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시대의 자산관리
경제위기 시대의 자산관리
  • 김대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10.08.19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엠리치]미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조짐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오바마 정부의 주택구입보조금과 FRB의 MBS 매입 등 각종 지원책으로 가까스로 버텨온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다시 위기 당시의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게다가 미국의 고용사정은 아무리 기다려도 질적으로 나아질 조짐이 보이질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제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순수출과 정부지출로 버텨온 나라경제도 갈수록 숨이 턱에 차오르는 모습이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경제위기를 벗어났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재정적자는 이미 감당할 수 없는 규모에 가까워지고 있다. 당장 LH공사도 감당할 수 없는 부채로 인해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로 연명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사실상 정부적자를 대신 떠안아온 LH공사가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은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예상하고 있는 수순이었다. 실체와 거리가 먼 언론기사에 눈을 가리우고, 냉정한 관찰이 아닌 감성적 기대로 자산시장을 바라보고 있던 장삼이사들만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게다가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은 지방자치단체들은 부동산 과열기에 벌여놓았던 각종 개발사업들을 수습하지 못해 분주한 모습이다. 대전동구청사 중단사태와 성남시의 모라토리움 사태는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지자체 재정위기의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정부든 민간가계든 온나라가 빚에 허덕이고 있고, 부동산 거품붕괴는 이제부터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는 부채비용과 인플레이션의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의미없는 소폭의 오르내림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우리 개인은 이러한 총체적 위기의 시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국가경제야 개인의 영역 안에 들어있는 것이 아니니만큼 우리는 일상을 사는 개인으로써 이에 대한 전략적인 대응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선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부동산의 경우 현시점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인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대개 10년 정도의 싸이클로 대세 움직임을 나타내기 때문에 소폭의 가격하락을 덥썩 물어서는 낭패를 보기 쉽다. 전반적으로 과잉공급된 물량이 소화되고 가계들이 부채를 정리하고 실질소득이 증가세로 돌아서기 전까지는 꾸준히 시장을 지켜보면서 중장기적인 대세하락을 관망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어떤 투자대상이든 간에 고수익을 노리기 보다는 시중금리를 약간 상회하는 중수익을 유지하면서 자산시장의 가격하락이 안정세를 되찾을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시장의 인플레가 강한 시기에는 고수익을 쫓아가는 것이 당연한 일일테지만 자산시장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일 때에는 굳이 고수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저축이나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형 투자를 적절히 이용해 자산을 안전하게 불려나가는 전략으로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야 한다. 이런 시기에 과욕을 부리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세 번째로는 수익극대화를 위해 타이밍싸움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적절한 목표수익률을 설정하고 시장상황에 부화뇌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가 불안정한 시기에는 자산가격이 급등락을 보이기 쉬우므로 무모하게 머니게임에 말려들어서는 안된다. 스킬과 타이밍보다는 자산관리의 원칙에 입각해서 시장에 접근해야 하고 순간순간 반짝하는 시류에 휩쓸려 충동적인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더더욱 경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인 재무계획을 확실히 하고 목표지향적인 자산관리를 해야 한다. 중장기적인 목표가 뚜렷하면 할수록 단기간의 반짝하는 충동적 투자에 의연할 수 있게 된다. 중장기 재무목표는 현재의 투자자금을 먼 미래에 반드시 지출될 비용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여유자금이 아닌 것을 여유자금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재무적 착각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달성가능하면서도 큰 목표를 가슴에 새기고 꾸준히 한발한발 다가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요약하면 현재의 경제상황은 서브프라임 경제위기의 신용경색이 정부의 재정지출로 그 자리를 옮겨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의 진원지였던 미국의 부동산 시장 역시 활황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경제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서브프라임 경제위기의 대가를 정면으로 치러낸 적조차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것을 잊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또다시 순간의 조명에 취해 소중한 자산을 이리저리 위험으로 내몰게 된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더 확고하게 자산관리의 원칙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안정적이고, 꾸준하고, 차분하게, 현금성 자산으로 중장기적인 미래를 준비해나가는 마음가짐이 절실한 때이다.

[아이엠리치(www.ImRICH.co.kr) 비앤아이에프앤 김대영 칼럼니스트 / TNV어드바이저 수석센터장 ]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