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는 신작` 김진명 "신념대로 쓴 것"
`논란이는 신작` 김진명 "신념대로 쓴 것"
  • 북데일리
  • 승인 2007.01.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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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모든 나라가 미국과 우호관계를 형성하려고 애쓰는데, 북한 혼자만 미국을 적으로 상정하고 있어요. 방향을 잘못 잡은 거죠.”

[북데일리] 데뷔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해냄. 1993)를 통해 ‘남북공동 핵개발’을 설파했던 소설가 김진명(49)이 이번엔 ‘북핵 해체’라는 상반된 주장을 들고 나왔다. 새 장편소설 <나비야, 청산 가자>(대교베텔스만. 2007)에서이다. 이유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핵 논리에 설득력이 없다는 것.

김진명은 “중국에게 백두산을 뺏기지 않으려고 핵개발을 했다고 한다면 차라리 일리가 있다”며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는 북측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첨단과학과 각종 신기술이 미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상황. 북한이 미국과 대등하게 맞서 핵전쟁을 수행하려면 적어도 50년은 더 있어야 한단다. 즉 북이 내세운 자국 보호라는 명분은 허울에 불과하다는 것.

작가는 “김정일의 정권 유지가 핵개발의 ‘진짜’ 목적”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을 강타한 대규모 아사 사태. 수백만 주민이 죽어가는 상황을 외면하고 오직 핵개발에만 매달렸던 지도층의 태도가 증거란다.

작품에 등장하는 고폭장치 전문가 윤문선 박사는 이 같은 작가의 생각이 투영된 인물이다. 민족 핵 개발을 목표로 자진 입북한 그는 주민이 겪는 참담한 현실과 마주치면서 혼란에 빠진다. 결국 윤 박사는 김정일을 120시간 동안 굶기며 감금하기에 이른다.

소설 말미에선 그가 김정일을 설득하는데 성공, 핵 포기와 미국과 화해를 다짐 받는다.

“지금이라도 위원장님께서 군사력에 의존하던 체제에서 벗어나 평화와 경제 번영을 위해 남한 및 중국과 협조한다고 천명하면 문제될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 후 미국, 일본과도 정식적으로 수교하고 경제 개발에 진력하면 우리도 머지않아 남한, 중국처럼 번영을 구가할 수 있습니다.”

윤 박사의 말 속에 미약하게 드러난 친미정책. 그런데 작가는 바로 이것이 작품의 주제라고 밝혔다. 북한이 미국과 수교,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단다.

“국민의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나라들은 미국과 ‘친구’가 되려고 하고 있어요. 세계를 알면 알수록 미국,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가 지니는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반미감정을 지닌 사람들에겐 거부감을 일으킬 요지가 다분한 발언. 김진명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은 나쁘다, 이렇게 보는 시각은 굉장히 촌스럽고 어리석은 거에요. 우리나라는 미국의 기술을 가지고 밥을 먹고 사는데 말이죠. 중요한 일을 할 때는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미국과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도 (나쁜)감정은 버려야 합니다.”

그는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글로 표현할 뿐, 타인에게 아부하려고 쓰진 않는다”며 작가로서 지닌 신념이라는 설명을 보탰다. 혹 비난을 받더라도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것.

<나비야, 청산 가자>가 다룬 민감한 사안은 북핵, 친미정책 만이 아니다.

책에는 손학규 박근혜 이명박 등 대선주자 외에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박원순 변호사가 실명 그대로 등장한다. 논란은 이들을 모델로 한 대선시나리오에 있다.

작품 속 국제 비밀단체 ‘앙가주망’이 한국의 선거전문가에게 제안한 ‘신당의 필승 전략’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여권의 후보로 나와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손 전 경기지사는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정치인"으로 표현됐다. 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해선 "북한 핵문제 등으로 민감한 이 시기에 정치 투쟁 경력이 없는 후보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는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소설은 출간되자 사전선거운동, 선거법위반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작가는 “한 개인을 당선시키려고 혹은 낙선시키려고 쓴 게 아니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여러 측면을 다 같이 생각해보자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인터뷰 내내 빗발친 전화 문의에도 일관된 답변. 하지만 실명 거론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진명은 1995년 국민회의에 입당, 정당활동을 하기도 했다. 당시의 경험은 정치에 대한 입장을 더욱 견고하게 다져줬다.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점이 있어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과 힘을 취했던 사람들 위주로 역사가 흘러왔다는 점이죠. 부동산투기를 한 쪽이 도리어 각광을 받았지,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서민에게 핀트를 맞춘 배려나 정책이 전혀 없었어요. 이제 부동산투기로 막대한 이익을 취한 사람이 차기 대통령감 1위로 뽑히기까지 하고. 이런 현상에 대해서 작가로서 분노할 수 있는 거에요. 반대작용으로 표현할 수도 있는 거고.”

표현을 문제 삼아 소송이 제기될 경우엔 얼마든지 받아들이겠다는 작가. 그는 의미심장한 멘트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이 소설을 읽고 누가 불만을 표시할 지 두고 봅시다. 자신의 이익이 침해 당했다고 항의할 사람이 누군지, 지켜보는 일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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