동산은 가장 확실한 담보이다. 그 동안 은행들은 정부나 외부 요인에 의해 뚜렷한 담보도 없이 국유 기업들에게 대출해 온 관행이 있었다. 그 결과는 천문학적인 부실로 돌아왔다. 여기에 비해 유망한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해 줄 수 있는 이 사업은 은행으로서도 여간 반갑고 확실한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하여 그는 분양을 하게 되는데 중국은 아파트 건설 공정이 3분의 2쯤 끝났을 때 분양을 시작한다. 앞에서 얘기하였듯이 이 과정에서 다시 은행이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은행은 소비자에게 구입 주택을 담보로 집값의 70~80%를 대출해 준다. 소비자는 20~30%만 내면 내 집을 마련 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가 아파트를 계약하는 순간부터 그는 은행 채무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그의 은행채무를 해당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 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의 부동산 업계는 개발업체와 지방정부, 그리고 은행과 소비자 사이에 서로 뗄 수 없는 고리로 밀착되어 있다.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분양이 안된 아파트 단지나 빌라 단지가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된다. 결국 은행의 부실이다. 중국의 경제를 어둡게 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얘기하고 있는 것이 천문학적인 은행의 부실이다. 부동산은 물가와 관련이 있다. 그리하여 중국 정부는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등 다양한 부동산 대책을 끊임없이 내 놓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이 침체되었을 때의 은행 부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중국 부동산은 정부의 개입 하에 침체기와 과열기가 번갈아 진행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 사이클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내어 부자로 가는 사람들은 역시 천부적으로 돈 냄새를 잘 맡는 사람들 일 수 밖에 없다.

[아이엠리치(www.ImRICH.co.kr )함기수 칼럼니스트 / 세계화전략 연구소(www.bestgsi.com )자문이사]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