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협소설` 평정하러 가는 작가 `초우`
`중국 무협소설` 평정하러 가는 작가 `초우`
  • 북데일리
  • 승인 2007.02.0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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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국 출판사와 정식 출간 계약한 무협작가 초우

[북데일리] 한국 문단에서 ‘논외’로 취급되던 무협소설이 중국에서 설움을 풀었다. 작가 초우(41. 본명 양우석)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호위무사’ ‘권왕무적’이 각각 해방군출판사, 강소문예출판사와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로 성사된 계약에 작가는 한껏 고무된 듯했다. 그는 “처음이라 잘해야겠다는 부담이 든다”면서도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새로운 한류 바람의 시발점이 되겠다”는 게 포부다.

“이야기 전개 템포가 중국은 느리고, 한국은 빠릅니다. 또 한국 작품은 에피소드가 굉장히 풍부해요. 한국무협을 접하고 나면 중국무협은 지루해서 읽을 수가 없습니다.”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이어 “중국 무협이 황금기를 이뤘던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과정 중간에 몇 십 년의 공백기가 있었다”며 “한국 무협이 먹힐 수 있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전 10권으로 구성된 <호위무사>(드래곤북스. 2003)는 국내에서만 이미 1만질 가량이 판매된 인기작. 강호의 치열한 세력 다툼 속에서 피어난 주인공 사공운과 용설아의 애틋한 사랑이 독자의 호응을 얻었다. 작가 역시 “로맨스가 잘 살아난 무협이라는 점이 한국독자 뿐 아니라 중국출판사에게도 어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권왕무적>은 성격이 전혀 다른 작품이다. 힘 있는 남자들의 거친 세계가 전반에 걸쳐 펼쳐진다. 중국 측에서는 독특한 이야기 구조, 무협소설 특유의 호쾌함을 높이 샀다고 한다. 사실 초우의 작품들은 남성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폭넓은 대인관계, 굴곡 있는 인생 덕분이란다. 그는 "살아온 과정 자체가 한 편의 무협이었다"고 에둘렀다.

또 하나의 쾌거가 있다. 두 작품은 한국에서 각각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진다. <호위무사>는 마이더스픽처스에서 시대극으로, 한국미디어제작연합회(이하 ‘한미제’)에서 정통 무협극으로 제작하기로 결정됐다. 둘 다 내년 봄 공중파 방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무협극은 중국드라마제작사와 한중합작을 논의 중이다.

애초 올 4월로 잡혔던 책의 중국 출간은 드라마화가 결정됨에 따라 크랭크인 때까지로 미뤄졌다. 빠르면 10월경이 될 거라고.

<권왕무적>(파피루스. 2006) 역시 ‘한미제’에서 중국합작영화로 추진하고 있다. 아직 완결이 나지 않은 작품이기에 영화는 작중 광풍사와의 전쟁 부분을 골자로 다룬다. 책은 올 7.8월쯤 중국에 선보일 계획. 일정에 맞추기 위해 국내에서는 3월 안에 13권 혹은 14권으로 마무리를 지을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번 초우의 중국 진출은 현지작가와 대등한 대우를 받고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권왕무적>의 경우 중국 기존작가들이 받는 계약금보다 높은 액수로 책정됐다고 한다.

무협, 우습게보면 큰 코 다쳐...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호위무사> <권왕무적>은 애니메이션화, 게임화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그야말로 `겹경사`를 맞은 셈이다.

하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 먼저 초우는 무협소설을 바라보는 일부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그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무협이 많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이유가 ‘공장무협’때문입니다. 90년대 초반 몇몇 작가들이 밑에 문화생을 두고 작품을 짜깁기해서 시장에 대량으로 내놓은 적이 있어요. 그 때 생긴 안 좋은 선입견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죠.”

더 큰 문제는 대량생산이 여전하다는 데 있다. 현재 무협 작가 대부분이 1달에 1권씩 발표하고 있다. 한 작품 당 기본 분량이 10권 이상으로, 많은 양을 빨리 써내야 하는 출판체제에 작가들이 허덕이고 있단다.

“출판사와 작가가 함께 극복해나가야 할 문제죠. 글을 다듬을 시간이 부족하면 작품의 질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

책이 총판을 통해 만화대여점으로 들어가는 유통구조도 독자들이 무협을 가벼운 장르로 여기는 데 한몫을 했다. ‘사서보는’ 책이 아닌 ‘빌려보는’ 책으로 인식이 형성된 것.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 작가는 “무협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세계 문화컨텐츠 전쟁에서 한국이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무협이란다. 등장인물 간 선명한 갈등구조, 박진감 넘치는 전개, 동양적인 색채가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 초우는 무협의 요소를 차용한 영화와 드라마를 근거로 제시했다.

“‘대장금’에 나온 인간간의 갈등과 대립은 무협구조에요. 영화 ‘트로이’에서 주인공 아킬레스와 헥토르가 싸우는 장면,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대결 장면 역시 무협의 격투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현란한 몸놀림, 격식을 갖춘 싸움이라는 점에서 그렇죠.”

영상매체와의 친밀한 결합은 작가가 뽑은 무협소설의 최대 강점이다.

인터뷰 내내 초우는 무협 장르에 대한 강한 애정과 자긍심을 드러냈다. 그의 충천된 기세는 중국 무협소설계를 평정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의 바람처럼 한국 무협지가 세계 정상에 우뚝 설 그 날을 기다려본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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