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뇌는 `좌뇌-우뇌` 두 개일까
왜 뇌는 `좌뇌-우뇌` 두 개일까
  • 북데일리
  • 승인 2006.12.2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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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뇌의 문화지도>(작가정신. 2006). 이 책의 원제는 ‘An Alchemy of Mind (마음의 연금술)’이다. 제목의 의미는 우리가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여기게 만든 마음, 의식과 같은 정신현상이 사실은 뇌 안의 뉴런과 시냅스의 협동작업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단순히 생명이 없는 분자들의 화학작용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다이앤 애커먼은 인간의 모든 감정과 자의식은 뇌 안에서 일어나며 거기에는 일체의 신비함이나 이성을 초월하는 신의 능력 같은 건 없다고 믿으며 더 나아가 직장에서 이상형의 남자와의 대화에서 설렘을 느끼고, 점심식사로 스파게티를 사먹고, 집으로 오는 길에 음반가게에 들러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신보를 사는 것과 같은 인생사의 사소한 결정권조차 뇌 안의 뉴런과 시냅스에 있다고 주장할 만큼 책에서 그 자신이 이야기 하듯 뻔뻔한 물질주의자이다.

저자가 여성이라 그런지, 일반 자연과학 서적에서 보여준 개념에 대한 이해가 목적이 아니라 신경학을 비롯해서 철학, 심리학, 문학을 접목해서 뇌에 대한 여러 가지 개념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또한 저자 자신의 경험들을 마치 소설처럼 눈에 보이듯이 생생하게 보여주는데, 전체적으로 자연과학 서적이라기보다는 뇌에 대한 수필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좌뇌, 우뇌로 갈라져 있으며 좌뇌는 언어를 담당하고, 우뇌는 시각인식과 운동을 담당하는데 명확하게 구분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 둘은 2억~2억5천만 개의 신경섬유로 이루어진 뇌량으로 이어져 있다고 한다. 좌뇌, 우뇌가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긴 하지만 사고로 하나의 뇌반구가 손상이 가도 기본적인 생존은 가능하다고 한다. 보통 여자들은 언어감각이 뛰어난 좌뇌가 발달되어 있는데, 정서적인 감각도 민감한데, 그 이유는 뇌 속에서 감각을 담당하는 뉴런들의 숫자가 남자보다 많다고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은 왜 자연선택은 인간에게 비슷한 기능을 가진 2개의 뇌를 가지게 만들었을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저자는 진화과정에서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기능들(개의 후각, 생쥐의 감각분류, 박쥐의 초음파)을 잃어버렸고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비슷한 기능의 2개의 뇌가 필요해졌다는 설명을 하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수납의 문제라는 것이다. 대뇌 피질에 아무리 많은 주름을 넣어도 물리적인 양에는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왜 이런 공간의 문제가 발생했을까. 그것은 인간에게 언어라는 기능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아졌기 때문인데, 언어는 다른 모든 기능을 포기할 만큼 인간에게 중요했던 것이 틀림없으며 언어가 생김으로써 인간에게 비로써 지능이 생겨났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인간이 가진 능력 중에서 창의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느 순간 갑자기 솟아나는 창의적인 발견들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현재의 신경학은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는데 세계 최고의 천재라 불리는 아인슈타인의 뇌를 살펴보니 수학적 추론과 공간적 추론, 움직임에 필수적인 두정엽이 대부분의 뇌에 비해 15퍼센트 더 넓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뇌는 수학자인 가우스에게도 발견되는데 두정엽을 가로지르는 주름이 없어서 뉴런들 사이의 접속과 의사소통이 더 쉬어졌으며 이것이 바로 순간적으로 뇌 속에서 폭죽처럼 터지는 창의력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재는 타고나는 것인가. 여기에 대해 저자는 천재가 아닌 사람도 후천적인 노력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근접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지만 보통 사람에게 큰 위로가 되지는 않을 거 같다.

저자는 인간의 역사에서 언제나 존재했던 종교적 믿음에 대해서도 그것이 인간의 이성을 초월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실험 대상자가 신비적인 초월을 느낄 때 측두엽의 일부가 활성화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 없이 그 부분을 자극하니 하느님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보면 창의력과는 달리 초월자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하는 신경회로는 모든 사람에게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다만 평상시에는 기능을 하지 않는 신경회로가 어떤 메카니즘을 통해 활성화 되는지가 문제인데 그것이 부모의 유전, 자궁 내 배아환경, 가정환경, 사회활동의 어느 순간에 영향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저자는 측두엽의 일부에서 종교적 믿음이 생기게 된 것은 인간의 오랜 진화과정에서 그것이 없으면 생존이 어려워지는 역사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는데 진실여부는 좀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어쩌면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인간의 대뇌를 컴퓨터와 같은 기계로 생각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복잡한 현상을 최대한 단순하게 분류하고 기억을 저장해서 미래에 똑같은 위험이 일어날 때 의식적인 작업 없이도 자동적으로 우리 몸을 보호하도록 말이다. 컴퓨터와 달리 뇌는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처리할 수 없어서 우선순위를 두어서 처리해야 한다. 이러한 대뇌 시스템은 자연선택에서 인간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음이 틀림없다.

저자에 의하면 인간이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환상이라고 한다. 최근의 신경학 연구에서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하기 0.5초 전에 뇌에서는 이미 그런 행동에 대한 뇌파가 활성화 된다는 것이다. 결과가 원인보다 선행하는 것이다. 이것의 의미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대뇌지도가 완성되고,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해서 그것을 인간의 뇌에 집어넣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을 뇌파 탐지기를 통해서 알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뇌파탐지기는 불가능하지만, 자의식을 만들어낸다는 전두엽의 일부 회로를 잘라내서 포악한 범죄자를 순하게 만드는 기술은 가능하다.

좌뇌의 전두엽이 발달한 사람은 낙천적이고 외향적이지만, 우뇌의 전두엽이 발달한 사람은 부정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을 타고난다고 한다. 환경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대뇌가 인간의 모든 행동을 결정하는 기계라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과학기술은 인간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자신이 타고난 본성으로 살아갈 것인가, 꺼져있던 뉴런을 활성화시켜 그 전에는 없던 새로운 기능들을 사용할 것인가. 저자에 의하면 현재의 인간은 진화가 완성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자연선택 과정에서 잃어버렸던 놀라운 능력들이 멀지않은 시기에 발견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세상을 재창조할 수 없다. 새 세상을 어디다 두겠는가? 지금 세상 옆에?”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저자는 새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 역시 그것이 가능하다는 저자의 생각에 기울어지고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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