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고집불통인 남편, 오로지 책 욕심"
③"고집불통인 남편, 오로지 책 욕심"
  • 북데일리
  • 승인 2006.11.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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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광의 방]충북 제천에서 지적박물관 운영하는 리진호 관장

[북데일리] 일생을 책에 미친 남편을 보며 아내는 어떤 생각을 할까.

리 관장의 말에 따르면 신혼 초 아내는 “왜 그렇게 책을 많이 사느냐”고 불평을 했다고 한다. 그때 그는 이렇게 대꾸했다. “당신이 말린다고 내가 안할 사람도 아니고 내 고집을 안다면 가족 평화를 위해서 아무 말 말아 달라” 그런 고집불통의 남편을 아내는 묵묵히 견뎌줬다. 책 읽고 글 쓰는데 정신이 팔려 잘 해주지도 못한 것이 미안해서인지 리 관장은 거동이 불편해진 아내의 지팡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매일 연탄불도 간다. 좋아하는 것을 못하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남편의 성미를 이해해 준 세월이 곱씹어 보면 볼수록 고맙고 또 고맙다. 출가한 3남매는 아버지의 책 구입을 지원하는 협조자다. 구입하고 싶은 목록을 적어 팩스를 보내면 책을 보내오는 기특한 자식들이다.

다른 욕심은 없고 오직 책 욕심밖에 없다는 리 관장. 그는 “알고 싶은 것이 어느 정도 충족이 되기 때문에 책을 읽는다”고 했다. “책에는 무한한 보물이 있는데 영상매체에 익숙한 요즘 세대는 너무 책을 읽지 않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가에서도 체육진흥에는 공을 들이면서 독서운동에 대한 지원이나 관심은 너무 적으니 이처럼 안타까운 현실이 또 어디있겠는가.

독서광 리 관장이 추천하는 한 권의 책은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한길사. 2003). ‘성서조선(聖書朝鮮)’에 실었던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를 바탕으로 한 책으로 대학시절 성서적 입장을 새롭게 보게 해준 책이다. 리 관장은 누구에게나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공부한 성과인 논. 저를 써서 발행하면 이름이 남으니 좋고 고료가 나와 생활이 윤택해지니 좋다. 또한 자료를 수집하러 다니게 되니 항상 생각하며 움직이므로 치매에 걸릴 시간이 없다. 그래서 ‘공부하세요’가 우리나라 인사말로 정착이 되고 국민이 다 공부를 하는 풍조가 생겼으면 좋겠다. 체력도 국력이지만 공부 또한 국력이니 공부를 해야 이 나라가 튼튼해지지 않겠는가”

리 관장이 발행하는 계간지 ‘측량과 지적’ 창간호에 실은 말이다. 그의 공부 욕심은 실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았기에 행복했다”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금새 또 집필 계획을 밝힌다. 일본인들이 토지조사를 하면서 만든 1천2백 권의 토지규정을 번역 하고 싶다는 것이다. 필요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벌써 3분의1은 번역을 마쳤다니 놀라운 학문적 욕심이다. 지치지 않는 독서광의 하루는 읽기와 쓰기로 여전히 바쁘다. 빨리 지는 해를 원망하는 부지런한 학자 리진호. 그의 남은 생에서 목숨같이 여겨 온 책읽기와 지적연구, 성서연구는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땅을 딛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여기 와 봤으면 좋겠어요. 공기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중요성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지적도 그래요. 인간이 땅에서 나서 땅으로 돌아가는데 지적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등한시 한다는 것은 인간 자신을 부인하는 행위라고 생각해”

(리 관장과 아내가 사는 지적박물관의 전화번호는 043)651-5115,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forjijeok.com)

(사진 = 고아라 기자)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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