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교과서 버리는 건 역사 버리는 일이죠"
③"교과서 버리는 건 역사 버리는 일이죠"
  • 북데일리
  • 승인 2007.02.1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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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광의방⑨]대구 사는 양호열 씨

[북데일리] 수집광 양호열씨. 20년간 교과거를 찾아 헤메다 보니 이런 일도 있었다. 댐 수몰지역에 교과서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쏜살 같이 달려 도착해 보니 족히 50분은 걸릴 산길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비온 후라 무척 미끄러웠다.

험난한 산행.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에 다다랐다. 이윽고 교과서를 보자마자 고생은 봄눈 녹듯 사라졌다. 누가 가져 갈 새라 서둘러 책을 챙겨 내려왔다. 가슴 벅찬 마음 때문에 내려 올 때는 채 몇 분 밖에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갑자기 어깨가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옷을 벗고 보니 검은 피멍이 어깨를 뒤덮고 있었다. 살까지 헤져 피가 흘렀다. 교과서를 구했다는 희열에 통증조차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미치지 않고선 할 수 없는 특별한 상황들이었다. 때문에 지금도 늘 상비약을 갖춰 놓는다.

구한 자료는 다 봐야 직성이 풀린다. 며칠 밤을 새고 쓰러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세속의 부와 명예에 한 참 동 떨어져 살아 온 삶. 아내에 미안함을 빼면 후회는 없다니 행복한 삶이 아닐 수 없다.

“좋아서 하는 거라 멈춰지질 않는다”는 양씨. "교과서를 버리는 것은 교육역사를 버리는 일"이라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아직도 나는 미쳐있고 언제 깨어질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꿈꾸고 있어요. 교과서 이야기라면 밤새워 할 수 있는데 한번 들어보실래요?”

양씨의 자료는 24시간 개방된다. 놀러오면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든 반긴다니, 흥미로운 이들은 책 구경 한 번 나서볼 일이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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