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랑받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라
삼성, 사랑받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라
  • 아이엠리치
  • 승인 2008.04.2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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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기업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진정으로 존경받고 사랑받는 기업이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망설이는 사람도 더러 있다. 아마도 지금까지 삼성이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각인시킨 이미지가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삼성은 그동안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의 합법성 및 투명성을 갖추고 글로벌기업 위상에 맞는 경영체계의 쇄신을 이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삼성 특검이 시작된 지 100여 일 만에 마무리되었다. 조사 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이지만 특검장에 불려 다니는 이건희 회장의 참담한 모습을 보며, 국민들 마음 또한 한 구석 착잡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수출과 시가총액이 나라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최대 그룹의 총수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것을 지켜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안타까운 일이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 그룹의 총수가 같은 모습으로 국민들 앞에 섰던 일까지 오버랩되니 한국기업의 총수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실추된 것도 사실이다. 결국 경제규모가 세계 13위, 수출로는 11위인 이 땅에서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할 전근대적인 경영관행이 문제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삼성은 물론 한국의 글로벌 이미지도 상당히 추락하였고, 국내 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또한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분초를 다투는 기업들에도 많은 피해를 주었다. 그러나 특검이 끝난다고 쾌재를 부를 일이 아니다. 오히려 더 심각한 현안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삼성은 세계가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 획기적인 경영 쇄신책을 내 놓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지금 삼성은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신뢰받는 글로벌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가를 가름하는 중대한 시험대에 놓여 있다. 지금까지 해온 방법으로는 환골탈퇴 할 수 없다. 변화가 필요할 때다.

 

4월22일 삼성이 내놓은 경영쇄신방안은 이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고 사장단회의로 그룹의 경영을 이끌고 가겠다는 것이 중요 골자이다. 이러한 발표가 있은 후에 많은 사람은 이회장의 퇴진을 안타까워했지만 반면에 진심으로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특히, 이재용전무의 거취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경영에 참여할 것이 자명하며 이회장 스스로도 적당한 시점에 경영일선으로 돌아 올 것이라는 추측도 무성하다. 

 

이런 설이 나도는 것은 그만큼 우리 기업가들이 신뢰를 잃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동안 삼성이 늘 사람들의 입에 오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오랫동안 법적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경영권 승계, 낮은 소유지분을 순환출자로 연결한 지배구조, 그리고 내부 폭로로 알려진 불투명한 비자금과 경영관행이다. 일부는 무혐의로 법적인 논란의 대상에서 벗어나거나, 과거의 관행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으로 부상하였기 때문에 적법한 사법절차에 따라 편법증여의 오명에서 빨리 벗어나야만 한다. 만약 그것이 편법이라면 지금이라도 정상화시켜야 하며, 어떤 법적인 응징도 감수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적법한 절차에 따라 글로벌 기업다운 지배구조의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세계인으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유와 지배구조의 모델은 지주회사로 가거나 소유와 경영을 완전 분리하거나, 아니면 경영능력에 따라 가족의 전문소유도 가능할 것이며 글로벌 기업들이 각양각색의 소유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평가되어야만 한다.

 

그것은 기업과 사회의 문화적 특성에 따라 결정될 문제이며 사회적 관심은 오히려 특정한  합법성과 투명성에 있어야 한다. 투명한 방법으로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걸 맞는 체제를 정립하여 경쟁력을 갖춘다면 모든 이에게 사랑 받는 기업이 될 것이다.

 

특히 지금은 한 차원 더 높게 세계적 위상에 걸맞은 삼성의 미래 모습을 제시해야만 한다. 모두 삼성에게는 어려운 주문이지만 이런 과정 없이는 진정으로 사랑받고 존경받는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기는 어렵다.

 

더불어 이번 특검이 종료되는 것을 계기로 이와 관련된 사회적 논란도 함께 정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위법성 여부는 법치국가의 성숙한 시민답게 사법적 판단을 존중하고, 근거 없는 폭로로 대기업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거나, 그것을 교과서처럼 인용하는 행태도 시정되어야 한다. 불법로비의 온상이 되어왔던 각종 규제와 지주회사의 전환을 가로막는 비현실적인 제약도 풀어야 한다. 사회정서도 기업의 글로벌 경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은 바른 판단과 결심으로 짐을 벗고 빨리 나라 경제 살리기에 전력투구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과거의 잘못된 일에 대한 국민들로부터의 용서를 구하는 길이며 세계적인 존경받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길인 것이다.

 

삼성이 우리 기업의 선진화와 국제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점과 국가브랜드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한 것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진정으로 사랑받는 기업으로 국민들 마음속에 뿌리를 내리고 세계적인 기업이 위해서는 분명한 환골탈퇴를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나빠진 여론을 일단 무마하고 우선 넘어가기 식의 자세는 또 다른 사건을 부를 가능성을 열어 놓게 되는 것뿐만이 아니라 멋진 글로벌 기업이 되기를 포기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영권 명지대학교 겸임교수 및 세계화전략연구소(www.bestmentorclub.org)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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