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실주의 회화의 문제점 '흥미롭네'
국내 사실주의 회화의 문제점 '흥미롭네'
  • 아이엠리치
  • 승인 2007.11.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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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국내 화가의 사실주의 작품을 두고 ‘해외 경매에서 얼마에 낙찰됐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럴 때마다 필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주의 작품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한국화가의 작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얻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몽골, 구소련(우즈베키스탄)의 화가들이 훨씬 더 정교하고 세밀한 사실주의 작품을 내고 있고, 그들 나라의 사실주의 작품은 세계적으로도 이미 인정받아 유럽, 미국 등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만 한 것은 비싸다고 해도 국내 화랑에서 현재 판매되는 국내 화가의 작품 보다 저렴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작품은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 아닌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이로 볼 때 ‘국내용’ 사실주의 작품을 구입하다간 피해만 입기 십상이다. 국내 화랑과 경매회사들이 국내 사실주의 작품을 띄우면, 훗날 그 피해는 미술품 애호가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이미 필자가 운영하는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선 중국, 몽골, 우즈베키스탄 화가들의 사실주의 작품들이 월간 수백 점씩 판매되고 있다. 또한, 앞으로 더 많은 나라의 더 많은 작품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이는 당사트가 하지 않아도 언젠가 누군가는 할 것이다.

 

미술계 일각에선 최근의 국내 사실주의 작품을 두고 “계속되는 극사실화의 인기와 시장성에 요즘 옥션이나 전시에서 새롭게 등장한 많은 젊은 극사실주의 작가들을 볼 수 있으나 대부분이 캔버스 천 위에 전사(실사)로 프린팅을 받아서 그 위에 살짝 유화나 아크릴로 덧칠한 것”이라고 일침을 놓고 있다. 


그러나, 그 보다 앞서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사실주의 작품은 저임금 국가 화가들이 더 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보자. 북한의 사실주의 동양화, 특히 풍경화, 화조도, 호랑이 작품 등은 한국화(동양화), 국화(중국의 동양화)를 뛰어 넘는다. 그래서 당사에선 국화를 소개하지 못한다. 누구나 보면 북한 사실화의 수준이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국화를 소개해봐야 경매 낙찰가격이 너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중국 미술전에서도 국화가 아닌 서양화를 소개한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그 동안 애써 찾아 소개한 결과, 현대 미감에 맞는 최고 수준의 한국화 작품을 그리고 있는 원로화가 우희춘(70), 중진화가 이경모(60) 화백의 작품이다. 이분들 작품 의 낙찰 가격은 당연히 조선화 보다 높다. 


사실주의 회화는 작가의 오랜 노력과 인고의 세월 후에 작품을 낸다. 그래서, 미술품 애호가들은 “사실주의 작품에선 ‘손맛’이 묻어난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 자질이 있는 화가가 오랜 동안 숙련하거나, 자질이 뛰어날 경우엔 짧은 연마를 통해서도 사물을 똑같이 묘사할 수 있다면 사실주의 회화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때문에 당사에선 국내 작가의 사실주의 회화를 거의 소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해외 사실주의 회화가 국내에 들어 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 무덤을 내가 파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즉, 국내 사실주의 작품을 비싸게 팔았는데, 유럽 미국 등에서 국내 화가 사실주의 회화보다 더 인정받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사실주의 회화’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면, 국내 사실주의 회화 작품을 구입한 분들이 큰 손실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주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창의성이다. 창의성이 무엇인가. 독창성이다. ‘그’만의 작품이어야 한다. 자신만의 작품을 창작하는 화가, 독창적인 화가 작품이 좋은 작품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당사는 그러한 작품만 엄선해 소개하고 있다.


당사의 경매 결과를 보면 같은 화가가 사실주의 작품을 낸 경우와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낸 경우 경매 낙찰가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동구권 국가 화가들의 작품을 조금 변형해서 작품을 낸 화가 작품, 모네의 300억 원 짜리 작품을 변형한 것도 아니고, 흐릿한 형상도 없는 20억원 짜리 작품을 변형한 작품이 국내 오프라인 경매나 화랑에서 호당 1000만원이나 한다. 그런데, 그게 오래갈까. 언제 폭락해도 폭락할 수밖에 없다.


가장 중국다운 작품이 가장 세계적인 작품이 된다. 중국 작품 중 85억 원에 낙찰된 작품을 보라. 48억 원에 낙찰된 작품을 보라. 지금 그 작품보다 더 좋은 작품도 100만원에도 구입할 사람이 없다. 하지만 그 작품들은 48억 원, 85억 원이다.


그 작품이 비싼 이유는 예술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또, 사실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 당시, 그 화가가 시대적 배경을 가장 잘 화폭에 담아서다. 이것이 정답이다. 화랑이나 오프라인 경매회사가 끌어 올려놓은 작품 가격만 보고, ‘예술성’을 찾아선 안 된다. 그 작품들을 본 뒤 북한 화가들의 사실주의 작품을 보라.

그 작품들이 창작될 때 나온 북한 작품들이나 현재 나오는 북한 작품들을 보라. 그 중에서 훗날 48억 원이나 85억 원이 될 작품을 찾는 것이 진정한 컬렉터가 할 일이다.


얼마 전 북한 미술품이 수천만 원씩에 영국 런던 전시에서 팔렸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다 확인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에선 그 가격의 10%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북한 화가가 진품임을 확인한 사진이 첨부됐어도 그 가격의 10%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당신이 컬렉터라면 최소한 해외 경매에서 낙찰가 1등에서 10등까지 차지한 작품들의 사진을 뽑아서 갖고 다니길 바란다. 해외 경매는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즉, 한 작품, 한 작품 오랜 기간 거래된 내역이 다 공개돼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들 작품만 봐도 어떠한 작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을 알면 지금 오프라인 경매회사들이나 화랑들이 하는 주장의 문제점을 바로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김범훈 미술품 경매사이트 포털아트(www.porart.com) 대표]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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