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쫓기고 日에 밀리고 '샌드위치 코리아'의 미래
中에 쫓기고 日에 밀리고 '샌드위치 코리아'의 미래
  • 아이엠리치
  • 승인 2007.02.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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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는 앞으로 5년 안에 따라잡을 것이다.”


중국 상용차 시장 1위 업체인 베이징 푸톈자동차(北京福田汽車)의 말이다. 그들은 “BMW, 벤츠, 도요타 같은 세계적 브랜드는 힘들겠지만 한국 차는 품질만 따라잡으면 된다”고 장담하고 있다.


어느 면에서는 매우 건방지게 들리는 언사이지만 지금까지 중국의 발전 속도로 보아서는 무시하기 어려운 말이다. 중국의 추격은 다방면에서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노동 집약적인 산업에서 뿐만이 아니라 기술 집약적인 산업에서의 맹추격이 겁이 날 정도이다.


한편 일본의 한국 따돌리기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우리가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던 환상이 깨어지고 있는 것 같은 조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걱정이다.  


“삼성이 최첨단 LCD 패널 공장을 돌릴 수 있느냐 없느냐는 우리한테 달렸다.”


일본의 첨단 기술 기업 알박(Ulvac)의 지적이다. LCD 패널 핵심 기술인 성막(成膜)장치 분야에서 세계시장의 96%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 기업의 자부심이 잔뜩 담겨 있다. 건방진 생각이들 정도의 발언이지만 사실인 것이 문제이다. 우리 LCD 생산기술의 핵심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바짝 쫓기고 일본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특히 중국, 일본과는 주력 산업이 비슷해 세계 시장에서 3국간의 각축전이 치열하다. 한국이 동북아 시대의 중심 국가로 가자고 국가의 지도자도 강조하고 나섰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중심 국가’ 대신 ‘샌드위치 신세’를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의 추격은 무서울 정도다. 저비용을 무기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이 기술로 무장하면서 자동차. 철강 등 핵심 제조업 분야는 물론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이 자랑하는 이동통신장비의 기술 격차는 2005년 현재 1년. 2010년이면 6개월로 좁혀진다. 3.5년 정도인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분야의 기술 격차는 2010년까지 1.7년으로 줄어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지난해 10년 불황을 벗어난 일본 역시 힘차게 뛰고 있다. 지난 회기(2006년 4월~2007년 3월) 일본 기업들의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21.3%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6.8%(산업자원부, 200대 기업 설비투자 조사)이며, 올해는 이보다 낮을 전망인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투자 부진에 노사 불안까지 겹치면서 한-일 양국 간의 생산성 격차도 다시 벌어지고 있다. 양국 간 노동생산성 격차는 1995년 시간당 29.3달러에서 2005년 29.9달러로 확대됐다. 여기에 엔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엔저(低)까지 가세하면서 자동차. 가전 등 주력 분야에서 한국 제품보다 가격이 싼 일본 제품들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고민이 바로 한국 경제의 고민이다. 식어버린 성장 엔진을 재가동해 10, 20년을 이끌어갈 먹거리를 찾아야 하지만 현실은 만만찮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4년 '10대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중 상당 부분이 일본(7대 신산업)과 중국(10대 중점 추진 분야)이 내세우는 미래 산업과 겹친다. 미래를 위한 한.중.일 3개국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이 똘똘 뭉쳐서 이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야만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정부는 기업이 활기차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하며 노사는 생산성 향상에 모든 것을 걸어야만 한다.


국민들은 우리가 선진국 문턱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진심으로 경제를 걱정하고 지원하는 마음을 지니고 성실하게 생활해야만 할 것이다.


[이영권 명지대학교 겸임교수 및 세계화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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