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대한민국 베이비부머의 은퇴준비
초라한 대한민국 베이비부머의 은퇴준비
  • 김영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08.10.13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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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준비와 노후 준비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서울 종로 3가 근처를 지날 때마다 아주 많은 할아버지의 장사진을 보고 놀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할아버님이 어디에서 오셨을까? 도심에 거주하는 할아버지들의 집합소로 전락한 탑골공원 근처에는 참으로 많은 분들이 모여서 할 일없이 하루를 보내시는 듯 하다. 거의 모든 전철에는 시니어분들이 점령한지 오래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령화가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65세 이상 시니어 인구 비율이 2000년 7.2%에 달해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며,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시니어인구 비율 20% 이상)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이분들의 자손으로서 또 다른 형태의 의식구조와 소비형태를 띄우고 있다. 그렇다면 먼저 이들의 정체성을 알아보자. 베이비붐 세대 (6ㆍ25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산아제한 정책 실시 전인 1963년까지 출생한 816만 베이비붐 세대)의 지나온 이력을 한번 보자.

이들은 70년대 후반부에 대학을 들어갔지만 제대로 공부도 못하고 연일되는 데모와 민주화 항쟁에 동참하는 시대적 아픔을 겪게 된다. 이들이 겨우 회사에 들어가 열심히 일을 하려 할 때쯤이면 또 다시 넥타이부대가 되어 거리에 나서는 6월 항쟁을 겪게 된다. 회사를 벗어나 나름대로 창업전선에 나가려는 시절에는 외환위기라는 혹독한 시절을 겪는 등 그야말로 우리나라가 민주화된 국가로 나서는 최전선에서 젊음과 청장년 시절을 보낸 세대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윗세대 시니어층의 현실을 고민하고 연민의 정을 가질 만한 여유가 없게 되었다. 그 이유는 800만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자산을 조사했더니 순자산이 3억원도 안된다는 통계수치가 나왔다. ( 매일경제와 TNS코리아가 전국 베이비붐 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

이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 중 부동산과 금융자산(부채 포함)을 합친 보유 자산이 3억원 미만인 경우가 50.9%로 절반을 넘었다. 3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은 20.1%, 5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은 23.8%에 그쳤다. 미래에 대한 경제적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응답자가 75.3%에 달했다. 미국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와 많은 차이가 나는 항목이다.

우리나라 베이비 부머들은 상대적으로 가장 미래가 암울한 편이다. 당연히 부족한 노후 자금 탓이다. 무엇보다 전체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자산 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 연금 등 사회 안전망도 턱없이 부실하다. 게다가 자녀 교육 및 결혼 비용 부담은 미국, 일본에 비할 수 없이 크다. 앞으로 이들의 노후 소득 보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은퇴를 전후해 소비 위축은 물론 세대 간 갈등 등 사회 불안이 촉발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있다. 만약 베이비 부머들이 한꺼번에 노후 자금 마련에 나설 경우 부동산 시장 위축과 이에 따른 자산 디플레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들의 과다한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점차 주식 등 자산으로 옮겨 가거나 해외자산으로 다변화해야 하는 등 자산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은퇴 이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만으로 은퇴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연금펀드ㆍ연금보험 등 사적 연금으로 보완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에 새로 나온 연금보험 상품으로 추천되는 상품으로는 '즉시연금보험'이 있다. 즉시연금보험은 생명보험사에서만 파는 상품으로, 만 45세 이상 가입자가 최저 천만원 이상 목돈을 넣어 놓으면 그 다음 달부터 사망할 때까지 매달 생활비 형태로 돈을 지급해주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55세 남성이 2억원을 즉시연금보험(종신형)에 맡기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매달 약 103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가입 후 오래 살지 못하고 일찍 사망하더라도 10년 또는 20년간 법정 상속인에게 연금이 계속 지급되는 상품이라 상당히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10년 이상 유지시 이자소득세가 비과세되는 데다 연금 소득세도 면제되는 등 절세 혜택도 장점이라 한다.

최근에는 은퇴이민도 유행이다. 특히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 등이 인기 있는 은퇴국가로 되는 새로운 현상이 생긴 것이다. 이들 국가에서도 우리나라의 은퇴자를 모시기 위한 여러 제도를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는 제2의 고향(Malaysia My Second Home: MM2H)'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각국의 은퇴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정 조건을 갖춘 신청자들에게 10년짜리 비자를 내주어 장기 체류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비자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계속 연장할 수 있다. 은퇴자들은 현지에서 사업을 하거나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집도 2채까지 살 수 있다. 18세 미만의 자녀를 데려와 현지 학교에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다시 정리하자면, 2010년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해부터 부동산 시장에 지대한 변화가 올 것이며, 이들은 부동산 자산에서 금융자산 등 유동자산에 더욱 보유하려는 경향으로 강하게 변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에 실물경제 위기가 겹치게 되면 어떤 자산운용과 소비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중요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 글을 읽는 샐러리맨중에서 2-30대가 있다면 지금 당장 자신의 노후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 40대 후반, 50대 초반에 돼서야 은퇴와 노후 등에 관심을 갖게 된 지금의 베이비붐 세대 선배들의 잘못된 관행을 다시 밟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다음에는 미국,일본,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시기에 맞추어 새롭게 개편되는 새로운 신시장과 뉴비지니스에 대해 기술토록 하겠다.

[김영호, 김영호유통컨설팅(www.tigerkim.co.kr) 대표 / 서울디지털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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