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갈아타기' 종용하는 금융사, 거래말라
'펀드 갈아타기' 종용하는 금융사, 거래말라
  • 아이엠리치
  • 승인 2007.07.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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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펀드 가입하신 지 벌써 6개월이나 되셨네요. 수익도 많이 났으니 ‘대빡’ 펀드로 한번 갈아타세요.”


“이거 괜찮나요?”


“네, 요즘 다른 분들도 기존 펀드가 수익이 많이 나면 다 이 펀드로 옮기시거든요. 여기 싸인만 하시면 됩니다.”


은행의 수입원에서 펀드 판매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적으나 보통 은행 지점에서는 주기적으로 펀드에 대한 캠페인이 걸린다. 그리고 여기서 ‘펀드에 대한 캠페인’이라 함은 은행 본사가 일정한 기간을 정하고 그 기간 동안 특정 펀드를 가장 많이 판 지점에 포상을 주는 일종의 시책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위에서처럼 ‘대빡’ 펀드를 가장 많이 판 지점에게 2000만원 성과급을 수여한다든가, 지점평가 시 우수한 등급을 부여해 우수등급을 여러번 받은 지점장에게는 추후 승진 T/O에 포함시켜 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캠페인 기간 동안에는 같은 은행이라면 어느 지점을 가도 창구 직원들이 똑같은 펀드를 고객에게 추천하고 있는 진풍경이 연출 된다.


하지만 이러한 캠페인 펀드들이 충분히 검증된 펀드라면 별 문제 안 될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시간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신규 출시된 펀드들이며 더 큰 문제는 위에서처럼 고객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우량한 펀드를 환매시키고 위와 같은 방식으로 가입시키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런 식의 영업방식이라면 결국 고객은 내지 않아도 될 수수료를 한번 더 지불하면서(때로는 높은 환매 수수료까지 물어가면서) 불확실성이 높은 펀드에 지속적으로 갈아타게 되어 전체 자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게다가 이것은 인생 전체적으로 보면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즉, 근로자도 회사에 충성하며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해주면 회사는 이익이 늘어나 좋겠지만 근로자는 피로가 누적돼 나중에 병에 걸리기 쉽다. 이런 식으로 잦은 펀드 교체를 종용해 고객의 자산에 하나 둘 흠집을 내다보면 은행은 충성 고객들의 수수료가 계속 누적되어 좋겠지만 반대로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에 지불한 누적 수수료만큼 전체 수익률에는 누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즉, 결론적으로 은행에서 권유하는 잦은 펀드환매는 절대로 바람직한 펀드 갈아타기가 아니며 캠페인 펀드 역시 창구 직원이 강력히 추천한다고 해서 덜컥 가입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은행은 이러한 영업방식을 앞으로도 바꾸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인 고객이 이에 잘 대응하는 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요령은 다음과 같다.


1. 애초부터 펀드에 가입할 때 은행 추천이 아닌 본인의 판단 하에 가입하라.

펀드평가 사이트에 방문하거나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보고 일련의 펀드 포트폴리오를 만든 다음 은행에 갈 것.

 

2. 가입했으면 최소한 1년은 기다릴 것.

좋은 펀드라도 대세가 도와주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


3. 은행에서 중도 환매를 권유하면 이유를 자세히 물어 볼 것.

단지 ‘수익이 많이 났으니’, 반대로 ‘수익이 안 좋으니’, ‘요즘 새로운 펀드 나왔으니’ 라는 표현을 쓰면 거의 캠페인 펀드 가입 유도로 보면 맞음.


4. 신규펀드를 권유하면 바로 가입하지는 말고, 그 펀드에 대한 정보와 평판을 알아볼 것.


당신은 바쁘다. 그래서 한 달에 은행 갈 시간 한번 내기도 힘들고 그나마 한번 가도 번호표 뽑고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모든 일을 해치워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인터넷 할 시간은 있다. 따라서 은행가기 전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써보자. 이것저것 한번씩 만 더 따져보고 펀드에 가입하자.


[최성우 포도에셋 재무컨설턴트]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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