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로 '결의' 전한 금융지주 회장들...금융주 시총 '반전 모색'
신년사로 '결의' 전한 금융지주 회장들...금융주 시총 '반전 모색'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01.03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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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문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고객·손님' 합산 63회
디지털 35회·성장 26회·ESG 21회·플랫폼 20회 등
현실 진단과 분석도 담겨...기업가치 제고에 팔을 걷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2022 임인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사진=각 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2022 임인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사진=각 사)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아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각각 비장한 각오와 결의를 담은 청사진을 전했다.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합산 기준)는 고객·손님(63회)이다. 다음으로 디지털(35회), 성장(26회), ESG(21회), 플랫폼(20회) 등이었다.

특히, 올해 신년사에는 유독 최근 몇개월 새 가시화 된 시장의 평가에 대한 현실을 진단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내용이 비중있게 다뤄졌다. 주요 지주 회장들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은 것으로 해석된다. 

■ 작년 이후 大숙제 생긴 회장님들...뒤집어진 기업가치 어떻게 봐야하나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우리·하나·NH농협금융) 회장들은 올해 청사진이 담긴 신년사를 발표했다. 공통적으로는 디지털 기반의 온라인과 영업점 기반의 오프라인 플랫폼 강화, 국내 ESG 선도 기업으로서의 ESG 강화 등 큰 경영방향을 추진하자는 당부의 내용이 담겼다. 

아이러니는 있다. 작년 5대 금융지주 모두 작년 창업 이래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이해 8월 카카오뱅크, 11월 카카오페이 상장 후 가시화된 시총 격차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따라 유독 각 회장들의 신년사가 시장의 냉정한 평가에 대한 현실 직시와 원인 분석, 뼈있는 지적, 솔루션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되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해 단도직입적으로 견해를 밝힌 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신년사였다. 김정태 회장은 올해 신년사 내 '<지금 우리는 변화하고 있습니까?>'라는 주제에서 본문에만 공백 제외 723자를 적었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시작으로 현재 빅테크와 전통 금융사 간 뒤집어진 기업가치에 대해 통렬한 지적을 했다.  

김 회장은 "작년 기업공개에 성공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한 때 45조원, 카카오페이는 33조원에 육박했다. 우리는 은행, 증권, 카드, 캐피탈, 보험 등 금융의 모든 영역을 갖고 있는 종합금융그룹으로서 훨씬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시총이 두 회사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지난 세월, 우리는 숱한 변화와 위기의 순간을 이겨내며 해마다 성장의 역사를 써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눈부신 성과로 말미암아 ‘변화의 쓰나미 경보’를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치부해 점차 변화에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며 "일견 굉장히 비합리적인 결과이지만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작년 11월 발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분석 보고서 자료. (자료=삼성증권)
작년 11월 발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분석 보고서 자료. (자료=삼성증권)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단도직입적으로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언급했다. 윤종규 회장 역시 "특히, 자산과 이익 규모에서 많은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딩금융그룹’인 KB보다 ‘인터넷 전문 은행’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명확히 진단했다. 

이어 윤 회장은 "시장의 냉정한 평가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자"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금융플랫폼 기업으로서 KB가 얼마나 가치 있고, 잘 준비된 조직인지 우리 모두가 함께 증명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이에 대해 디지털 문화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핵심가치'가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하며 "과거 관행과 성공 방식이 혁신의 장애물이 되고 지난 영광의 안일함이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 회장은 "기존 금융사들 역시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인터넷 은행과 빅테크 계열 금융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고객은 이제 금융사의 규모와 수익이 아닌 경험의 가치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11월 발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분석 보고서 자료. (자료=삼성증권)
작년 11월 발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분석 보고서 자료. (자료=삼성증권)

이러한 수장들의 언급은 전부 '시총'을 향해 있는 듯 하다. 신년사에서 직접적으로 기업가치에 대한 단어를 싣지 않은 회장들도 같은 시각에서 고객경험을 강조하며 전면적인 고강도 혁신을 주문했다. 농협금융은 상장사는 아니더라도 비상경영을 진단한 언급의 수위에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NPL(부실채권) 투자 자회사인 ‘우리금융F&I’, 증권 부문 등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만한 무게감 있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도 올해는 한층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며 기업가치 제고를 언급했다. 

또, 손 회장은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스타트업 거물 투자자로 유명한 피터 틸은 구글을 따라해 봐야 구글같은 기업은 다시 나올 순 없다며, '0에서 1이 되는 대전환' 수준의 혁신이어야만 기존에 없던 시장을 새롭게 열 수 있다"고 조언한 실례도 설명했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은 "미래의 금융산업은 업(業)의 경계 붕괴, 융복합 활성화 등 이전보다 역동적이고 파괴적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손 회장은 "고객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 동안 잘 해왔던 사업모델과 사업운영 방식도 과감히 바꿔 나가야 한다"며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내부 시스템이나 일하는 방식까지도 고객관점에서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반전 원년 호랑이해?...최우선 키워드는 '고객'..."빅테크·플랫폼 경쟁 앞설 것" 

검은 '호랑이의 해'인 2022년 신년사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고객/손님이 꼽힌다. 합산 기준으로 보면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고객·손님(63회)이다. 다음으로 디지털(35회), 성장(26회), ESG(21회), 플랫폼(20회) 등이었다. 반면 '실적'이란 단어는 5개 신년사를 통틀어 단 1회만 쓰였다. 

가장 많은 분량을 적은 윤종규 회장의 경우 '고객' 단어 사용이 39회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디지털의 경우 손태승 회장 10회, 김정태 회장 9회, 조용병 회장 6회, 손병환·윤종규 회장 5회 등이며 플랫폼까지 합치면 각 10회 내외로 썼다. ESG도 각각 6~7회씩 등장했다. 디지털 플랫폼과 ESG 경영은 올해도 최대 화두임이 재입증됐다. 

이에 따라 각 자회사들은 고객중심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기본 방향으로 주요 과제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지주 회장들이 올해를 변화, 도약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기존 ESG 경영에 속도를 내면서 빅테크와의 디지털 플랫폼 경쟁에서도 앞서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과거 공급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친화적 관점의 금융+테크 기업으로 나아가는 성장 스토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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