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조영아
22. 조영아
  • 북데일리
  • 승인 2007.02.0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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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나무심는사람. 2002)

[북데일리] 소설가 조영아(41)는 작년 각종 문학상 수상작가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다. 그녀에게 제11회 한겨레문학상을 안겨준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한겨레출판. 2006)는 탄탄한 구조와 따뜻한 이야기가 인상적인 작품.

심사를 맡은 소설가 박범신으로부터 “자본주의 경쟁이 폭발하고 있는 우리네 대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핍진하게 재현해 내고 있다. 아름답고 눈물겹고 쓸쓸하다”는 평을 들었다.

독자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글, 웅숭깊은 시선은 생활현장에서 길어 올린 것들이다. 2005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기 전까지 작가는 한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로 평범하게 살아온 전업주부였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독서지론에서 언뜻 주부의 모습이 엿보인다.

“이렇게 비유하고 싶네요. 책은 밥과 같다. 밥을 안 먹으면 살 수 없듯이 책을 안 읽으면 정신이 온전하게 바로 설 수 없습니다. 밥이 육체를 살찌우는 영양소라면 책은 정신을 살찌우는 영양소, 즉 종합비타민제 같은 거죠. 꼭 챙겨먹어야 해요.”

조영아는 끼니를 거르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마냥 책을 멀리하는 독자들을 안타까워했다. 억지로 한 술이라도 떠먹이려는 게 엄마마음. 그녀는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나무심는사람. 2002)의 일독을 강력히 권했다.

책은 철저한 사실을 바탕으로 씌어진 미국 인디언 멸망사다. 작가는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는 인디언, 그들의 처절한 혹은 잔혹한 일상의 기록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며 “미국과 인디언, 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인간과 자연 등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그녀가 선호하는 장르는 따로 있다. 대학에서는 시만 썼고 여전히 시를 즐겨 읊는다. 특히 시인 황지우와 문태준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편식은 생활에서나 독서에서나 지양해야할 습관이기에 분야를 가려가며 읽지는 않는다.

최근엔 실크로드 전문가 정수일의 <실크로드 문명기행>(한겨레출판. 2006)을 독파했다.

“단순한 여행기 수준을 넘어 그 이상의 감동을 맛볼 수 있었어요. 특히 실크로드에서 느끼는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가 가슴을 설레게 했습니다.”

한권 한권을 추천할 때 마다 작고 옅은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인생을 움직인 책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더욱 그러했다. 작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접한 <모모>(비룡소. 2000)를 지금도 읽고 있다고 했다.

“제게 철학적인 사고를 접하게 해준 최초의 책이었어요. 나이 들면서 여러 번 다시 읽었지만 그 때마다 느낌이 다릅니다. 함께 나이를 먹어갈 수 있는, 드문 책이죠.”

나이 마흔에 데뷔한 늦깎이 신예 조영아. 그녀의 앞날이 젊은 작가 못지않게 창창한 이유는 책과 함께하는 생활에 있다. 작가는 오늘도 밥을 먹듯 독서를 하고 책과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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