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반토막, 어찌하오리까?
주식 반토막, 어찌하오리까?
  • 송영욱 칼럼니스트
  • 승인 2008.09.02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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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축구선수의 안타까운 고집

가난한 축구선수가 축구시합 중 발목을 약간 삐었다. 골을 많이 넣어 유명해지고 연봉도 많이 받아야 할 가난한 축구선수가 발목을 삐었으니 쉬어야 한다. 그런데 다음 날 또 시합에 나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삔 발목이 좀 아팠지만, 그것 때문에 축구를 안하면 주전에서 빠지고 후보 선수가 될까봐 다음 날도 뛰었다. 하지만 다리가 불편해서 실력발휘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그 다음날도, 그 다음다음날도 또 뛰었다.

의사를 찾아갔다. 빨리 좀 낫게 해달라고 했더니 의사 왈 “당분간 축구는 쉬고 삔 데가 아물 때까지 어떤 운동도 하지 말라”고 한다. 감독도 이제 더 이상 뛰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가난한 축구선수는 “그래도 나는 뛸 수 있다. 뛰어야만 한다.”며 계속 뛸 것이라고 강하게 어필했다. 통증이 심하면 진통제라도 맞고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뛰면 뛸수록 다친 발목 때문에 실수도 많이 하고 정상적인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발목의 인대가 끊어지고 더 이상 뛸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다시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 왈 “쉬라고 한 것이 언제인데, 왜 여태까지 축구를 한 겁니까? 이제 더 이상 축구를 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가난한 축구선수 왈 “그래도 제발 빨리 좀 낫게 해 주세요. 빨리 예전처럼 훨훨 뛰고 싶습니다.” 의사 왈 “예전처럼 뛰려면 일단 조급한 마음을 비우세요. 그리고 쉬면서 아픈 곳을 먼저 제대로 치료하세요. 제~발!!!”

우량주 반토막, 믿었건만 으악~

지난 주 잘 아는 지인을 만났다. 명퇴금으로 투자한 주식이 반토막 났다며 금방 눈물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이번에는 당하지 않았지만 필자도 과거에 그러한 경험이 있었기에 그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는 작년에 잘 나가던 H종목을 고점대비 40% 빠졌을 때 저점이라고 샀는데 지금 반토막이란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대형우량주라고 여겼던 S종목, D종목도 있는데 마찬가지라고 한다. 원금회복 할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 번의 손절매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 놓쳤다고 땅을 치고 후회했다.

비단 이 사람만의 고민이 아닐 것이다. 행여나 좀 오를까 하며 기다리다가 손실만 키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이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마치 치료시기를 놓친 가난한 축구선수의 모습이다.

장기투자, 누가 모르나요?

주가가 폭락하여 손실이 너무 커지면 많은 전문가들이 이제 장기투자 하는 수밖에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 손실이 10%나면 11% 수익을 내야 원금이고, 손실이 50% 나면 100% 수익을 내야 원금이고, 손실이 90%나면 900% 수익을 내야 원금이다.

예컨대 주식에 1천만원 투자했는데 50% 손실이 나서 500만원이 되면 100% 수익이 나야 1천만원이 된다. 그런데 100% 수익 내기가 어디 쉬운가? 손실이 클수록 향후 수익률은 손실률보다 훨씬 높아져야 원금이 된다. 그래서 투자를 많이 해 본 사람은 ‘손절매를 잘 하는 사람이 고수다’라고 한다. 장기투자가 맞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예상과 벗어나 장기투자가 곤란할 때는 더 큰 손실이 있기 전에 손절매하는 것이 최선인 것이다. 잘못된 투자를 알면서 장기투자하는 것은 장기투자의 의미가 없다.

손실이 났을 때 장기투자가 능사인가? 장기투자, 어쩌면 이는 생계에 큰 걱정이 없는 배부른 사람 즉,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부자들에게만 가능한 얘기다. 그래서 금전적/시간적 여유가 없는 소액투자자들은 가난한 축구선수 꼴이 되고 만다. 시장이 안 좋은 줄 알면서 손실을 빨리 복구하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계속 한다. 마치 발목을 삔 축구선수가 쉬지 않고 또 시합에 나가는 것처럼... 하지만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투자에는 할 때와 말 때가 있다.

축구를 하지 못할 정도로 움직이기가 힘들 때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도 뭔가 긴급처방을 한 후에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쉴 때는 쉬어야 한다. 이때는 원금회복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장이 안 좋을 때 계속 투자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픈 다리로 계속 축구를 하려는 것과 같다. 다리가 아프면 제 아무리 축구선수의 할애비라도 쉬어야 한다. 시장이 좋지 않으면 제 아무리 투자의 고수라도 쉬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쉬느냐에 있다. 그렇다면 쉬는 방법이 무엇일까? 일단 크게 깨진 종목을 올라갈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보유하고 있어야 할까? 아니면 일단 다 털고 현금만 보유하고 있을까? 계속 보유하고 있자니 더 떨어질 것 같고, 모두 현금화 시키자니 너무 많이 떨어져서 앞으로는 올라갈 것만 같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일부는 현금화 하고 일부는 기존 투자를 계속 유지하는 방법도 괜찮다.
예컨대 50%는 매도하여 현금화하고 50%는 기존 투자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이 비율은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여하간 손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다음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유부단한 태도로 걱정만으로 일관하는 것은 더 큰 손실을 부른다.

요행은 없고 우연한 성공은 또다시 실패를 부른다

현금화 한 것은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투자하는 방법을 알고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인대가 끊어진 축구선수는 그것이 아물 때까지 축구를 쉬어야 하는 것처럼 큰 손실을 본 투자자도 그 아픈 경험이 아물 때까지 투자를 쉬어야 한다. 빨리 아물려면 일단 지금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실패의 허울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지금 당신이 큰 손실에 계속 불안해하기만 한다면 앞으로도 이런 실패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큰 손실 때문에 일도 못하고 잠도 못 이루는 투자자가 많을 줄 안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과 고민은 무조건 접어야 한다. 걱정한다고 손실이 회복되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떨어질 만큼 떨어졌으니까 내일은 괜찮겠지’ 하고 기대한다고 내 투자종목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마음을 비우고 다음 상승장이 올 때를 기회로 잡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 낙담하거나 좌절할 필요도 없다. 감정적이기보다는 냉철해야 한다. 지금 평가자산이 원금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기회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 언젠가 또 상승장이 올 것이고 또 하락장이 올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실패는 끝이 아니다.

요행은 없고 우연한 성공은 결국 또다시 실패를 부른다. 실패를 인정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를 빈다. “예전처럼 뛰려면 일단 조급한 마음을 비우세요. 그리고 쉬면서 아픈 곳을 먼저 제대로 치료하세요. 제~발!!!”

[송영욱 ‘대한민국 펀드 교과서’저자 / 새빛에듀넷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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