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때문에 뜬 '팝아트' 알고보면...
삼성 때문에 뜬 '팝아트' 알고보면...
  • 아이엠리치
  • 승인 2008.01.3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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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히텐슈타인 작품, 없어서 못 판다’, ‘행복한 눈물’ 뜨니 ‘우는 여인' 덩달아 뜨나’, ‘삼성 관련 유명세… 서울옥션, 판화 두 점 31일 경매’…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된 기사 제목들이다. 이것들이 언론 기사인지, 어느 업체의 대변지인지 구분할 수 없다. 우선 ‘팝아트’가 뭔가? 팝아트는 만화의 한 장면이다. 이번에 화제가 되고 있는 ‘행복한 눈물’ 보다 더 잘 그린 만화는 우리나라 만화 중에도 많다. 그럼에도 이 만화 한 장으로 온 나라가 몇 달째 시끄럽다. 리히텐슈타인이 팝아트로 유명세를 타서 미국에서 비쌀 수 있다. 그러나 우리까지 나서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비자금을 숨기기 위해 해외 비싼 작품을 구입해 은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같은 잡음이 언제 없어질지 기약도 없는데 ‘기회는 이때다’하면서 이를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해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수입해서 팔아도 안 되고, 그 화가의 작품 가치가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기사를 내서 홍보해줘도 안 된다. 뿐만이 아니다. 우리 정서와 동떨어진 작품을 단지 해외에서 비싸게 팔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화랑들이 소개하고, 경매사들이 소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작품성이 뛰어나고 저렴한 작품이면 몰라도 한 점에 수천, 수억 원씩 하는 작품을 필터 없이 소개해 그림 한 장 값으로 수천, 수억 원이 해외로 빠져 나가서도 안 된다. 검증도 되지 않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오프라인 경매회사나 화랑이 가격을 끌어 올려서 비싸게 된 작가의 작품, 현재 해외서 비싸게 팔린다는 이유로 해서 그 비싼 것 보다 더 비싸게 수입해서 팔려는 행위를 언론이 지원해서도 앞장서서 홍보해서도 안 된다.


실제로 현재 해외에서 3억 원에 구입할 수 있는 해외 작가의 작품이 국내에 들어온 뒤 7억원에 팔렸다고 한다. 그것도 조사 가능한 모든 해외 작품이 다 두 배 이상에 팔렸다고 한다. 누가 이렇게 구입했는지 궁금하고, 실제로 구입했다면 정말 이상한 일이다.


중국 화가 위에 민쥔, 인 쥔 등의 작품은 작가 이름만 빼면 전문가도 구분 못하는 작품들을 중국 내에서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화랑에 가면 얼마든지 있다. 물론, 모작들이다. 만일 중국 화가 위에 민쥔의 ‘오른손 들고 웃고 있는 작품’이 있고, 다른 모작 화가의 ‘왼손을 들고 웃고 있는 작품’을 나란히 놓고 본다고 하자. 두 작품이 주는 느낌은 신기하게도 똑같다. 그러나 평론가의 글을 보면 ‘좋은 작품이다’, ‘느낌이 온다’, ‘심안을 가져야 그 작품을 알아본다’고 한다. 마치 그 작품은 위에 민쥔만 그리는 작품이란 식이다.


지난24일에 필자가 운영하는 미술품 경매사이트에선 대한민국 미술대전(국전) 운영위원장, 심사위원장을 역임한 원로화가 그리고 중진. 중견화가 등 170여 명을 초청해 ‘2008년 한국미술시장의 문제점과 시장전망’에 관한 토론회를 가졌다.


아마도, 어떠한 단체나 어떠한 업체에서 초청을 해도 이렇게 많은 화가 분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화가 분들에게 몇 가지 당부와 설명을 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이러하다.


- 세금내지 않는 화가는 제명시켜야 한다. 화가 이전에 국민이다. 화가가 화랑과의 거래에서 세금 신고를 하지 않으니, 화랑들이 매출 신고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버젓이 위작들을 구입해서 팔 수 있다. 오랜 관행일지라도 위법이다. 이것부터 해결하자


- 좋은 그림을 지금 화가의 작품을 좋아 하는 분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해야만 고객이 화가들을 자랑해 준다. 지금 비싸게 팔면 결국 미술품 애호가들이 화가들을 외면한다. 몇 점 비싸게 팔려고 하니 미술시장이 다 죽은 것이다.


- 툭하면, 미술시장이 붕괴된다고 한다. 언제 우리나라에 미술시장이 있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오프라인 경매회사들은 그 동안 한 달에 100점도 팔지 못했다. 우리나라 화가가 몇 명인데 100점을 갖고 시장 운운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이러한 시장은 없는 것이다. 아니, 왜곡된 이러한 시장을 시장이라고 하면 다 망한다. 특정화가, 경매회사를 운영하거나 관계된 화랑에 종속된 화가의 그림 가격만 끌어 올리는 이러한 시장은 존재해선 안 되는 것이다.


- 작년도 오프라인 경매 결과를 보라. 예를 들면 작년 6월까지 호당 200만원을 넘지 못한 화가의 작품 가격이 딱 한 점이 9월 경매에서 호당 900만원이 넘어갔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 점 900만원 만들어 놓고 “사모님, 회장님 불루칩 화가, 인기화가 작품을 귀하게 한 점 구해 놓았습니다”라고 알린다. 그리고는 종속화가 작품 수십 점을 뒷구멍으로 팔지 않았겠는가? 그 화가가 그 화랑의 종속화가니 그 화랑은 그의 작품은 얼마든지 가지고 있을 것은 자명하다.


- 이러한 일들을 벌여왔으니 지난해 11, 12월 경매에서 낙찰가 폭락이 일어났고, 폭락된 가격임에도 줄줄이 유찰됐다.


필자의 이런 주장에 모이신 모든 화가 분들이 공감을 보이고, 찬성했다. 다들 허식을 버리고, 진솔하게 대화를 했다. 아직도 이를 모르는 오프라인 경매회사나 화랑이 있다면 부디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


절대 돈을 벌려고 하면 돈을 못 번다. 문화를 만들기 바란다. 좋은 작품을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위작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서 재판매할 때 또 다시 감정할 필요가 절대 없는 문화를 만들자. 그러면 모두 다 같이 잘 살 수 있다. 몇 점 비싸게 팔려고 하면 문화는 멀어지고, 돈도 못 번다.

 

[김범훈 미술품 경매사이트 포털아트(www.porart.com) 대표]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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