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허브 육성을 위해 정부가 해야할 일
금융허브 육성을 위해 정부가 해야할 일
  • 아이엠리치
  • 승인 2006.11.2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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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금융 허브'란 말을 많이 듣게 된다. '허브(Hub)'란 단어는 본래 자전거에서 바퀴 살이 뻗어 있는 원 모양의 중심부를 가리키는 말로서 금융 허브는 '금융의 중심지' 라고 해석할 수 있다. 세계 각지의 회사와 투자자들이 모여 주식과 채권을 거래하고, 돈을 중개하는 시장을 말하는데 세계 주식․채권을 사고 파는 중심지로서 큰 돈 벌고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효과가 있다.

 

얼마 전 런던이 대규모 금융개혁(빅뱅)을 단행한 지 20년을 맞아 명실상부한 금융 허브로 자리 매김 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한국 정부도 '동북아시아의 금융 허브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터여서 영국의 성공 비결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금융 허브를 꿈꾸는 나라는 한두 개가 아니다. 뉴욕과 런던. 시카고는 물론이고, 상하이.싱가포르.홍콩.시드니.두바이.바레인.아부다비 등도 지역 금융 허브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는 오일 머니 증가에 따라 늘고 있는 이슬람채권(수쿠크) 발행을 중개하며 중동과 아시아를 잇는 금융 허브를 자처하고 있다.

 

모두들 금융 허브에 달려드는 이유는 기존 제조업 위주의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나라들이 서비스업, 그 중에서도 핵심인 금융 산업을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은 제조업에 비해 이익률이 높고 고용 창출 효과가 매우 크며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 등 서비스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3%(2001년 기준)로 홍콩(86%).미국(73%).일본(67%)에 크게 뒤지고 있다.

 

물건을 만들어 팔고 사는 실물경제와 달리 금융은 선진화된 금융 제도와 관행, 전문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허브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금융 허브는 월스트리트와 런던시티로 상징되는 뉴욕과 런던이다. 이곳에서는 거의 모든 종류의 금융 서비스 기능을 수행하는 종합적인 금융센터가 있다. 런던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부 규제가 가볍고, 중동. 러시아와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최근 10년간 급성장했으며 지금은 외환 거래와 국제 채권 발행, 해상 및 항공 보험, 역외 은행 대출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보다 작은 규모로는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 등 특정 지역의 금융 허브가 있는데 유명 금융회사의 지역본부가 입주해 지역 내 금융 거래가 이뤄지는 중심지를 말한다.

 

특정 분야의 거래 중심지가 되는 특화 금융 허브도 있다. 프라이빗뱅킹(PB)에 강점이 있는 스위스 취리히, 자산운용 분야가 발달한 보스턴, 선물시장이 발달한 시카고 등이 이에 해당된다.

 

우리나라가 노리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특화된 지역 금융 허브이다. 경제 대국으로 크고 있는 중국을 이웃에 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동북아 금융 허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1위를 달리고 있고,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60% 이상이 동북아 지역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선 큰 기회인 것이다. 하지만 금융에 관한 한 한국의 위상은 매우 낮은 편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력을 가진 분야가 거의 없고,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들은 아시아 본부를 대부분 홍콩과 싱가포르에 두고 있다. 경쟁 국가에 비해 여전히 많은 금융 규제에다 경직된 노동시장, 영어 구사 능력 등은 우리의 큰 약점이다.

 

그래서 우리가 금융 허브가 되기 위해선 특화된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펀드처럼 개인과 기업의 돈을 맡아 주식과 채권 등에 굴려 불려주는 자산운용업이다. 우리나라에는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의 돈이 풍부하고 외환보유액이 세계 5위에 달하는 등 잠재돼 있는 자산 운용 수요가 많고 여기에 채권 및 파생상품 시장, 사모펀드(PEF)산업 등의 분야 육성을 위해 정부도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동북아 금융 허브를 만들자는 것은 바로 금융에서도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세계적인 금융회사를 만들자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국민은행.우리은행.삼성증권 등도 모두 해외에선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하려 해도 지금까지는 골드먼삭스 등 외국의 큰 투자은행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한국의 대표 투자은행이 빨리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 것이다.

 

말로만하는 ‘금융허브의 육성’이 아니라 명실공히 경쟁력이 있는 ‘금융허브’의 육성을 위하여 정부를 비롯하여 각계각층의 노력이 가일층 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영권 명지대학교 겸임교수 및 세계화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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