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유별난 부부독서광
① 유별난 부부독서광
  • 북데일리
  • 승인 2006.11.0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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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광의 방]홍제동 사는 신진상, 최양희 부부

독서광은 외롭다. 책 수집과 읽기는 혼자 하는 놀이이기 때문이다. 이 나긋한 고독이 평안으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가끔은 함께 나눌 동반자가 있었으면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독서광의 배우자 대부분은 책에 관심이 없거나 좋아하지 않는다. 상대의 지나친 수집증에 질려서일까. 책에 미쳐가는 것을 보고 두기는 하되 동참 하고 싶지는 않다거나 포기했다는 것이 흔한 반응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부부가 함께 책에 미친 신진상(39), 최양희(41)(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씨는 복 받은 커플이다. 두 사람의 취미는 책읽기와 수집, 영화보기와 음악듣기. 움직이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 하고 운동은 혐오한다. 만나게 된 계기도 영화 같다. 대학시절 남편 신 씨가 시네마테크의 큐레이터로 일하던 중 극장을 찾아오던 아내 최 씨를 만나 인연을 맺었다. 결혼 전에도 늘 같이 책을 읽었고, 책 토론을 즐겼다는 이 유별난 커플은 현재 2천5백 권의 책과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딸 유정이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이면 그림책이 한권”

남편 신 씨는 3년 전 기자 일을 그만두고 논술업계로 방향전환을 했다. 그의 직함은 스피드북 논술독해연구소 소장. 서울교대 NIE지도자 과정, 이화여대 초등논술 교육지도자 과정을 마친 최 씨는 남편과 의기투합해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했고 머리를 맞대 책을 썼다. 그렇게 나온 책이 <초등독서가 대학을 결정 한다>(영진.COM. 2005) 시리즈와 <아빠가 들려주는 교양>(이지북. 2006) 시리즈다.

기자 생활 할 때보다 책 읽고 글 쓰는 요즘이 백배는 행복하다는 신 씨와 남편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모습을 보니 행복하다는 아내 최 씨. 이들은 성격은 반대지만 취미는 오직 책! 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부부독서광이다. 월 책 구입비가 많을 때는 50만원에 육박한다고 하니 출판계로 부터 환대 받을 가족이다.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거실의 책장, 유리창 너머에 있는 베란다의 책장만으로는 독서광 태가 나지 않았지만 신 씨의 방에 놓여있는 대형 책장이 공개 되자 부부의 남다른 독서이력이 한눈에 드러났다. 이에 아이 방에 있는 책장까지 더해 대략 계산 되는 권수만 2천 5백 권. 공간이 부족해 도서관에 기증하고 이웃에 나눠주고 본가까지 나눠 보관 중인 분량이 이 정도라니 연배를 감안해볼 때 예사롭지 않은 분량이다.

아내 최 씨는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값이면 그림책 한 권을 살 수 있는데 어떻게 사먹느냐”며 “액세서리나 옷 사는 것은 아깝지만 책 사는 것은 조금도 아깝지 않다”고 했다. 생일선물은 물론 크리스마스 선물, 새해선물 심지어는 돌 선물까지 모두 책으로 한다는 그녀는 책보다 더 큰 선물은 없다는 말로 남다른 책 사랑을 드러냈다. 학습지는 물론 유치원, 그 흔한 사설학원 조차 보내지 않고 책만 읽혀 아이를 키운 부부는 다양한 분야의 독서 때문인지 학업성적도 우수하고 상상력도 풍부하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차 없는 가족”

가족은 차가 없다. 아이가 멀미를 많이 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동 중에 책을 읽기 위해서라도 차를 구입하지 않는다. 이들의 외출 준비물은 가볍게 들 수 있는 핸드북. 최 씨는 ‘시공디스커버리’ ‘살림지식총서’를 보이며 “보세요. 이렇게 좋은 책이 3천원 밖에 안 해요. 너무너무 안타까워요. 이렇게 좋은 책이 이렇게 싼데도 왜 다들 안 사보는지...”라며 탄식을 자아냈다.

“제발 엄마들 아이에게 게임기나 옷 사줄 생각하지 마시고요, 책 사 주세요. 그게 가장 큰 선물이에요. 남의 손에 아이들을 맡기지 말고 그 돈으로 책을 사서 아이들을 가르쳐보세요”

최 씨의 영양가 있는 조언은 계속 됐다. 책으로 불가능한 교육이 없다는 것이다. 부모 자식 간의 의사소통은 물론 놀잇감, 심지어는 선물로까지 활용되는 책의 가치는 밤을 새워 이야기해도 끝날 이야기가 아니다. 그녀는 신문 서평 스크랩을 빼놓지 않고 하던 어머니로부터 영향을 받아 책 마니아가 됐다. 소설보다는 역사, 과학 등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분야의 책을 즐겨 읽는다. 관심분야가 생기면 장기적 기간을 설정하고 해당 분야의 책을 ‘독식’하다 시피 집요하게 읽는다는 최 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책에 흠뻑 빠졌다며 ‘무궁무진’한 그림책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사진 = 고아라 기자)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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