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한국경제의 현황과 선택
사면초가 한국경제의 현황과 선택
  • 아이엠리치
  • 승인 2008.05.1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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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적으로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어 현정부의 경제정책수행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의 70% 이상이 해외에 의존 되어 있어 우리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는 요소들이 늘 제한적이기 때문이며, 따라서 정부 당국자들의 고민도 클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30%만이 관리 가능한 요소라는 이야기이다.

 

특히, 최근의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의 3고와 저성장, 저고용, 저소비의 3저 현상은 우리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마치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사방에서 밀어 닥치고 있는 상황들이 우리경제를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

 

(高)유가 현상이 장기화되어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기준으로 배럴당 125달러를 돌파하면서 일부에서는 150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환율은 달러당 1040원을 넘나들고 있어서 수출기업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수입원자재 가격의 폭등이 물가를 자극하고 소비자물가가 치솟으면서 그 여파로 성장·고용·소비가 일제히 곤두박질치는 등 한국 경제에 '3고(高)·3저(低)'의 총체적인 악순환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어느 것 하나라도 우리 스스로가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요소들이 없다는 것이다. 

 

이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 놓았던 7% 경제성장률 목표는 어느새 6%대도 아닌 5%대로 낮아졌다. 비용 측면에선 고환율·고물가·고유가(3고)에, 성장 측면에선 저성장·저고용·저소비(3저)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정부가 주요 정책에서 아직도 분명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3개월이 채 안 되어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고 얘기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은행은 지난 9일 "4월의 생산자물가 지수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9.7% 상승해 1998년 11월(11.0%)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1월 5.9%, 2월 6.8%, 3월 8.0% 등으로 오름폭이 확대되고 있어 우려된다. 이러한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은 역시 해외 원자재가격의 앙등이기 때문에 우리가 해결할 수있는 요소가 아니다.

 

러 대비 원화환율은 2년 반 만에 '1달러=1040원대'로 올라서서 수출 대기업엔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수입품 가격을 올려 물가 상승을 압박하고 가계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수입물가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 유가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한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국내 수입 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최근 석 달여 사이 배럴당 82달러대에서 116달러대로 41%나 올랐으며 앞으로도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원유가격의 상승은 물가의 상승을 부추기는데다가 경상수지적자폭을 크게 하는데 일조를 하게 된다.

 

따라서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의 3고현상이 몰아치면서 경제성장률는 당연히 저하(저성장)되고, 고용불안(저고용)은 더 커지고, 소비심리는 더 위축(저소비)되어 경기 하강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5월8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올해 경제성장률이 한은의 당초 전망치(4.7%)보다 낮은 4.5% 이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기획재정부는 9일 발표한 '5월 경제동향' 자료를 통해 "경기상황이 하강국면에 진입했으며, 추가적인 경기위축이 우려 된다"고 경기침체 국면임을 공식 인정했으며 KDI도 5%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8%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소비의 기초가 되는 고용지표도 날로 악화되고 있어서 3월 중 취업자 증가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8만 명에 그쳤다. 정부의 올해 일자리 창출 목표치(35만개)에 크게 미달할 뿐 아니라 작년 실적(28만개)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는 부진한 상황이다.

 

용지표가 악화되면 일자리가 줄면서 취업자가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의 감소가 국내소비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서울까지 확산되고 광우병에 대한 공포는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를 더 움츠러들게 할 가능성이 높다.

 

한 할인매장의 경우 닭고기 판매량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을 정도로 내수 소비 심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침체에 대한 신호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고 물가는 치솟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이 분명한 방향성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비추어지는 사례들이 자주 나오고 있어서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럴 때 일수록 경제 상황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목표와 전략을 제시한 후 강력한 리더십으로 드라이브해야만 하는데 그것이 보이질 않는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경제의 70%가 해외에 의존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요소가 그리 많지 않으며, 따라서 국민과 정부가 똘똘 뭉쳐서 한 방향으로 힘을 모아 돌파를 해내야만 한다.

 

물가를 먼저 잡아야하는가 경제침체를 막고 부양을 시켜야만 하는가는 선택의 문제이다. 어떤 선택을 하던지 간에 부작용은 반드시 수반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경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과연 긍정적인 효과가 부정적인 효과보다 더 많은가 하는 판단이다. 경제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바로 타이밍이다. 아무리 좋은 선택도 그 때를 놓치면 약효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영권 명지대학교 겸임교수 및 세계화전략연구소(www.bestmentorclub.org)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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