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오일만 제 때 교환해줘도 엔진을 지킨다
엔진오일만 제 때 교환해줘도 엔진을 지킨다
  • 아이엠리치
  • 승인 2007.05.1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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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주변에 180만원을 주고 20만Km를 달린 중고 ‘쏘나타3’를 구입해 타고 다니는 알뜰한 후배가 있다. 그는 몇 해전 서울 강남에 시가 2억원짜리 아파트를 청약하는데 성공했고 그게 현재 시가로 4억원이 넘는다. 한 마디로 알부자인 것. 하지만, 그는 그 아파트 잔금을 다 치를 때까지 그렇게 ‘빡빡한’ 인생을 사는 것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런데, 하루는 그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올림픽대로에서 차가 퍼졌다는 것이다. 며칠 전부터 엔진 오일 경고등이 들어온 것을 보면 암만해도 엔진오일 부족인 것 같다는 얘기였다. 결국 그 후배는 레커를 불러 차를 공업사로 이동시켰고, 거기서 엔진을 통째로 교환해야 했다. 교환에 든 총비용은 130만원. 180만원짜리 몸체에 130만원 주고 다른 중고차 엔진을 얹고 다니게 된 셈이다.


문제는 차가 퍼지게 된 원인이었다. 알고 보니 그 후배는 차량 구입 후 1만km가 넘도록 한 번도 엔진오일을 교환해준 적이 없었다. 오일 교환 비용마저 아끼겠다는 심산이었던 것. 대신 그 후배는 대형마트에서 저렴한 가격에 엔진오일을 한 통 구입해두고 엔진오일 경고등이 들어올 때마다 조금씩 넣어줬다. 문제가 일어나기 며칠 전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이를 무시하고 마냥 달리다가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후배의 웃지 못할 사건에서 기자는 두 가지 중요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차에 대해 이처럼 무지한 남자들도 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자동차에선 비일비재하다는 것이었다.


엔진오일은 차량 엔진 전체를 돌아다니며 각 부속들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엔진오일이 부족하다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관절의 물컹물컹한 부분이 없어진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사람은 몸을 움직일 때마다 뼈와 뼈가 서로 맞부딪쳐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된다. 차 역시 엔진의 부속과 부속이 서로 스치다가 결국 엄청난 마모가 일어나다 주저 앉고 만다.


그래서 엔진오일을 넣어주는 것인데 이 엔진오일이라는 것은 냉각수처럼 경고등이 들어오면 부어서 보충해주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부속과 부속이 원활히 스쳐 지나가게 해주긴 하지만 결국 각 부속들이 서로 스칠 때 생기는 금속가루가 이 엔진 오일에 함유돼 엔진 전체를 돌아다니게 되므로 보충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교환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만일 교환을 안 해주고 보충만 해주면 그 금속가루의 함유량이 점점 많아지고 이렇게 되면 엔진오일을 넣어주나 안 넣어주나 마찬가지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 이 차는 언젠가는 엔진을 들어내야 하는 숙명 속에서 달리고 있었다는 얘기다.


엔진오일 교환 기간은 운행 조건에 따라 다른데 보통은 7000~1만5000km 마다 해줘야 한다. 그 중간에도 수시로(가능하면 매일) 보닛을 열고 엔진 오일을 체크해 색깔이 검거나 금속가루가 많이 묻어날 경우 교환해주는 것이 옳다.


물론 엔진오일도 조금씩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다음 번 엔진오일 교환 때까지 계기판의 오일 레벨 게이지의 한 눈금을 넘어선 안 된다. 만일 그 정도로 많이 줄어든다면 엔진오일이 연소실 내부로 유입돼 연소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 시동 초기에 배기구에서 하얀 연기가 심하게 나오며 끈적거리는 그을음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매캐한 냄새도 난다. 이때도 엔진 교환이 아니라 실린더 헤드에 있는 밸브 가이드 고무만 교환하면 되는 것이다.


만일 이 후배가 엔진오일의 역할과 관리방법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앉아서 그 피 같은 돈을 날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기자도 그 알부자 후배 위로한답시고 밥과 술을 사 먹이느라 천금 같은 돈을 쓰는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또 한가지. 엔진오일은 집에서 DIY로 교환할 것이 못 된다. 헌 엔진오일은 하수구에 흘려 보낼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는 것. 그러니 아무거나 DIY 하지 말고 전문업소에 맡기도록 하자.


[김정환 데일리줌 자동차 담당기자 ace@newsh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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