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평양에 서점 내는 것이 꿈이죠"
③ "평양에 서점 내는 것이 꿈이죠"
  • 북데일리
  • 승인 2007.01.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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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북한 소설 <황진이 1,2>(대훈서적. 2004) 역시 북한책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김 씨가 직접 출간한 책이다. 2004년 1월에 일반자료로 인정받아 같은 해 8월 출간한 <황진이 1,2>는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의 손자이기도 한 홍석중의 첫 장편 소설로 북한소설로서는 첫 공식 출간 된 작품이다.

북한 소설의 출간은 김 씨에게 단지 수익의 목적이 아니다. 북한책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문화적 통일’ 부터 꾀하자는 것이다. “문화적 통일 없이는 어떤 형태의 통일도 있을 수 없다”는 신념으로 북한책을 수집해 온 김 씨. 그는 지금 그렇게 수집한 책들이 독자들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북한소설의 출간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2월에는 역사 소설 <군바바>(대훈서적. 2007)를 출간할 예정이다.

<황진이> 한질 판매 시 남북협력기금 1달러가 조성되고, 100만 달러가 모이면 이 기금을 북한에 있는 단군유적 보존사업에 쓸 계획 역시 통일을 향해 내딛는 작은 발걸음인 셈이다.

어릴 때부터 밥 보다 책을 좋아했다는 김 씨는 책과 함께 해 온 자신의 삶이 “무척 행복했다”고 말한다. 인생 후반, 17년이라는 시간을 북한책수집에 투신하느라 핀잔도 듣고, 고초도 겪었지만 후회는 없단다.

<황진이>의 출간을 비롯, 북한자료를 필요로 하는 학자들에게 도움을 줬다는 사실 만으로도 책장사의 소임을 다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앞으로도 책을 필요로 하는 고객의 주문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구해 줄 것”이라는 목소리에서 청년 못지않은 패기가 느껴졌다.

김 씨에게는 아직 못다 이룬 두 가지 꿈이 있다. 하나는 “대전을 서점문화의 본거지로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양에 서점을 짓는 것”이다.

“대전에는 아직 양탄자를 깐 서점이 없어요. 양탄자도 없이 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 아이들은 보면 마음이 아파요. 그래서 3월에 오픈할 서점은 양탄자를 깔려고 해요. 꼭 책을 사지 않아도 언제든 들려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점을 만들고 싶습니다”

1천여 평에 달하는 대형 서점오픈을 계획 중에 있는 김 씨는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전시민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 주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평양에 서점을 내는 일 역시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북한 책을 접한 것처럼, 그들 역시 우리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김 씨의 생각이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여 통일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은 17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배움도 짧고, 가진 것도 없었지만 힘들 때 마다 책을 읽으며 “나보다 불행한 사람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김 씨. 역경을 헤쳐나간 위인들의 전기를 읽으며 한번 세운 목표는 이룰 때 까지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책이란 그에게 소중한 생업인 동시에 그를 살게 한 가장 큰 격려였다.

“다시 태어나도 책장사를 할 거에요. 살아오면서 잘못한 점들이 많았는데 그것까지 수정해가면서 더 잘 하고 싶어요”

한 책장인의 강인한 의지가 서러움의 분단선을 뛰어넘는 책길을 촘촘히 내고 있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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