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창업] '눈'에 호소해 성공한 '온라인 의류업자'
[부업창업] '눈'에 호소해 성공한 '온라인 의류업자'
  • 아이엠리치
  • 승인 2006.08.3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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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네차례 시즌 신상품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 루이뷔통 청담동 매장에서는 은밀한 행사가 열린다. VVIP 고객을 위한 소규모 패션쇼다.

 

패션쇼는 보통 이틀에 걸쳐 8차례 가량 진행된다. 초대되는 고객은 루이비통에서 선정한 최상위 고객 8명이 전부. 결국 패션쇼 1회는 고객 1명을 위해 마련된 셈이다.

 

몇명 지인을 동반한 초대 고객이 패션쇼 시간에 맞춰 매장에 들어오면 매장 문은 바로 닫힌다. 패션쇼가 열리는 2시간 남짓 일반 고객의 매장 출입은 철저하게 제한된다. 모델 3명 정도가 신상품을 여러벌씩 갈아입으며 패션쇼를 벌일 동안, 행사에 참가한 고객들은 간단한 다과를 나누면서 쇼를 즐긴다.

 

통상 ‘트렁크쇼’라 불리는 이같은 소규모 패션쇼는 일반 패션쇼와 달라, 고객이 중간중간 모델이 입고 있는 옷을 만져보거나 모델에게 착용감을 물어볼 수도 있다. ‘쇼를 위한 쇼’가 아닌 철저하게 ‘고객을 위한 쇼’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든 고객 요구가 우선 사항이다. 준비된 쇼가 끝나고 나면, 샵매니저가 나와 모델들이 입고 나온 옷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는 ‘프리젠테이션’ 시간이 이어진다.

 

쇼와 프리젠테이션을 거치면서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한 고객들은 그 자리에서 몇벌씩 한꺼번에 주문하는 게 통례다.

 

결과적으로 하루에 4명 정도 고객만 받지만, 매출은 하루 종일 전 고객에게 개방했을 때보다 훨씬 높다. 2000년대 초 루이뷔통이 국내에 처음 도입한 이같은 소수 VVIP층을 위한 이벤트가 반응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요즘은 여러 브랜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런 VVIP 마케팅은 역시 최근 가장 각광받는 마케팅 기법 중 하나로 떠오른 감성마케팅의 한 수단이다. 나를 최고 특별한 사람으로 대접해주는 것에 감동하고 스스로 취해 기분 좋게 구매를 하게 되기 때문. 이처럼 ‘머리가 아닌 가슴에’ 호소하는 감성마케팅으로 성공한 브랜드와 기업은 그 수를 일일이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소호몰 운영자들도 이같은 마케팅 기법을 활용해 성공을 노려볼 수 있겠다. 아니, 인터넷에서 상품을 팔 때는 어쩌면 오프라인에서 팔 때보다 감성에의 호소가 훨씬 더 먹혀들어갈지도 모른다.

 

옷을 산다고 해보자. 매장에 가서 사는 경우엔 입었을 때 옷 폼새가 괜찮은지, 바느질은 꼼꼼한지, 착용감이 좋은지 등을 가장 먼저 눈여겨보게 된다. 인터넷에서 옷을 살 때는 이같은 점을 체크할 수 없다. 선택 기준은 오로지 사진과 설명 뿐이다.

 

그러나 판매자가 올린 설명을 완전 신뢰하기도 어렵다. 어떤 판매자가 자신이 파는 상품을 나쁘다고 하겠나. 과대포장만 돼있지 않으면 다행이다. 결국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사진 뿐이다.

 

대학에서 광고디자인을 전공하고 인터넷에서 여성의류를 팔고 있는 J씨는  ‘마우스를 클릭하는 3초 동안에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사진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볼거리에 매달렸다. 오프라인에서 구입할 때는 신경쓰지 않고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이 온라인 상에서 사진을 통해 보여지면서는 고객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J씨는 “온라인 판매 제품은 오프라인 판매 상품과 기획 단계에서부터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표현했다.

 

물론 사진은 많은 소호 판매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중 하나다. 그러나 대부분 판매자들은 어떻게 하면 사진을 근사하게 찍어올릴 수 있을까에만 집착했지, 사진을 통해 뭘 보여주면 소비자 마음이 움직일까에 대해서는 간과했다. 이 작은 생각의 차이는 J씨가 수많은 여성의류 판매자들 사이에서 군계일학처럼 떠오를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이 됐다. 단순 사입이 아닌, 주문 제작 의류를 파는 J씨는 사진을 제일선으로 염두에 두고 제품을 의뢰했다.

 

“예를 들면 바지의 경우 허리 속단을 다른 천으로 만드는 식이지요. 카키색 면바지 허리 속 단은 같은 색 스웨이드로, 하늘색 면바지는 하늘색 계통 꽃무늬 천으로 만드는 식이지요. 스웨이드로 속 단을 제작한 바지는 입었을 때 허리에 닿는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할 수 있구요, 꽃무늬 속 단은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한 눈에 다른 면바지와 확 다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허리 속 단은 입었을 때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 옷은 남들에게 보이려고 입는 것인데, 보이지도 않는 부분을 조금 다르게 처리한 것이 소비자 호감을 끌어낼 수 있을까. 답은 ‘Yes'였다. 네티즌들은 허리 속 단을 클로즈업해 찍어놓은 사진에 눈길을 고정시켰다. 그 결과가 구매로 이어진 것은 물론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였다면 허리 속 단 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관심을 갖고 일일이 확인하는 고객은 없을 터다. 매장 직원 역시 ‘잘 어울린다’는 미사여구로 고객을 현혹시키려 하지, ‘속 단이 이렇게 다르게 만들어져 있는 제품’임을 강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온라인 상품과 오프라인 상품은 기획부터 달라야 한다’는 J씨 설명이 비로소 이해가 가는 지점이었다.

 

“좋은 안감을 쓴 것도 같은 이유에서예요. 좋은 안감을 쓴 제품은 속을 뒤집어놓은 사진을 첨부했어요. 이처럼 근사한 안감을 쓴 제품이니만큼 믿고 사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설명을 따로 하지 않아도 사진은 그 이상의 말들을 전해주는 사령 역할을 충실히 해내더라구요.”

 

그러나 아무리 감성적 접근을 통해 옷을 구입하게 만들었더라도, 막상 옷 품질이 엉망이었으면 줄줄이 반품됐을 게 뻔한 일. 결국 J씨 스토리는 품질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J씨와 옷과의 인연이 오래된 덕분이다.

 

J씨와 동업을 하는 엄마는 10년 넘게 의상실을 경영했던 베테랑으로, 한 눈에 원단과 부재료 품질을 알아보는 전문가다. 품질은 전문가 엄마의 도움으로 보장받은 상황에서 네티즌 눈까지 사로잡은 J씨는 이후 디지털거상으로서의 탄탄대로를 달려오고 있다.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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