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은 찾기마련...경품이벤트 너무 심해"
"좋은 책은 찾기마련...경품이벤트 너무 심해"
  • 북데일리
  • 승인 2007.01.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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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는 출판인 ①]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 이동흔 회장

국내 유일의 책 전문 뉴스사이트 북데일리는 ‘베스트셀러 기획자’ 연재 인터뷰에 이어 출판영업인 연재 인터뷰 ‘발로 뛰는 출판인’을 시작 합니다. 현장 영업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출판시장의 흐름과 한 권의 책이 태어나기까지의 흥미진진한 과정을 듣는 자리를 마련 합니다. - 편집자 주

[북데일리] 단행본 마케팅이 점점 잡지를 닮아가고 있다. 한권을 사면 한권을 더 주는 1+1 이벤트는 기본, 소설을 사는 데 화장품을 끼워 주는 경우도 있다. 할인판매에 할인쿠폰, 경품까지. 1만원도 안 되는 책 한권에 이정도 혜택이라면 차라리 “공짜로 주지?”라는 반문이 나올 법 하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불거지는 것일까.

현장을 발로 뛰는 출판 영업인이라면 속 시원한 답변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고견을 보태 준 이는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http://www.kpmac.net/) 이동흔 회장. 자신을 ‘수장’이 아닌 ‘심부름꾼’이라고 말하는 20년차 출판인이다. 영업인들의 목소리를 가까운 곳에서 수렴하기 때문일까. 그는 기형적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는 현재의 출판시장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경품 이벤트 때문이 아니라 책 내용이 좋아 팔리는 거죠. 이걸 경품 때문에 팔린다고 생각하는 건 큰 착각입니다. 같은 목차에 매월 내용만 달라지는 잡지 이벤트를 흉내 낸다고 단행본이 팔리겠습니까?”

이 회장은 마케팅 비용 대부분이 과다지출 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라고 질 수 없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분위기에 합류하는 출판사들이 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사후이벤트야 있을 수 있지만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경품이벤트는 서로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좋은 책은 독자가 찾기 마련”이라는 믿음만큼은 20년간 변함없었다고.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 16대 회장을 맡으면서 이런 믿음은 더욱 견고해졌다고 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영업인들의 고충을 듣다 보니 출판시장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더욱 명확히 느낀 것이다. 급변하는 출판시장의 현주소를 짐작케 하는 증거물이 바로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 사이트에 영업인들이 직접 올리는 글이다. 게시판 활동이 왕성하기로 유명한 이곳에 올라오는 글들은 매절요구에 대한 탄식의 목소리부터 부도 신고, 개업소식, ‘칭찬합시다’ 코너까지. 다양한 내용이 올라오고 있다.

‘정보공유’라는 목표 하에 홈페이지 구축을 위해 만전을 기했다는 이 회장은 “협의회 사이트가 영업인들에게 서로를 격려하고, 채찍질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400여명의 회원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이 회장의 가장 큰 숙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영업자들에게 필요한 ‘교육’이다. 그는 “마케팅을 잘 하고 싶어도 배울 곳이 없다”며 “커리큘럼을 짜서 단 몇 명이 모이더라도 교육을 실시 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편집자, 디자이너, 필자 등 이름만으로 업무가 파악되는 파트와 달리 영업인의 업무 경계는 자칫 모호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 회장이 언급하는 ‘교육’의 내용이 궁금한 것도 이 때문. 듣고 보니 출판영업의 범위는 그야 말로 광활했다.

출판마케터라 불리는 영업인의 업무는 기획에서 시작해 수금으로 끝나는 것이 기본. 책의 태동부터 죽음까지 전 과정을 제 손으로 처리해야 하는 막중한 위치다. “어떤 책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내부논의가 결정되면 시장조사를 거쳐 얻은 정보를 편집, 기획팀으로 넘겨주고 판매요인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 업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시장에 흡수 될 수 있는 판매 고리를 찾아 판매계획서를 만드는 것 역시 영업자의 몫이다. 발로 뛰는 홍보는 물론 수금까지 그야말로 ‘전천후적’ 탤런트를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이 회장은 출판 영업을 ‘공기청정기의 필터’에 비유했다. 외부에 떠돌아다니는 공기를 흡수 해 좋은 공기로 만들어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측면이 있다는 것. 보람을 느끼는 순간 역시 목표 판매 부수를 달성 했을 때라고. 이 회장의 손을 거쳐 간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 <아버지> 등은 애초 세웠던 예상판매부수를 크게 넘긴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시인인 형을 따라 놀러간 출판사에서 등이 흠뻑 젖어 들어오는 영업부 아저씨들에게 반해 출판영업인이 되기를 결심했다는 이 회장. 87년 출판사 ‘오늘’에 입사하며 출판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이학사’ ‘서적포’ ‘푸른숲’ 등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배송업체도 밴딩기도 없던 시절. 책을 팔기 위해 전국을 발로 누비면서도 그저 책이 좋아 힘든 줄 몰랐다며 당시를 추억했다.

모든 영업인이 그렇듯, 이 회장의 꿈 역시 현장영업자로서 출판인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회장이라는 임무를 맡고 있으니 우선 최선을 다해 협의회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영업인들에게 필요 한 것인지 무엇인지 파악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업인협의회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플라톤이 말했죠. 지혜, 용기, 전체가 조화될 때 정의가 실현되고, 만인의 행복을 보장하는 이상 국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늘 가슴에 새기고 다니는 말입니다. 이를 지키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좋은 출판사들이 많습니다. 그들이야 말로 출판계의 희망입니다”

책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뛰어 가는 출판영업인. 그들의 열정과 땀방울이 있기에 주인을 찾지 못한 책에게도 아직, 희망은 있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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