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대우조선 인수 좌초 위기…EU 심사 내주 결론
현대重-대우조선 인수 좌초 위기…EU 심사 내주 결론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2.01.1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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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한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가 불승인 쪽으로 기우면서 인수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13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AFP 등 주요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EU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을 불허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아직 공식 발표 전이지만, EU 경쟁당국이 현재 진행 중인 두 기업의 결합 심사를 불승인으로 이미 결론지었다는 의미다.

조선과 항공 등 다국적 기업은 M&A를 진행할 때 주요국 경쟁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유럽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대형 고객사들이 포진한 곳으로, EU 경쟁당국은 3년간 끌어온 두 기업에 대한 심사를 오는 20일까지 마무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해당국이 기업결합을 불허하면 그 지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유럽은 이번 인수에서 반드시 승인을 받아야 하는 필수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 2019년 3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체결한 본계약이 유럽을 포함한 6개국으로부터의 기업결합 심사 완료를 인수의 선결 조건으로 내건 터라 유럽에서 불승인이 나오면 인수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현재 한국조선해양은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으로부터 무조건 승인을 받았고, EU와 일본, 한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EU가 승인을 불허하면 한국과 일본 경쟁당국은 인수가 불발된 것으로 보고 아예 결정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EU가 두 기업의 결합을 반대하는 이유는 독점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등의 분야에서 점유율이 60%가 넘는다. 이는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그룹에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추진할 때부터 제기됐던 문제다.

앞서 크루즈선 시장 1위인 이탈리아 핀칸티에리도 3위 업체인 프랑스 샹티에 델 아틀란티크를 인수하려다 EU의 기업결합 심사가 난관에 부딪히면서 3년 만에 인수를 백지화한 바 있다.

합병 불발이 확정될 경우 산업은행으로선 원점으로 돌아가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을 찾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과반(55.7%)을 보유한 지배주주다. EU의 기업결합 심사가 무산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된 심사 요청도 철회 수순을 밟게 된다. 산은과 현대중공업그룹 간 계약도 해제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사업 전략이나 과거 인수·합병 행보를 토대로 포스코, 한화, 효성, SM그룹 등을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의 덩치가 워낙 큰 데다 조선업의 업황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적절한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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