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달러 약세기조가 담은 의미
글로벌 달러 약세기조가 담은 의미
  • 아이엠리치
  • 승인 2007.12.0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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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달러화가 글로벌 한 측면에서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 달러화의 약세는 미국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로서 글로벌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상징적인 금융기관인 씨티은행의 일부 지분을 중동계 오일머니에게 매각했고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달러 약세는 서브프라임  부실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주요 원인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미국중앙은행이 금리를 추가적으로 내리려는 움직임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가 보통 달러 약세라고 하면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인데 달러 가치가 약해진다는 얘기는 그만큼 달러 가치를 뒷받침하는 미국 경제가 안 좋다는 얘기다.  글로벌 달러 약세는 현재의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 등으로 속으로 골병이 들었고, 무역적자, 재정적자로 어려운 상황인 것. 그래서 미국은 경제의 성장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 중앙은행이 미국 금리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금리가 낮아지면 미국 돈인 달러의 이자 값이 떨어져 달러 환율이 약세로 돌아선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정치. 경제적 패권이 약화되고 있는 현상의 반영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석유 등 주요 국제 무역거래에서 결제통화로서 달러를 다른 통화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원인은 최근에 단기적으로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지난 1999~2000년 IT 버블이 끝나고 세계 경기가 둔화된 데 이어 9.11 테러로 세계 경제 붕괴 위기가 제기되면서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였다. 이 때문에 돈이 많이 공급 됐고 소위 유동성 공급이 잘되어 미국경제가 좋았으나 지난해 미국 주택가격의 상승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촉발됐고,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 하락과 더불어 달러 가치도 급속히 하락했다.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비관론과 미국의 헤게모니가 약화되고 있다는 사회학적, 국제정치적 요인이 원인으로 보인다. 또한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이 이머징 마켓으로 이전하고 있는 것도 달러 약세의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달러 약세는 경제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달러 가치는 무역수지 적자에 많이 영향을 받고 있지만, 미국이 세계 경제의 유동성 공급 국가이기 때문에 더 이상 하락하면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고 상하간의 일정한 밴드(한도)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유로화의 등장으로 보유 통화로서 역할이 25% 정도 분담되면서 그만큼 달러가치가 하락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글로벌 달러 환율의 전환 포인트는 역시 미국 집값의 추이이다. 계속 집값이 하락하면 미 경기 둔화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지난해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금리 전환이 내년부터 시작되면 연체율 증가로 다시 한 번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집값 안정이 변수인데 집값이 생각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서 걱정이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보다도 다른 세계 국가들이 더 큰 혼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며, 특히 중국에 타격을 주어 세계 경제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

 

결국 달러 가치를 경제적 수급으로만 본다면 더 많이 절하됐어야 하지만, 세계 경제가 달러를 중심으로 디자인돼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급격한 절하는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단기적으로는 달러 약세가 피크에 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 헤게모니 이전 현상이 나타나면서 점진적으로 달러의 위상도 더 약화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헤게모니와 달러 패권의 약화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지만, 자유 시장경제의 세계화 관점에서 보면 당장 달러 패권이 약화된다고 예상하기 어렵다. 미국은 자유시장경제의 장점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나라이며, 노동시장이 가장 유연한 나라다. 미국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세계 유동자금은 즉시 미국 부동산시장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우려가 많기는 하지만, 이러한 자유 시장경제의 장점을 감안할 때 크게 걱정할 게 못 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달러 패권의 약화는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이 된다. 환율은 상대적인 것인데, 대체할 만한 경제권 역시 내부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동진정책을 쓰면서 확장하고 있지만 회원국 간 경제력 격차가 너무 크고 역내 경제로 버티지만 충격에 취약하긴 마찬가지다.

 

중국 역시 단기적으로 경기가 피크에 와 있고 경제 체력도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앞으로 급격한 달러 약세가 진정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자산가격의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본다. 그래서 달러 약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미국의 급격한 추락은 없을 것으로 본다.

 

미국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다른 나라들이 먼저 추락할 것이고 많은 국가들이 달러대신 갑자기 유로화로 바꾸겠다고 하면 그것은 달러에 대한 공격이 되어 세계경제에 오히려 나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유통화로서 유로화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양상이 되면서 달러약세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영권 명지대학교 겸임교수 및 세계화전략연구소(www.bestmentorclub.org) 소장]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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