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독서는 논술의 원천...속독에도 큰 도움
②독서는 논술의 원천...속독에도 큰 도움
  • 북데일리
  • 승인 2006.12.1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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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광의 방]⑦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석지훈 학생

[북데일리] 석 군의 책 욕심을 추적하다 보니 어머니 유연심씨(46)에게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임신 했을 때 매일 책을 읽었어요. 주변에서 왕비처럼 책만 읽는다고 놀릴 정도였죠” 독서태교가 도움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친구들이 팽이치기를 할 때도 옆에서 책만 읽었어요. 무척 더운 여름이었는데 선풍기도 없는 거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책 읽는 모습을 보니 엄마인 저도 놀라겠더라고요. 도서관도 성에 안찼는지 아파트 전 층을 돌아다니면서 책을 빌려와 읽었어요. 많이 사줄 형편이 못 되서 그게 제일 미안했는데 스스로 빌려 읽는 모습을 보니 기특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어느 샌가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된 아이를 보며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는 유 씨. 학교 안다니고 종일 책만 보라고 해도 절대 심심해 할 애가 아니라며 절래 절래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책읽기를 말리지 못하는 건 학업성적이 줄곧 우수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반 1, 2등을 놓쳐 본 적 없는 석 군은 친구들 사이에서 ‘석박사’라 불리는 우등생이다. 무엇이든 물어보면 모르는 게 없다는 뜻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아킬레스건인 ‘체육’이 합산되면 조금 떨어질 때도 있지만 성적은 매우 뛰어난 편. 폭넓은 독서 때문인지 획일적인 범위 안에서 치르는 시험보다 모의고사 점수가 더 잘나온다고 한다.

‘독서’가 가장 중시되는 논술실력이 궁금해졌다. 겸손한 석 군은 “선생님께서 네가 특별히 논술수업을 더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신 적은 있어요”라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얼마 전 치른 ‘정보화 사회로 인한 인간 감시문제에 대한 의견을 논하라’는 주제의 논술시험에서 석 군은 미셸 푸코의 파놉티콘이라는 개념을 인용해 선생님에게 불려갔다. “정말 네가 쓴 게 맞느냐” “미셸 푸코가 누군지는 아느냐”라는 핀잔세례.

석 군은 10분에 걸쳐 미셸 푸코의 사상과 저작들을 설명했다. 할 말을 잃은 선생님은 “들어가 앉으라”고 말했다. 글을 쓰는 데도 책읽기는 큰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동어반복, 부자연스러운 문장 등의 이유로 감점을 받은 적은 한번 도 없다니 독서가 논술에 도움이 된다는 정설은 과장이 아닌 듯싶다.

석 군은 책읽기가 논술은 물론 전 과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확언했다. 과외한번 받은 적 없는 자신이 지금의 실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모두 책 덕분이라고 했다. 석군은 독서와 논술과의 상관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표현력이 늘어난다.

▲인용할 내용들이 많아진다.

▲저변 텍스트가 방대해진다.

무작정 책을 읽는다고 논술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반복해서 읽기’. 모든 책을 최소 30번 이상 읽는 석 군은 자신의 지식이 모두 ‘다시 읽어 쌓인 것’이라고 말한다.

“한번 읽으면 누구라도 자신 안에 쌓지 못해요.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 이예요. 내용을 익히고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반복해서읽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책이든 30번을 읽으면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없어요. 논술에서 다양한 텍스트를 인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책을 꾸준히 읽어야 해요”

석 군은 논술에 도움이 될 만한 분야로 우선, 문학을 꼽았다. 저작이 많은 스테디셀러 작가들의 작품이라면 당연히 읽어야 하고 역사관련 책 역시 빼놓지 않고 모두 읽는 것이 좋다.

책 읽는 속도는 다독으로 늘일 수 있다. 많이 읽음으로써 내용을 파악하는 실력을 개발 할 수 있는 것이다. 석 군의 속독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수준. 동네에 새로 문을 연 속독학원에서 테스트를 받은 결과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학원원장으로부터 “장학생으로 키워보고 싶다”는 제의까지 받았다. 아무리 재미없는 책이라도 30번은 읽는 탓에 지금은 4백 페이지 분량도 40분이면 뚝딱 해치우는 속독실력을 갖게 됐다.

가장 좋아하는 책 <김찬삼의 세계여행>시리즈는 중학교 3년 내내, 365일 ‘매일매일’ 읽었으니 족히 1천 번은 되지 않을 까 싶다. 석 군은 속독에 있어 다독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어머니 유 씨 역시 “학업실력은 단기간의 독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독서가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범위가 넓은 모의고사, 논술에는 특히 더 큰 역할을 한다고 하니 책을 읽지 않는 학생이라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독서에 취미를 붙여 볼 일이다.

(③편으로 이어집니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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