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이책] 황경신 "마른 땅에 물 스며들 듯, 내 삶에 녹아든 책"
[오늘은이책] 황경신 "마른 땅에 물 스며들 듯, 내 삶에 녹아든 책"
  • 북데일리
  • 승인 2007.02.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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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창에 ‘황경신’을 쳐 넣으면 블로그 검색결과만 1만 9천여 건이 나온다. 황경신의 책 혹은 월간 ‘paper’에 실린 그녀의 글에서 발췌한 내용이 대부분. 작가 특유의 감성적인 문체, 섬세한 묘사에 독자들이 보내는 지지와 공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게 황경신은 ‘paper’의 편집장이자, 소설부터 인터뷰 모음집까지 총 9권의 저서를 발표한 작가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다양한 저술활동의 밑바탕엔 무엇이 있을까. 그녀는 주저 없이 책을 꼽았다.

“책은 마른 땅에 물이 스며들 듯 제 삶에 스며들었고, 또 스며들고 있습니다.”

황경신에게 독서는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숨을 쉬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책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만큼 생활과 밀착돼 있다고.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다음부터는 줄곧 책을 읽었어요. TV 시청보다 재미있었고 덕분에 시력이 나빠졌지요. (웃음)”

집에 있는 책을 전부 섭렵한 후에는 친구의 서재를 공략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선배들을 희생양 삼아 허기진 독서욕을 채웠다. 처음 돈을 내고 책을 구입했을 때의 기쁨은 지금도 선연히 머릿속에 남아있다. 책으로 점철된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이나 장면을 만나면, 눈을 감고 되뇌거나 상상해 봐요. 작가 영혼의 울림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행복한 순간이죠.”

독자에게 추천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민음사. 2004)은 매 페이지마다 그녀를 눈감게 한 작품. 황경신은 “책의 첫 장을 여는 순간, 아주 긴 여행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며 “여행에서 돌아올 때쯤에는 자신의 내부에 달라져 있는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다”는 말로 책에 대한 설명을 대신했다.

‘끔찍’하게 좋아하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와 J.D.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를 제쳐두고 굳이 이 책을 권한 건 내용이 지닌 적절한 무게감 때문.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서 긴 겨울밤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줄 친구로 적격이란다.

사실 황경신은 릴케와 셰익스피어의 열렬한 추종자다.

“음악에 바흐와 비틀즈가 있는 것처럼, 문학에는 릴케와 셰익스피어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삶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사람들이고, 무구한 세월이 흘러도 빛이 바래지 않는 텍스트를 우주의 근원으로부터 끌어올린 사람들입니다. 릴케의 모든 시와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이 좋아요.”

그녀가 힘주어 강조한 ‘모든’이란 표현에서 두 작가를 향한 무한한 애정과 존경을 읽을 수 있다. 이외에도 시인으로는 네루다, 프레베르, 김수영, 이성복을 소설가로는 무라카미 하루키, 더글라스 아담스, 다카하시 겐이치로에 열광한다고.

각각 색깔과 세계는 전부 다르지만 황경신의 상상력에 촉매 역할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책을 읽고 있으면 노래를 부르고 싶어지고,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고, 사랑을 하고 싶어지고,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고, 글을 쓰고 싶어지죠. 아, 같은 의미에서 안데르센, 루이스 캐롤, 생 택쥐베리도 좋아해요.”

편식은 절대 금물, 분야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독서욕, 맛있는 책은 꼭꼭 곱씹는 습관... 황경신의 독서생활에 이름을 붙이자면 ‘웰빙 독서’ 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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