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장생은 가능하다` 한 학자의 유전학 예찬론
`불로장생은 가능하다` 한 학자의 유전학 예찬론
  • 북데일리
  • 승인 2006.12.18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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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이번 칼럼은 과학저널리스트 데이비드 E. 던컨이 쓴 <내 DNA를 가지고 대체 뭘 하려는 거지?>(황금부엉이. 2006)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한다. 분자생물학이 이루어낸 성과들 - 줄기세포, 생명연장, 게놈프로젝트, DNA 검사 - 은 세계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물질적인 변화를 비롯해서 정신적으로 인류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는 과학과 철학분야에서 많은 논란거리를 만들어 냈다. 21세기 분자생물학의 새로운 발견들은 기대와 희망대신 불안과 공포를 가져다주고 있다.

사람들은 왜 두려움을 가지게 된 것일까.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는 더글라스 멜튼 박사는 유전자에 대한 일반인의 근거 없는 두려움은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무지는 법을 집행하는 의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통과시켜야 할 법안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며 관심도 없다.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지, 상업적으로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지에만 있다.

멜튼 박사는 유전학이 치료법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침팬지의 뇌에 이식해서 행동이나 사고의 형성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연구를 진행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 생식세포 단계에서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지능을 형성하는 유전자의 형질을 우수하게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거라고 한다. 인간의 감정이나 기억을 만들어내고,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할 수 있는 의식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는 어떤 것일까. 자연선택은 왜 인간에게만 의식을 허용했을까. 그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우리 자신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멜튼교수는 현재로써는 인간과 동물의 키메라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연구는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 자신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위해서는 빠른 시일 안에 해야 할 연구라고 주장한다. 또한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아기보다 복제된 배아로 탄생된 아기가 질병발생율이 더 적다면 어떤 방식을 택해야 할까. 유전학은 인류에게 시대에 맞는 새로운 윤리학을 만들라고 재촉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2세대 이전에 한 과학자의 공상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생존방식을 바꿀 현실로 다가올 거라고 말이다.

인간에게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다. 나이가 들면서 세포의 노화가 진행되고 어느 시점에 이르면 생체조직이 멈추게 된다. 유전학은 불과 50년 전이라면 상상 하기 힘든 불로장생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해주었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신시아 케년 박사는 멀지 않은 장래에 두 배 이상의 수명연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구조가 간단한 예쁜꼬마선충의 경우에는 6배가 넘는 수명연장이 가능한데 그것은 노화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하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인간은 조그만 벌레와는 비교도 안 되게 기관이 복잡하지만 원리는 똑같기 때문에 충분한 연구와 보다 많은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면 수명연장이 불가능한 꿈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노화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가능하다면 영원히 사는 것도 꿈이 아니라고 말한다. 신시아 케년 박사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낙관적이다. 인간을 괴롭히는 모든 병들이 정복되고, 늙지 않고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있다. 이런 낙관주의에 대해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다. 우선 노화를 일으키는 유전자가 하나만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수십 개의 유전자들이 존재할 것인데 그러한 시스템에 대해서 알아내는 건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또한 이쁜꼬마선충에게 있는 노화를 일으키는 유전자가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작용한다는 보장이 없다. 서로 다른 진화의 과정을 거친 생물체인 만큼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반론에도 신시아 케년 박사는 인간의 수명연장, 더 나아가 불로장생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케년 박사의 소원은 400살까지 사는 것이다.

1990년에 이르러 분자생물학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다. 인간의 DNA 전체염기서열을 분석고하자 하는 게놈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다.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는 게놈프로젝트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제약회사들에 대항해서 밝혀진 염기서열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개적인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자는 제안을 통과시킨다. 몇몇 사람에 의한 정보 독점을 막고, 여러 과학자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최대한 빨리 염기서열 지도를 완성하고자 하는 열망을 담아낸다.

2000년 6월에 게놈지도 초안을 완성하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게 된다. 게놈지도는 유전학에 있어서 혁명적인 발견이다. 이것을 통해 각종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들을 발견하고 치료제들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 3만개가 넘는 유전자들의 기능을 알아내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만, 호기심 많고 열정적인 정신을 가진 과학자들은 완전한 게놈지도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38억년동안 진행된 자연선택이 처음으로 목적을 가진 인간의 소망과 능력을 통해 대체될 날도 멀지 않았다.

분자생물학은 두 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당뇨병, 알츠하이머, 암, AIDS 와 같은 불치병에 시달리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는 줄기세포 연구는 밝은 얼굴을 하고 있다. 거기에 반해 바다에서 미생물들을 건져 올려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서 지구상에 존재한 적이 없는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내고 있는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인류를 파멸에 이르게 할지도 모를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다.

종교인들은 인간이 신의 영역에 침범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수명은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는 자신들의 가치관으로 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줄기세포에 관계된 모든 연구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분명 유전자 연구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공개적인 연구시스템, 입법기관이나 생명윤리 학자들의 감시에도 예측하지 못하는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 지금까지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100% 안전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현재의 모든 연구를 중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것은 과학의 퇴보를 의미한다. 결국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에 대한 위험성을 스스로 판단하고 조심할 수밖에 없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지의 세계가 두렵다는 이유로 새로운 시도를 전혀 하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야 한다면 정말 못 견딜 겁니다. 위험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왜 그런 실험을 하면 안 되는지를 말이죠.” - 더글라스 멜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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