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절약] 동전 양면 같은 엔화의 약세
[저축절약] 동전 양면 같은 엔화의 약세
  • 아이엠리치
  • 승인 2006.10.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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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마침내 100엔당 800원 밑으로 추락했다. 원화가 엔화에 비해 강세를 보인다는 뜻이다.


10월 16일 외환시장에서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100엔당 798.70원으로 마감되어 8년11개월만에 700원대로 떨어지자 수출업계는 일단 상당한 충격을 받는 상태에 빠졌다. 일본으로 노트북 부품을 수출하는 한 중소 수출기업의 사장은 ‘최근 1년 사이 환율 하락으로 까먹은 돈이 우리 회사 종업원(16명)의 반년 치 임금에 해당한다’며 ‘700원대면 공장가동을 중단하라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100엔=700원대’ 환율은 비정상적이라며 내년엔 다시 800원대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올 들어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일본쪽 사정으로 지속적인 약세를 보여왔다. 첫째,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더딘 데다 둘째, 일본의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줄었고 셋째, 일본인의 해외투자가 급증했으며 넷째,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 저금리 통화인 엔화를 빌려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 확대 등으로 외환시장에 엔화 공급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베 정부 출범 이후 일본 정부가 수출을 중심으로 한 성장 중시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엔화 약세가 더욱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실험 사태 이후 엔화는 달러당 120엔 직전까지 치솟은 반면, 원․달러 환율은 잠시 출렁이다 950원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기 때문에 원엔 환율이 떨어지게 된 것이며 이러한 엔화 약세가 언제까지 지속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수출경쟁력 회복에 큰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엔화가 약세가 되는 바람에 일본 주식 펀드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주가는 올랐는데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다. 


지난 3월 초 피델리티 일본펀드에 투자했던 사람은 펀드에 가입할 때 보다 일본 주가는 높아졌는데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원금을 까먹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환율 때문이다.


연초 100엔 당 860.04원 수준이던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0월 16일 현재 100엔당 800원대가 무너지면서 7% 정도 하락한 상태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일본펀드 수익률 자체가 부진한 상태에서 환차손까지 발생해 원금을 고스란히 까먹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별․통화별 분산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시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만 한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본 주식형 펀드는 10여 종에 이른다. 하지만 수익률은 펀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엔화를 기준으로 볼 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펀드는 3개에 불과하며, 최대 25% 가까이 원금을 까먹고 있는 펀드도 있다.


펀드에 가입하면서 환헤지(회피)를 하지 않은 투자자의 경우 실제로 손에 거머쥐게 되는 수익률은 더욱 낮아진다. 엔화가 아닌 원화를 기준으로 했을 때 펀드 수익률은 4~6%까지 더 하락하며 모든 일본펀드가 연초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1년을 놓고 봤을 경우 수익률 격차는 더 벌어진다.


주로 미국 달러화로 투자가 이뤄지는 다른 지역 해외펀드 투자자들과 달리 일본펀드 투자자들의 환헤지(위험분산) 비율은 전체의 절반 정도에 불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있는데도 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가정 하에 환차익까지 노리고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 펀드에 투자할 때는 수익률에 대한 기대에다 환율의 변동 예측치를 감안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만 한다.


이 세상에 돈을 버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지만 쉽게, 편안하게, 위험 부담 없이 벌 수 있는 돈은 없는 것이다.


일본 엔화의 약세가 이익이 되는 분야도 있다. 일본으로부터 부품이나 완제품을 수입하는 경우에는 훨씬 싼 가격으로 제품을 들여 올 수 있고 일본에 유학생을 둔 가정의 경우는 학비를 덜 부담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같은 상황에서 엔화의 약세는 우리에게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 현재의 손익계산이다.


[이영권 명지대학교 겸임교수 및 세계화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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