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지친 당신에게 줄 선물 `30년만의 휴가`
삶에 지친 당신에게 줄 선물 `30년만의 휴가`
  • 북데일리
  • 승인 2006.11.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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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지루해 난 하품이나 해. 뭐 화끈한 일~ 뭐 신나는 일 없을까~”

그룹 자우림이 부른 ‘일탈’은 답답한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고픈 대중의 욕망을 대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일과 책임을 뒤로 하고, 무작정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생활에 찌들고 삶의 무게에 지친 독자라면, 과연 지금의 모습이 진정한 나인지 고민하는 당신이라면 <앨리스, 30년 만의 휴가>(21세기북스. 2006)의 일독을 권한다.

저자 앨리스 스타인바흐는 미국 ‘볼티모어 선’지에서 근무하며, 1985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 1999년부터 프리랜서 기고가로 활동한 그녀는 “칼럼을 쓰고 흥미로운 인물들을 인터뷰하는 일은 매순간 도전이었다”고 회고한다. 앨리스에게 일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였으며, 삶 전체를 지탱하는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불현듯 회의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뒤돌아보니, 자신은 기자라는 직업 한 가지에만 몰입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고, 모험을 즐기던 앨리스는 어디론가 숨어버려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네가 할 일은 밖으로 나가 기자 수첩에 기록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세상을 경험하는 거야. 15년이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써댔으니, 이젠 네 인생의 사연 속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앨리스는 결국, 안정된 생활을 뒤로 하고 홀로 여행길에 오른다. 책은 그녀가 6개월간 파리, 런던, 옥스퍼드, 이탈리아를 돌며, 그곳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파리에서 매력적인 여성 릴리안을 만나 사랑과 외로움에 대해 생각하고, 나오히로라는 남성을 통해 잊었던 연애감정에 다시금 빠지기도 한다. 런던의 전쟁 박물관에선 어느 병사의 러브레터를 보면서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전쟁터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린다.

앨리스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나’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깨달아 간다. 즉 <앨리스, 30년 만의 휴가>는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은 에세이인 셈. 책에 실린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여행을 하면서 얻은 가장 중요한 점으로 “진정 독립적인 사람이 되려면, 먼저 의존하는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운 것”을 꼽고 있다.

남의 도움 없이 일을 해낼 수 있는 ‘독립적인’ 여성으로 자신을 생각하고 싶었던 저자에게, 혼자 하는 여행은 난관의 연속. 그 나라 말을 못 하거나 도중에 병이 나면, 평소의 강단만을 내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런던에서 아팠을 때 집에서라면 거절했을 친구들의 간호를 받으며, 그녀는 한 단계 성숙했다고 말한다.

역자 공경희가 감성적인 표현으로 읽는 재미를 더한 앨리스의 경험담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서희선 기자 samecor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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