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시인 `젊은 예술가상` 받고 서운했던 사연
가난한 시인 `젊은 예술가상` 받고 서운했던 사연
  • 북데일리
  • 승인 2005.06.07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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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12월 문화관광부는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부문별 수상자 8명을 선정, 발표했다. 당시 문학부문은 시인 함민복(43)이 영광을 안았지만 정작 본인은 섭섭했단다.

`잘나가던 대한민국`이 IMF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허덕이던 때라 상금 담은 흰봉투 대신 `커다랗고 무거운 동제(銅製)기념품`을 받아든 시인은 "쌀로 한 서말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서운해 했다는 후문이다. 중앙일간지 문학담당 기자와 함께 한 수상축하 술자리에서 시인이 푸념섞인 혼잣말로 중얼거렸는데 결국 기사화가 됐다.

그리고 며칠 뒤, `먹고 살 궁리`에 고심하던 이 가난한 시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출판사의 원고료 입금내역을 확인하려고 통장정리를 했다. 헌데 이상한 돈 40만원이 입금되어 있었다. 입금자는 `신농백초한의`. 통장번호를 알고 있는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직원이 다행히 메모해 둔 한의원 연락처를 알아냈다.

“신문에 난 함 시인 기사를 보고 같이 일하는 한의원 식구들이 뜻을 모은 거니 너무 부담감 갖지는 마세요."

시인은 덕분에 보일러에 기름 2드럼 넣고 한겨울을 따뜻하게 보냈던 일을 회고했다. 강화도 남쪽 끝자락 인천 강화군 화도면 동막리에 둥지를 튼지 10년. 서울의 시장, 고시원, 달동네 그리고 친구집을 동가식 서가숙하며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바람쐬러 왔던 강화도 마니산에 반해 인근 폐가를 빌어 여태 `섬마을 시인`으로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난하기로 두번째 가라면 서운해 할 그가 최근 네번째 시집 `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을 내놓았다. 후배 차창룡에 따르면 함민복의 시에는 "늘 `가난`의 모습이 깃들어 있고, 가난의 숨결이 숨쉬고 있다"고 한다.

그런 시인은 이번에 펴낸 새 시집을 가름해 이렇게 말한다.

"달밤 / 눈 밟는 소리는 / 내가 아닌 / 내 그림자가 내는 발자국 소리 같다 / 내 마음이 아닌 / 내 시의 마음이 활자로 돋아날 날 / 멀어 / 여기 짐을 덜어 놓는다"

사족 한마디. 함민복에게 따뜻한 겨울을 나게 했던 `신농백초 한의원`은 사암침법 연구가인 한의사 금오 김홍경이 세운 한의원으로 지난해까지 10년간 사암침법 무료 진료로 일반인들의 발길이 잦았다. 지금은 전국의 의료 취약지역을 돌며 무료 침술봉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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