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이야기가 상품이다
21세기, 이야기가 상품이다
  • 아이엠리치
  • 승인 2008.03.24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런던의 소호거리는 우리에게도 익히 잘 알려진 지명이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멋스러운 이유는 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불황을 모르고 성업 중인 곳이 있는데 바로 ‘서점’이다. 우리와는 정말 거리가 먼 듯한 이유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 서점에서도 잘 팔리지 않는 소설류가 소호거리의 서점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영국은 우리나라처럼 역사가 길고 그 긴 역사만큼 흐르고 있는 이야기 즉, 신화나 전설 등이 넘치는 나라다. 어느 마을이나 마을에 얽힌 전설과 이야기가 끊임없이 솟구쳐 나온다. 우리의 <전설의 고향>격이다. 그러나 우리가 옛날이야기 중 한 자락으로 흘려듣고 말 그러한 이야기들이 시대에 맞추어 영화나 서적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되살아나기도 한다.


몇 년 전부터 급부상한 유명한 이야기꾼이 있는데 바로 테일러 목사다. 테일러 목사는 스카보로페어의 배경이 된 스카보로에 살고 있다. 스카보로의 언덕위 작은 교회인 세인트 메리 교회 목사인 테일러는 한달 15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다. 그러한 그가 실로 억만장자가 된 계기는 바로 ‘이야기’를 만드는 데서 기인한다. 심지어는 그의 ‘이야기’는 헐리우드 영화로까지 만들어지고 있으며 해리포터보다 더 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중이다.


스카보로로 부임해 온 테일러 목사는 이곳의 숨겨진 많은 이야기들을 듣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그러고 보니 모든 집들마다 각자의 역사를 갖고 있었고 저마다 사연과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듣기만 해도 흥미로웠다. 뿌연 안개 속의 음침한 고성, 야음속에 길게 이어지는 늑대의 소름끼치는 울음소리를 배경으로 수백년 전 유령이나 술집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자 테이러 목사는 들은 이야기들을 잊어버릴까봐 적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 이야기들에 스스로의 생각을 더해 글을 짓기 시작했다. 순전히 그의 흥미였고 취미로 시작했을 뿐이었고, 성공이나 돈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개인적인 흥미과 관심으로 시작한 그의 이야기책이 최근 세계적인 소설로 거듭나고 있다. 해리포터가 나온 영국답다. 이 소설은 현재는 해리포터보다 더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영국인들은 어디에서나 이야기를 흡수하는 국민성이 있다. 실제로 밤늦게 술집에 가면 서로서로 모여서 이러저러한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 이야기꽃이 이제 영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다시 피기 시작하고 있다.


21세기 영국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하는 기지개인 ‘이야기꽃’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문화’이며, 그중에서도 ‘스토리텔링’이라는 코드로 집약된다.


게임, 영화, 음악, 문학 등의 분야에서 영국은 10여 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오고 있다. 특히 영국 국민 총 생산의 8%를 문화가 차지하고 있다. 영국은 ‘스토리텔링’이라는 새로운 산업으로 신산업혁명, 21세기 새로운 르네상스의 부활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전 현대인 스트레스와 걱정거리를 해소해 주고 마음을 터치하는 감성상품이다. 어렸을 때 할머니 무릎에 누워서 듣던 옛날이야기들을 우리도 이젠 되살려야 한다. 어릴 때의 전유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만의 고귀한 이야기들을 재수집하고 다시 살려내야 한다. 삼국유사 같은 이야기거리들이 다시 재탄생되어야 한다.


삼삼오오 모이는 스토리텔링클럽을 만들어 새록새록 이야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야기코드’이다. 이러한 이야기상품들을 컨텐츠화해, 모든 문화영역에 활용하고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통해 수출역군으로 되살릴 수 있는 것도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21세기 문화강국을 위한 기회, 스토리텔링을 위한 모임들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타니아 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www.tanialee.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