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의 표류기가 실화?
로빈슨 크루소의 표류기가 실화?
  • 북데일리
  • 승인 2005.08.0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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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필독서 중엔 유난히 모험에 관련된 책들이 많다. 꿈과 이상을 키울 나이에 모험 만큼 흥미로운 소재도 없고 실제로 청소년들의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모험류 서적을 선호하게 만든다.

최근 국내 발행서적중 최고 히트작중 하나는 `살아남기 시리즈`(아이세움). 이책은 무인도, 지진, 남극, 동굴, 빙하, 화산 등 극한 상황에서의 생존술을 담은 시리즈로 극심한 출판 불황속에서도 약 300만부 가까이 팔려 나갔다. 이중 `무인도에서 살아남기`는 2001년 시리즈의 첫 스타트를 끊은 책으로 청소년 출판물의 고전인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과 `15소년 표류기`에 대한 참고서가 된 책이다.

아마도 청소년 독서 스케줄의 길목을 지키고 서 있다 대박을 터뜨린 대표적인 책일 것이다.

하지만 상상력으로는 이보다 한수 위라고 할 수 있는 화제의 책도 있다. 허구로 알려진 소설을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다.

지난해 발간된 `기상천외의 발굴! 로빈슨 크루소의 그림일기`(삼우반)는 300년전 영국의 작가 대니얼 디포가 발표한 소설로 알려진 `로빈슨 크루소의 표류기`가 실화라는 발칙한 상상의 산물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실존 인물이며 그가 자신이 표류한 무인도에서 30년 가까이 생존하면서 직접 기록한 일기와 그림이 300년만에 발굴됐다는 주장이다.

어린시절 `로빈슨 크루소`에게 푹 빠져버린 한 몽상가에 의해 발굴된 `로빈슨 크루소`에 대한 사실적 기록들은 실제로는 조작된 증거들이다. 로빈슨 크루소가 표류한 섬의 지도, 거주지, 직접만든 생활용품등 세밀화로 그려진 표류자의 삶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지만 이책의 내용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책의 특징은 카메라로 촬영한 것 같은 시선 이동과 동시녹음 된 듯 생생한 자연에 대한 묘사로 마치 무인도에서 찍은 한편의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 심지어 로빈슨 크루소와 그의 친구 프라이데이의 친필(?) 일기까지 공개하는 괴씸함까지 보여준다. 때문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책을 펼치지만 책장이 넘어갈수록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가 진실이 아니었을까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대하면서 허구를 사실로 조작한 단순한 흥미거리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이책엔 비록 참고서와 같은 상세한 해설이 붙어 있지 않지만 책을 읽다 보면 동화나 소설로만 알고 있던 가상의 현실이 두뇌속에서 실화로 재구성되는 탁월한 학습 도서이다. 로빈슨 크루소를 다룬 또 하나의 변형작이면서 동시에 발상의 전환, 분석력, 구성력 등을 자연스레 키워주는 훈련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책을 번역한 재독 교육철학자 정창호박사는 "허구의 사실을 거꾸로 짜 맞추어 가는 역발상의 간접경험을 통해 사고의 지평이 확대 될 수 있는 책"이라며 "학부모들의 특별한 지도 없이 도 자연스럽게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북데일리 천상민기자] sangmincit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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