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떻게 집샀니] 예비부부의 내집마련 '전세 대신 경매로'
[너 어떻게 집샀니] 예비부부의 내집마련 '전세 대신 경매로'
  • 아이엠리치
  • 승인 2007.02.2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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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면서 전세금을 떼이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현 법률상 소액임차인의 경우 최대 4000만원까지 보호 받을 수 있다지만, 요즘 아파트 전세 비용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잖아요. 이사 다녀야 하는 것도 싫고, 집 때문에 이런저런 걱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는 5월 결혼예정인 예비 신부 신영인씨(31세, 가명)는 신랑과의 공동명의로 인천 부평지역에 집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그가 결혼 전에 내 집 마련에 성공 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직업 때문이었다.


신씨는 법무사 직원으로 얼추 10년 넘게 일 해왔다. 좋던 싫던, 직업 특성상 집과 관련된 다양한 법적 문제들에 민감해 질 수밖에 없었던 것. 특히 억울하게 전세금을 떼인 사람들의 이런저런 사연들을 접하며 ‘전셋집’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하게 됐다.


결혼이 가시화 되자 작은 평수라도 내 집에서 시작하고픈 마음은 또렷해졌다. 하지만 두 사람 수중에 있는 돈은 겨우 3000만원 남짓. 아무리 십수년 전에 개발이 끝난 지역이라지만, 집값은 ‘억’ 소리 나게 비쌌다.


고심 끝에 ‘경매’에 눈을 돌리게 됐다. 주변의 반대도 있었다. 신혼인데 망해서 나가는 집을 사는 것이 꺼림칙하다는 이유에서다. 신씨 역시 망설임이 컸지만, 그보다는 내 집에 대한 집착이 더욱 크고 강했다.


경매에 관한 공부가 시작됐다. 신씨의 경우 대법원과 유료 경매 사이트를 이 잡듯 뒤졌단다. 괜찮은 물건이 나오면 만사를 제쳐놓고 답사를 갔다. 위치와 교통문제, 주변 환경 등을 꼼꼼히 살핀 이후 만족스럽게 생각된 물건에 입찰을 했다. 3~4번의 실패도 있었다. 물론 실패는 경험이고 약이 됐다.


두 사람이 발로 뛰어다닌 끝에 지난해 9월, 입찰에 성공했다. 24평 아파트를 8200만원 선에서 낙찰 받았다.  지은지 8년이 된 이 아파트는 현재 1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매매되고 있다. 입찰 당시엔 실거래가가 9500만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운도 따른 것이다.

   

“지금 사지 않으면, 과연 몇 년 후에 집을 살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아무리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 해도, 집값은 오르면 올랐지 내려가진 않잖아요. 모자란 돈은 적금 붓는다는 생각으로 대출받아 해결했습니다.”

 

거래 은행과 보험사를 찾아가 대출 상담을 받았다. 다행히 오랜 거래로 신용등급이 높은 D보험사에서 쉽게 대출 받을 수 있었다. 15년간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하는 조건으로 받은 대출금은 총 5500만원. 5.3% 선인 변동금리지만, 지금까지 월 상환금액은 55만원 선을 넘지 않았다. 맞벌이 부부의 총 월수입을 생각하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다.


경매로 집을 사는 경우 현 세입자와의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다행히 집주인이 위장세입 한 상태라 큰 마찰도 없었다. 낙찰 후 한 달여 동안, 등기 등 서류상의 모든 문제를 매듭지었다. 10월 말 세입자들이 집을 비웠다. 바라던 ‘내 집’이 생긴 것이다.


결혼까지 6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예비부부는 집수리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서툰 솜씨지만 직접 벽지를 발랐다. 전기스위치며, 수도꼭지 등 낡은 것들은 하나하나 새것으로 교체했다. ‘망해서 나간 집’이니 만큼 정성들여 내 집을 가꾸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함께 고생해서 마련한 ‘내 집’에서 시작할 수 있게 돼 정말 행복합니다. 어차피 투기 목적으로 산 집이 아닌 만큼, 알뜰하게 가꾸며 예쁘게 살려고요.”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며, 수줍게 웃음 짓는 그의 준비된 미소가 편안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경매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신씨의 사연은, 결혼을 준비하는 많은 예비부부들에게 좋은 정보가 된다. 누가 살았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좋은 집이란, 처음부터 만들어지기보다 살면서 정을 주고 가꿔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바꿔 본다면, 내 집 마련의 가능성은 보다 넓어질 수 있다.

 

[아이엠리치 구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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